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의 확산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기업의 경영활동에 악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총체적 난국 가운데서도 성과를 일궈낸 기업들의 사례가 나오고 있어 이는 침체된 국내 경제계에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각 기업들이 올린 성과들에게서는 장기적 관점의 소신 있는 결단과 꾸준한 투자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한화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사업부문에서 보여준 성과들은 최근 재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됐다. 한화의 에너지·화학 부문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2018년 각각 5000만 달러씩 총 1억달러(1190억원)를 미국의 친환경 연료 차량 개발 스타트업 니콜라(Nikola Corporation)사의 지분에 투자했다. 

▲ 대산산업단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출처= 한화에너지

니콜라는 미국에서 친환경 전기자동차의 선두주자인 테슬라(TESLA)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타트업이다. 니콜라의 주력사업은 수소로 달리는 트럭, 전기 배터리 트럭 등 친환경 연료 활용 시스템 개발이다. 친환경이 전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는 점, 차세대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의 흐름을 고려해 한화는 장기적 안목에서 과감한 선택을 한다. 한화는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친환경 사업부문에서 자사의 에너지 화학부문 계열사와 니콜라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

한화의 선택은 단기간이기는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도 효과를 본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니콜라는 많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았고 이는 주가로 나타났다. 최초의 거래에서 주당 37.55달러로 시작한 니콜라의 주가는 지난 9일 전일대비 104% 상승한 73.2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하루의 주가 상승으로 한화가 보유한 니콜라 지분의 가치는 약 1조원이 늘어난다.     
  

▲ 코오롱 인더스트리 폴리에스터 필름. 출처= 코오롱 인더스트
▲ 코오롱 인더스트리 2020년 1분기 실적. 출처= 코오롱 인더스트리

코오롱 그룹이 지난 1분기에 올린 성과도 코로나 위기를 이겨낸 사례로 회자되고 이다. ㈜코오롱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312억원, 영업이익 887억원, 당기순이익 6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543억원(5.6%), 영업이익은 590억원(198.7%) 그리고 당기순이익은 622억원(3273.7%) 증가했다. 이러한 위기 속 호실적을 이끈 것은 코오롱 인더스트리의 주력인 석유수지, 소재 부문이었다. 코오롱은 장기적 안목으로 20년 이상 동안 첨단 디바이스에 활용될 수 있는 특수소재에 대한 개발과 투자를 지속함으로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코오롱의 소재 부문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차세대 인터넷으로 각광받고 있는 ‘5G 인터넷’ 케이블용 소재인 아라미드는 1980년대부터 개발해서 2005년에 국내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또 코오롱 인더스트리는 새로운 세대의 스마트폰으로 떠오르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필수 소재인 투명폴리이미드필름(브랜드명 CPI®)을 2000년대 중반에 개발하기 시작해서 2019년부터 본격 생산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필름 부문 사업은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135% 상승한 2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S그룹의 케이블 사업부문 계열사인 LS전선도 코로나 위기 속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LS전선은 지난 4월 네덜란드 국영 전력회사 테네트(TenneT)와 1억74만유로 규모의 해저 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싱가포르로부터 1000억원 규모 전력 케이블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특히 LS전선이 싱가포르 전력청과 맺은 이번 공급계약 수주는 지난 2017년에 맺은 현지의 HV 케이블 교체 사업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수주로 LS전선은 싱가포르 전선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를 지켰다. 

▲ LS전선이 구축한 미국 최초 해상풍력단지 해저 전력망. 출처= LS전선

케이블 부문 사업은 1962년 창업된 LS전선의 전신인 한국케이블공업(주)부터 내려온 LS전선의 주력 분야다. 해저(海底)·초전도·초고압·통신케이블 등 크게 4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 LS전선 주력 제품의 품질 경쟁력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며 전 세계의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이상의 기업들이 코로나19 악재 가운데 올린 여러 성과들은 모두 단기간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날 변화를 감안한 ‘장기적 관점’이 반영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의 사례는 현 시점으로부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내다본 일종의 확신이었다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LS전선의 사례는 먼 옛날 앞으로 일어낼 변화들을 대비한 전략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처음 시작될 당시에는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멀리 내다보는’ 관점으로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연구와 개발을 지속한 기업들의 노력은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는 시기에 큰 결실을 맺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의 계획들을 세울 수 있는 경영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라면서 “지금은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꾸준한 노력과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부의 방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