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올해 초 고가아파트에 대한 규제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감소세를 보인 강남3구의 거래량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최근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잠실 마이스(MICE, 회의·관광·전시·이벤트) 산업단지 등 개발호재도 가시화됐다. 현지 업자들은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 시장의 추가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단지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로 인한 수혜가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 강남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237건에서 3월에는 135건으로 감소했지만 이달 10일 기준 4월에는 146건, 5월에는 202건으로 상승하고 있다. 송파구 역시 2월 360건이던 거래건수가 3월 148건, 4월에는 132건까지 줄었지만 5월 들어 다시 200건을 기록하면서 거래량에서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하고 있다. 통상 부동산 거래 신고 기간을 고려하면 이들 지역의 5월 아파트 거래 집계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강남구에서 5월 기준 전월대비 가장 많이 거래량이 증가한 역삼동의 한 중개업자는 “이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급매 중심의 매물을 찾는 지방 외지인도 있다. 기존 시세보다 5000여만원 정도 싼 경우에도 문의가 이어진다”고 이야기했다.

▲ 강남구 삼성동 GBC 부지. 출처=네이버 거리뷰

강남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요인은 또 있다. 최근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에는 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달 11일엔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GBC의 착공이 시작됐다. 5년간 발목을 잡은 인허가 절차 등이 최종적으로 해결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의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해당 센터에는 105층 초고층 빌딩과 함께 35층 규모의 업무 시설, 컨벤션 용도의 3개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GBC 사업지 인근의 송파구 잠실에는 ‘제2의 코엑스’로도 불리는 송파 스포츠·마이스 산업단지가 오는 2022년 착공을 목표로 들어선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8일 잠실 스포츠·MICE 민간투자사업의 적격성 조사를 완료했다. 12만㎡ 규모의 해당 마이스 부지엔 대규모 전시·컨벤션 센터와 회의장 등이 건설된다. 사업비만 2조30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삼성동 GBC와 함께 잠실운동장 부지를 국제복합교류·업무지구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지역 인근의 시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동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GBC 착공 부지 등의 호재가 있으니 그 동안 눌려왔던 수요가 상승 하고 있다. 특정한 대장아파트는 없기 때문에 주변 단지들이 모두 얼추 비슷하게 올랐다”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의 한 업자는 GBC와 잠실 마이스 산업부지 등의 해당 사업지를 접한 지역이 상승세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말했다. 해당 업자는 “잠실의 경우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도 같이 추진되는 만큼 일대 단지 호가에 대한 문의는 늘어나고 있다. 가격이 내려간 지금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도 조금씩 접근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미 수년전부터 개발 호재가 선반영된 탓에 반등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중개업자들도 많다.

중개업자들이 수혜 단지 중 하나로 꼽는 청담역 인근 ‘청담 삼익 아파트’의 한 중개업자에 의하면 개발 호재로 인한 호가 상승이나 실거래가 상승은 아직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해당 중개업자는 “개발 진행이 지지부진하긴 했지만 수년전부터 개발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현재 당장 매매가를 상승시킬 요인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다른 업자는 호재로 인한 수요가 지속되기에는 대출규제와 중과세 이슈로 인한 수요 억제의 위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해당 중개업자는 “호재로는 충분하지만 부동산 정책 때문에 대출규제와 세금 문제로 사실상 목돈을 확보한 사람들만 투자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나마도 관망세”라고 답했다.

▲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다소 신중한 시장의 반응과 달리 정부는 강남의 가격 상승이 다시 재현될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국토교통부가 잠실 스포츠·마이스 민간투자 사업지에 대한 고강도 실거래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시장의 추가적인 조정 요소는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자료를 보면 실제 송파 일대는 서초나 강남구에 비해 거래 가격 등에서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함 랩장은 “5월 들어 절세 매물 자체가 사라지고 세금 규모도 어느 정도 확정되면서 매도인들이 급하게 매물을 내놓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또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강남3구의 신축 공급의 희소로 인해 강남 부동산 시장의 추가 하락이나 조정은 힘들다고 본다. 다만 상승세로 돌아서려면 절대적인 거래량이 증가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로젝트 규모만 조 단위라 잠실주공5단지나 우성아파트, 청담동 일대 재건축 등 주요 단지에는 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