▲ 네덜란드의 음식배달회사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Just Eat Takeaway)가 그럽허브를 전격 인수함으로써 미국에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출처= ABS-CBN News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네덜란드의 음식배달회사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Just Eat Takeaway)가 10일(현지시간), 미국 2위 음식배달업체 그럽허브(Grubhub)를 73억 달러(8조 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는 그럽허브의 주식을 한 주당 75.15달러의 가격으로 전량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럽허브의 전날 종가 59.05달러보다 27% 높은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다. 그럽허브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매트 말로니는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의 이사회에 합류해 북미 사업을 총괄할 것이라고 양측은 밝혔다.

유럽의 터줏대감, 미국에 교두보 마련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의 짓체 그로언 CEO는 "우리가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최대 음식배달회사가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럽허브의 말로니 CEO도 "새 회사가 독립 레스토랑에 강점을 갖고 있어 수익성 있는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그럽허브를 인수하기 위해 적극 협상에 나선 쪽은 우버였지만, 인수 가격과 독점 규제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협상이 무산됐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만일 우버가 그럽허브를 인수해 우버이츠(Uber Eats)와 통합시켰다면 미국 시장의 55%를 점유하는 미국 최대의 음식배달회사가 생겼을 것이고 그것은 반독점 조사를 유발했을 것이다.

우버의 대변인은 “인수할 마땅한 음식품배달업체가 있는지 계속 찾겠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거래는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서 음식 배달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고로나가 발병하자 사람들이 식당 방문을 중단하면서 그럽허브, 도어대시(DoorDash), 우버이츠 같은 음식배달 서비스의 이용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6월부터 대부분의 주에서 봉쇄령이 완화 내지 해제되면서 식당들이 서서히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음식배달사업의 수익은 여전히 나지 않고 있다. 우버이츠, 도어대쉬, 그럽허브 등은 모두 상대방의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마케팅과 인센티브 비용으로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다. 한 때 수익을 냈던 그럽허브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느라 다시 손실로 돌아섰다.

투자회사 웨드버시 시큐리티(Wedbush Securities)의 대니얼 아이브스 전무는 "식품배달업계에서 경쟁과 가격 압박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그럽허브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24%로 추정했다.

식품배달업계의 치열한 경쟁은 인수 합병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로펌 링크레이터스(Linklaters)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에 이 업계에서 25건의 인수합병이 있었으며, 거래 총액은 201억 2000만달러(24조원)에 달한다.

미국의 음식배달업계는 또 규제의 역풍까지 맞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우버와 도어대시는 독립 계약 근로자들을 소속 정규 직원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새 법안에 직면해 있다. 또 몇몇 도시에서는 시의원들은 식당 주인들의 불만 대상인 배달 서비스 수수료의 상한선을 고려하고 있다.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는 일찌감치 유럽 음식배달 시장에 진출한 터줏대감 격인 두 업체 저스트잇(JustEat)과 테이크어웨이닷컴(Takeaway.com)이 올 초에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로 현재 시가총액이 130억 유로(17조원)에 달한다. 유럽 시장에서 우버이츠와, 아마존이 투자한 영국의 딜리버루(Deliveroo)와 경쟁하고 있다.

그로언 CEO는 학생 시절이던 2000년에 온라인에서 피자를 주문하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테이크어웨이닷컴을 설립했고 2016년 상장에 성공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그의 자산은 15억 달러(1조 8000억원)가 넘는다. 그로언 CEO는 저스트잇과 그럽허브 인수 외에도 2018년에 딜리버루의 독일 사업부를 10억 달러에 사들였다.

저스트잇과 테이크어웨이닷컴은 그동안 식당들이 자신의 배달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식당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것이 배달 운전자를 공급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사업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이 합쳐진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는 자체의 배달 운전자 풀을 구축하고 있다.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는 올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맥도날드와 배달 제휴를 맺었다.

우버, 반독점 규제 우려 막판 손 떼 

반면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과감한 인수합병에 나섰던 우버는 그럽허브 인수 실패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우버는 코로나로 인해 승차공유사업이 타격을 입자, 음식배달 사업 우버이츠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럽허브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1위 업체와 2위 업체간 합병으로 독과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규제 당국이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불거졌다.

미국 반독점 소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미네소타주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부차는 10일, 우버가 그럽허브 인수에서 손을 뗀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수백만 명이 실직하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시기에 경쟁을 억누르는 또 다른 합병은 국가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