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은 가두리 생태계 양식장 전략으로 유명하다.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삼아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선두인 '소비'에 방점을 찍어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정신없이 고객의 눈 앞에 들이미는 방식이다.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아래에서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아마존만 믿으면 됩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는 '곧 아마존 밖으로 나가도 비용 대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전제와도 연결된다. 쉽게 말해 '아마존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주입시키고 납득시키는 로드맵이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서 이 이상의 플랫폼 전략 성공 사례는 없다.

▲ 출처=갈무리

가두리 생태계의 길
아마존이 가두리 생태계 전략의 최초는 아니다. 따져보면 성벽 밖 야만족들이 득실거리던 역사시대부터 영주나 왕들은 가두리 생태계 전략을 추구했다 볼 수 있다. '성 벽 밖은 위험해. 나가지 말고 내 밑에서 일하며 세금을 내. 안전을 보장한다' 이데올로기니 군주의 덕이니 따지고 보면 모두 누군가를 모아 나가지 못하게 막으며 지배하는 레토릭일 뿐이다.

트래픽이 곧 돈이 되는 인터넷 시대도 마찬가지다. 포털 최강자 네이버의 경우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려는 네티즌들에게 잘 만들어진 워터파크를 준비해 내부에서의 지지와 소비를 끌어냈고, 이러한 경향은 팬덤이 곧 자산이 되는 시대로 이어졌다. 경영자가 락스타와 같은 매력적인 인물이면 더 좋다. 애플이 괜히 잘 나가는 것이 아니다.

모여들면 돈이되는 시대, 또 몰려온 그들이 나가지 말아야 하는 시대는 O2O 패러다임이 열리며 더욱 노골화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O2O 기업들은 이미 존재하던 오프라인 사업에 온라인 기술을 덧대며 고객에게 더욱 양질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시장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는가. 배달의민족이 등장하기 전부터 배달시장이 존재하던 상황인 가운데 배달의민족이 온라인 사용자 경험을 끌어와 고객을 설득하려면 당연히 전단지 보고 음식주문 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편리함이 될 수 있고 배달의민족을 사용할 때마다 왠지 '힙'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일종이다. 

나아가 이미 존재하던 시장을 온라인으로 연결했으면 고객에게 뭔가를 제공해야 하고, 고객들이 다시 구시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고객들이 돌아갈 길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구시장은 존재하니까. '배달앱 별로네, 다시 전단지 볼래' 이러면 곤란하다.

결국 고객에게 주는 가치가 중요하다. 다만 그 고객가치의 위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단순히 오프라인과 연결하는 '하찮은 앱'이 될 수 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하는 시대'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업계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약간 다른 차원의 접근이 이어져 눈길을 끈다. '가두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이유는 알겠는데, 그 방식에 있어 화끈한 무언가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플랜B는 없나?'

▲ 출처=보맵

습관, 무시무시한 공격무기
O2O를 비롯한 많은 IT 플랫폼들은 가두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현금을 살포해 이벤트를 벌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한다.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강조했다가 '그 까이꺼 다 필요없다'는 반격에 주춤거리기도 한다.

최근 IT 플랫폼 기업들이 '습관'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습관, 이는 가두리 생태계를 꿈꾸는 모든 기업들의 최종목표다. 말 그대로 고객이 습관적으로 플랫폼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편리함과 간편함이 전제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고객이 플랫폼에 계속 체류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고객이 해당 플랫폼을 찾는 습관이 생겨야 한다는 뜻이다.

카카오는 이 방면에서 시작부터 '먼치킨'이다. 소통의 메신지를 보낼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와 배달, 소비, 콘텐츠를 하나로 묶는다. 카카오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은 가두리 생태계의 정점에 있고 큰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카카오톡은 개인화된 서비스에 특화되어 있어 더욱 유리하다.

