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자, 각국은 인적·경제적 봉쇄를 완화하는 모습이다. 보건 위기만큼이나 치명적인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병사하느냐 아사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던 지구촌은 이제 경제 회생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현재, '코로나19 2차 대유행'은 최대 변수이자 최악의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요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관측되고 있어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경제 재개 한 달 된 미국, 절반 이상 주에서 확산세 이어져


미국 전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개 주(州)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늘어나거나 꾸준히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지 매체인 CNN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텍사스주와 애리조나주에서 지난주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이 넘는 등 급증세가 관측됐다.

유타주 하원의원인 수잰 해리슨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주 내 확진자 수 추이를 두고 "기하급수적 증가"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유타주의 코로나19 확진율은 하루 사이 2배인 18.5%로 뛸 만큼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버몬트주에서는 코로나19 대규모 발병 사태가 보고됐다. 지난 5일 위누스키 인근 지역에서 최소 62명의 주민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어린이 환자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워싱턴대학 의과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는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오는 8월까지 14만5728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을 중심으로 국립공원과 영화관 등을 일부 재개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196만8867명, 사망자는 11만1620명에 이른다.


 인도, 하루 신규 확진자 3배↑…1만명 육박


지난달부터 봉쇄령을 완화해온 인도에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9일까지 7일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9일 인도 보건 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9987명 늘어 총 26만659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초만 해도 3000명 안팎이었던 일일 확진자 증가폭이 한 달 만에 3배 넘게 치솟은 것이다.

인도는 이달 8일부터 전국 곳곳의 식당·쇼핑몰·호텔·유적지·종교 시설 등의 문을 다시 열었다. 학교·수영장 등 집중 감염 지역과 국제선 항공편 운항 등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통제가 풀린 셈이다.


 이슬람권, 라마단 이후 불어닥친 재확산 폭풍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파키스탄 등 중동 및 이슬람권 국가들에서는 이슬람의 금식월인 라마단 이후 무서운 속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관찰되고 있다.

사우디 포함 걸프 지역 6개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지난달 26일 기준 19만5000여명으로, 라마단을 지내는 한 달 동안 무려 4.6배로 급증했다. 이 국가들의 평균 하루 신규 확진자 수 역시 라마단 직전 1000명대에서 4700여명으로 증가하는 등 비슷한 증가 추이를 보였다.

이슬람 교인들은 보통 라마단 동안 낮에 금식하고 저녁에 활발한 가족 모임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이슬람권 국가의 정부들이 통행 금지나 영업 제한 등 통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저녁 모임을 통한 코로나19 집단 발병 사례가 급증했다.

이란의 경우, 코로나19의 2차 확산 조짐이 처음으로 목격된 나라다.

지난 9일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3월 30일을 기점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는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5월 24일 라마단이 종료된 이후 관광지 및 종교 시설이 대거 개방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란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이달 들어서 1일~5일까지 매일 3000명 안팎으로 나왔다. 4일에는 3574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 일일 기준 최다치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날 하루 각국에서 보고된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약 13만6000건에 달한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일일 기준 최대 규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어느 국가도 페달에서 발을 뗄 상황이 아니다"면서, 각국에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노력할 것을 재차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