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화상회의에 참석한 동료의 얼굴 표정이 영 좋지않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재택근무로 바뀌기전까지는 같은 동네에 살아서 종종 출퇴근때마다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면서 안부를 나누곤 하던 동료다.

미국에서 교육을 마치고 인도로 돌아갔다가 아이들 교육문제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하고 일자리를 구하면서 가족은 당분간 인도에 남고 혼자만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학기를 마치기를 기다려 아내가 뒷정리를 하고 동료는 미리 미국으로 건너와 집과 차를 구하기로 업무를 분담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갈수 있는 학군 좋은 지역의 적당한 집을 찾느라 꽤 시간을 보내고는 마침내 이사를 하고 가족들이 입국할 예정이라고 들은게 재택근무로 바뀌기 전인 3월초였다.

얼굴이 영 좋지않아보여 회의를 마친후 가족들은 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입국을 하지 못했다면서 한숨을 내쉰다.

당초 아내와 아이들은 4월중순 입국 예정이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 내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3월 20일에 모든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문을 닫은 것이 문제였다.

비자업무가 완전 중단된 상태이다보니 미국을 입국할 수 있는 비자를 받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인도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모든 국제선 항공편의 이착륙을 금지했기 때문에 가족들의 발이 묶인 것이다.

재택근무가 이어지다보니 여름휴가를 내고 가족을 방문할까 생각도 했었지만 여전히 여행금지가 내려진 상태이고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에는 재입국이 불허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서 가족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다.

올해는 가족을 만나기는 어려울것이라고 말하는 동료는 이로인한 스트레스가 심한 듯 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겪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미국내 이민자들은 이에 더해서 신분과 관련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인해 실직이 이어지면서 취업비자로 미국내에서 근무하던 이민자들의 입지가 크게 휘청였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돌려주겠다면서 취업이민을 막는 조처를 취하면서 타격은 더욱 컸다.

미국인들은 실직을 하면 실업급여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취업비자 신분인 이들은 동일한 세금을 납부함에도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취업비자 신분인 경우 실직 후 60일 이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미국을 떠나야한다.

평소같으면 크게 상관없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서 신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취업비자의 경우 당초 비자를 받은 카데고리에 해당되는 직업에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실직을 했다고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들은 최소 미국내에 머물수 있는 기간을 90일까지라도 연장해달라고 청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

해외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가 60일간 금지하면서 가족의 초청으로 영주권을 받을 예정이던 사람들도 발이 묶였다.

외국인들이 미국내 일자리를 가져가는 것을 막고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돌리기 위해서라는 명분인데 연간 100만개가 발급되는 영주권 가운데 취업을 통한 영주권은 15만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작 영주권 발행금지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은 미국내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이 자신의 부모나 자녀들을 초청한 경우 프로세싱이 중단되면서 이들이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가 취업비자 소지자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해외에 나가있던 사람들이 부랴부랴 입국을 하는 촌극이 빚어지는 등 미국내 이민자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