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화학이 중국 화학소재 업체인 산산(Shanshan)과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조건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자동차용 LCD 편광판 등 일부 제품군은 매각대상에서 제외되며 아직 이사회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성이 나쁜 영역을 빠르게 털어내고 IT 소재 분야에 있어 OLED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비주력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는 구광모 회장 특유의 전략도 눈길을 끈다.

LG화학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탈 LDC 전략을 추구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약 500억원 수준의 LCD 유리기판 사업에서는 아예 철수를 결정했다. 2012년 경기도 파주에 총 7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단행한 후 지금까지 약 2800억원을 투자했으나 OLED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을 매개로 전격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시기, 중국 요케테크놀로지는 자회사 시양인터내셔널이 LG화학의 LCD 컬러필터 감광재 사업을 580억원에 양수받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약 300톤 규모의 제품을 생산했으나 해당 사업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 결국 감광재 사업에서도 손을 뗐다.

그 연장선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LCD 편광판 사업에서도 철수하며 선택과 집중을 노린다는 설명이다.

▲ 신학철 LG화학 부사장. 출처=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5월 7일 임직원 20여 명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디지털 라이브 비전 선포식을 열어 ‘We connect science to life for a better future(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공개하는 한편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업모델을 진화시킬 것"이라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미래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이 LCD에서 철수하는 것은 중국의 추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LCD 시장 주도권이 중국 기업들에 넘어간 가운데 저가 물량공세가 이어지자 타격이 커졌고, 이에 시장 전격 철수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안으로 OLED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전망이다. 이는 LG 전체의 기조와도 명백하게 부합된다. 실제로 LG그룹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OLED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주력 디스플레이 자회사들이 당장 LCD에서 철수하는 것은 어렵지만, OLED로의 빠른 전환을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다. LG화학의 LCD 시장 철수도 비슷한 맥락이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후 LG그룹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슬림화 전략을 펴는 것도 시선이 집중된다. 실제로 구 회장은 2018년 취임과 동시에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을 청산했고 LG디스플레이는 조명용 OLED 사업에서 손을 뗐다.

또 LG전자는 수처리 운영회사인 하이엔텍 및 환경시설 설계 시공회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한 바 있고 LG이노텍도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에서 철수했다. 구 회장 취임과 동시에 미래비전과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계열사가 대부분 청산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이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 LG화학의 행보도 비슷한 전략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