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 금리가 거의 제로에 근접한 상황에서, 경제가 더 깊은 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준이 수익률곡선관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출처= Gold Pric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일~10일 진행되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린스펀의 서류가방을 보고 경제를 판단하던(Greenspan Briefcase Indicator) 소박한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오늘날 시장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과 다양한 지정학적 힘이 압력을 가하는 미지의 바다로 밀려가고 있다. 

연준은 기준 금리가 이미 0~0.25%로 거의 제로 금리에 근접한 상황에서, 경제가 더 깊은 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준이 어떤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가를 고민할 것이다. 이 도구들 중 하나가 수익률곡선관리(Yield Curve Control, YCC)다.

수익률곡선관리란?

이번 FOMC 회의와 관련한 시장의 주된 관심은 연준이 YCC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다. YCC는 중앙은행이 특정 국채를 타깃으로 정하고 금리가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 조절은 중앙은행이 해당 국채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결국 YCC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넘어 시중금리까지 직접 통제하겠다는 통화정책 수단이다. 따라서 그다지 자주 쓰이지 않는 비전통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YCC는 양적완화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금리조절 방식이다. 기존의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대거 사들임으로써(즉, 자산을 늘림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늘리고 결과적으로 장기물 국채의 금리를 낮추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YCC는 중앙은행이 직접 금리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보다 강력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또 YCC를 통해 금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시중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져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이 수단이 동원되기도 한다.

◆ 수익률곡선관리의 효과는

YCC가 주는 긍정적 효과 중 하나는 시중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치솟는 것을 막아 줌으로써 민간기업 등의 자금조달 비용을 절감해준다는 점이다. 시중금리가 안정되면 중앙은행이 금리 조절을 위해 무리하게 채권 매입에 나서야 하는 부담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다. 시중금리의 변동성이 줄어든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우선 수요·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시중금리를 중앙은행이 개입해 강제로 조절하는 것 자체가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YCC는 시장의 저항을 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앙은행이 설정해둔 금리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시장이 판단할 경우 오히려 채권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 연준의 의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YCC도입을 고민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회복 재원 마련을 위해 다량의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국채 금리의 상승(채권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지난 두 달간 3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최소 1조달러 이상의 5차 경기부양책도 논의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국채 발행 시 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을 방법으로서 YCC가 유력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만약 YCC가 성공하면 시장은 ‘어릴 때부터 말뚝에 묶인 채 자라난 어린 코끼리'처럼 연준이 설정한 목표 범위 밖으로 금리가 벗어나려고 하면 자동적으로 이를 조절할 수 있어, 연준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장기금리 조절에 성공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지난 4월 FOMC 회의에서 YCC 도입 방안을 논의했고 이후 시장에서는 이 문제가 계속 거론돼 왔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채권 금리 한도의 설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상당량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YCC 도입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이런 발언이 연준이 오는 9월 YCC를 도입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연준이 금리 통제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CNBC의 론 인사나 애널리스트는 9일 CNBC에 게재한 논설에서 연준이 금리를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YCC는 경제 회복 초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채권시장 가격은 경제의 급속한 반등뿐 아니라 재정과 통화 부양까지 반영하고 있어, 디플레이션 압력이 소멸될 수 있고 이미 역사적인 수준을 넘은 정부의 차입금이 더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준이 이미 양적완화, 기업 신용 확대 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익률 곡선을 제어하는 것은 너무 많이 앞서 나가는 것”이라며 금융시장은 지금 당장 그런 종류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사나 애널리스트는 "수익률곡선은 불황과 회복을 예측하는 강력한 경제 신호"라며 "만일 연준이 수익률곡선을 직접 통제한다면, 안도와 회복, 대출과 지출이 충분히 진행됐을 때 이를 연준과 연방 정부에 알려줄 수 있는 시장의 핵심 메시지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YCC는 황소 옷을 입은 늑대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