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전기 트럭과 경쟁하기 위해 출시된 수소 트럭 니콜라 배저(Nikola Badger).     출처= Nikol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는 이제 자동차 시장, 월가, 그리고 심지어 소셜 미디어에서도 새로운 경쟁자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트럭을 만드는 회사 니콜라(Nikola)가 지난 4일(현지시간) 나스닥에 데뷔한 첫날 이 회사의 주가는 33.75달러로 마감했다. 그리고 3거래일 만인 9일 장중 88.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72.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니콜라는 지난 주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만든 서류상 회사(SPAC) 벡토IQ라는 회사의 이름으로 상장했다(리차드 브랜슨의 우주여행사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과 판타지 스포츠베팅 회사 드래프트 킹<DraftKings>도 이런 방식으로 우회 상장했다).

벡토IQ와 합병 후 이름을 니콜라로 바꾸었지만 지난 3월 니콜라가 상장을 위해 벡토IQ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계산하면 이 회사의 주가는 600% 이상 상승한 셈이다.

니콜라는 2021년까지 수익은 고사하고 매출도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 않지만 9일 장중 한 때 시총 300억 달러(36조원)를 돌파하며 미국 자동차 빅3 중 포드와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를 제쳤다. 종가 기준으로 니콜라의 시총은 263억 달러, 포드는 229억 달러, FCA는 214억 달러대였다.

한편, 테슬라 주가는 9일 940.67달러로 마감해 시총 1716억 9000만 달러(205조원)를 기록했다. 빅3 시총 합계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니콜라는 현재 상용트럭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택배업체 UPS 등이 배달트럭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면서 전기트럭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니콜라는 또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부문인 픽업트럭(semi truck) 진출도 선언했다.

니콜라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레버 밀턴은 이달부터 (탄소 무배출) 트럭 '뱃저'(Badger)의 예약을 받겠다고 밝혔다. 오소리라는 뜻의 뱃저는 수소 연료 전지와 전기 배터리를 모두 사용하는 픽업트럭이다. 밀턴은 9일, 배저가 미국에서 포드의 F-150을 제치고 베스트셀러 픽업트럭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니콜라는 또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쉬 인베브(Anheuser-Busch InBev)로부터 800대, 물류회사 유에스 익스프레스 엔터프라이즈(US Xpress Enterprises)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주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니콜라는 지난 주 GM의 부회장 출신인 스티븐 거스키를 이사회 위원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니콜라의 최대 투자자는 트랙터, 버스, 건설 장비를 만드는 유럽의 다국적기업 CNH 인더스트리얼 (CNH Industrial)이다. CNH의 아이베코(IVECO) 상용차 자회사가 니콜라의 지분 7.1%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한화그룹도 6.13%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니콜라의 사업과 주가가 순탄하게 상승할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블룸버그는 9일 "시장을 열광시킨 뱃저는 실제 생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니콜라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니콜라는 8 클래스 중장비 차량 제작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지 않는 한 뱃저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또 "니콜라가 가까운 미래에 파트너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공매도 세력도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와 밀턴, 그리고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

밀턴은 테슬라 창업자 겸 CEO인 머스크와 여러가지로 닮았다. 니콜라가 '제2의 테슬라'라면 밀턴은 '제2의 머스크'이다.

머스크는 32살이던 2003년 7월 테슬라를 창업했고, 밀턴 역시 32살이던 2014년 니콜라를 공동 창업했다.

테슬라와 니콜라라는 두 회사의 이름도 전기의 마술사로 불린 미국의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에서 따왔다. 테슬라는 그의 성을, 니콜라는 그의 이름을 가져와 회사 이름으로 삼았다.

밀턴은 니콜라 지분 40%를 갖고 있는데, 이번 주가 상승으로 밀턴의 보유지분 가치는 900억달러(107조원)를 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