네이버는 포털 1위 사업자의 위상에 맞게 거대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라이프스타일 전략을 짠다. 카카오톡이 세분화된 카카오톡을 통해 개인에 더욱 방점을 맞춘다면 네이버는 포털 네이버를 중심으로 하는 큰 줄기에 파생 서비스를 연결해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두 기업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라는 간편결제로도 무장했다. 이는 금융 경쟁력을 본인들이 가진 모든 서비스에 각각 연결시킬 수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가두리 생태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아마존의 가두리 생태계는 이커머스가 있어 가능했고, 그 이면에는 소비가 존재하며 또 내면에는 돈의 흐름이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에 착안해 간편결제 및 금융 인프라, 즉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깝고 중요한 돈의 흐름을 본인들의 플랫폼에 덧대며 가두리 양식장을 완성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생활밀착형 서비스 중 '돈'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어디있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 방면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를 꾸려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재미있는 것은 '모든 것을 가지지 못한 스타트업'들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정도가 되면, 송금을 중심으로 삼은 금융에 방점을 찍어 이미 시작부터 가장 밀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했기에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다. 

토스가 웹툰을 만들고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 전체로 보면 한정된 시장이지만 그 안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특히 네이버와 같은 중앙 집중형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또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고민이 많은 곳은 특정 분야에 집중된, 가두리 생태계가 필요한, 그러면서도 많은 고객이 습관적으로 찾아서 가두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들이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다방 및 직방, 야놀자와 여기어때, 보맵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이들은 각자 고유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도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고객이 습관적으로 본인들을 찾아와야 한다. 그런데 쉽지 않다. 네이버에 가면 콘텐츠도 있고 지도 서비스도 있고 궁금한 것을 알려주고 물건도 살 수 있는데 야놀자는? 보맵은? 사람들은 여행을 갈 때만 야놀자를 찾고 보험을 찾을때만 보맵을 연다.

물론 이러한 약점도 각 스타트업들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이들 역시 '고객의 습관'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야놀자는 '여가'라는 플랫폼을 내걸었다. 무언가 거창한 계획을 세워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이 울적할 때 습관적으로 훌쩍 떠나며 습관적으로 야놀자를 열어보는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습관적으로 떠나는 트렌드가 완성되는 것이고, 또 습관적으로 야놀자를 열어보는 행위가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야놀자가 큰 마음 먹고 떠나는 여행도 중요하지만 말 그대로 '여가'라는 프레임으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이유다.

보맵도 마찬가지다. 큰 마음 먹고 보험을 설계하는 고객도 중요하지만, 스스럼없이 보험에 가입하고 쉽게 접근하는 고객의 습관에 집중하고 있다. 미니보험이 등장한 이유다. 거창하고 무거운 보험 가입이 아닌, 습관적으로 보맵을 열어 미니보험에 가입하고 한시적으로 서비스를 즐긴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습관적으로 보험을 가입하고 보맵을 열어보는 것. 

물론 보험이라는 영역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아 다른 영역보다 더 큰 도전이 예상되지만, 보험을 자산관리의 수준으로 격상시켜 고객의 습관을 잡아둔다면 충분히 노려봄직한 전략이다.

▲ 출처=네이버

쉽지는 않지
마지막에 언급한 한정된 영역에서의 스타트업들이 가진 고민에 따른 해결은, 물론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 가두리 생태계를 구축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엄혹한 시대를 맞아 한 영역에만 전력이 집중된 것은 큰 약점이다. 문제는 그 약점이 플랫폼의 정체성이기에 쉽게 해결할 수, 아니 해결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야놀자가 갑자기 고객들에게 웹드라마를 제공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 대목에서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당장 보맵의 경우 B2B2C 전략을 택해 소위 암 보험같은 무거운 보험과 가벼운 보험인 미니보험을 나눴다. 그리고 특정 영역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다른 플랫폼에 B2B로 상품을 제공하고, 별도로 자사 플랫폼에서 다른 성격의 보험을 판매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하나의 강력한 플랫폼에 모든 것을 연결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넓은 의미로 다른 플랫폼과의 연합 가두리 생태계를 추구한다 볼 수 있다. 그 외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되어 가두리 생태계 전성시대를 넘는 전략이 되어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도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당장 네이버통장이 출시된 후 금융권에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CMA가 무슨 통장이냐'는 반발이 나오는 등 견제구가 상당하다. 이런 견제구는 마이데이터 사업에서도 감지되고 있으며,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강력한 콘텐츠로 무장해 모든 것을 가진 ICT 거물일수록 반발은 더욱 강할 것이다. 이는 가두리 생태계 전략 성공 여부와는 별도로, 매우 중요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