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회에서 데이터3법이 통과된 후 신용정보법이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 개방에 따른 새로운 시장 개척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이데이터 사업 시대가 열리는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IT 기업부터 통신사까지 무려 116개 회사가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불편한 기색도 감지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바탕으로 데이터 비즈니스 시대가 열리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금융권이 이미 확보한 데이터가 IT 기반 스타트업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의 정보기술을 활용해 기존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 강자이자 마이데이터 사업을 노리는 보맵의 류준우 대표는 이러한 우려에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끼리 싸울 상황이 아니다”면서 “강력한 데이터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금융 데이터를 확보했을 때 벌어질 전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의 디지털을 둘러싼 보맵의 다양한 플랫폼 인사이트도 궁금하다. 류준우 대표를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보맵 사무실에서 만났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마이데이터, 놓칠 수 없는 기회

보맵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류준우 대표는 “보맵은 오로지 보험에만 특화된 서비스”라면서 “보험 계약에 있어 데이터가 발생하고, 고객에게 본인의 데이터 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보맵의 지향점은 고객의 데이터 결정권을 보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커스터마이징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있으며,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 타진은 이 본질에 가장 가까운 당연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쉬운 경쟁은 아니다. 신한은행은 이미 2월 ‘빅데이터 자문 및 판매서비스 부수업무’를 신고하며 몸을 풀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관련 TF까지 꾸리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합종연횡을 바탕으로 새 판 짜기에 나서는 금융 및 IT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금융권에서 ‘축적된 금융 데이터를 IT 스타트업과 공유하는 행보’를 두고 일부 불편한 기색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류준우 대표는 그 이상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봤다. 류 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데이터를 뺏고 빼앗기는 전쟁이 아니다”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모든 고민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다. 이에 류 대표는 현실적인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데이터의 가치 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금융권이 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과, IT 기업들이 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은 분명 다르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서로 교환하며 시장 전반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현실적 필요성은 구글 등 글로벌 거대 플랫폼의 진입이다. 류 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있어 기존 금융권과 IT 기업들이 데이터 확보를 두고 전쟁을 벌일 여유가 없다”면서 “만약 구글과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이 국내 금융권에 진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일반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사는 고객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고객에게 패러글라이딩이나 암벽등반과 같은 위험한 레포츠를 즐기는지 물어보는 식이다. 이럴 때 몇몇 고객은 위험한 레포츠를 즐기면서도 보험 가입에 불리해질까 거짓을 말했다가 나중에 사고가 발생, 보험 상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면서 “만약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개인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금융 데이터를 확보해 보험 서비스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이들은 이미 개인에 대한 강력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더 정교하게 금융 및 보험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이어 “강력한 일상의 데이터를 가진 글로벌 하이퍼 플랫폼이 금융 데이터까지 확보하며 시장에 진출한다면 국내 금융사들은 물론 IT 스타트업도 버텨낼 수 없다”면서 “마이데이터 사업 경쟁을 치르고 있는 116개 회사들이 필요이상으로 서로를 견제할 필요가 없다. 오로지 고객을 위한 데이터 활용에만 집중하며 건전한 시장의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소모적인 논쟁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 출처=보맵

보맵의 서비스 인사이트는?

보맵은 보험의 지도, 즉 보험의 나침반을 자처한다. 류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며 보험사와 고객 간 간격(갭)이 크다는 것에 착안했다”면서 “보험사는 디지털 준비가 미비했고 고객은 마땅한 보험 디지털 채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갭을 줄이는 한편 디지털 보험 시대를 선도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당시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규제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며 규제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보맵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보험업의 관념이 단단히 박힌 상태에서 보험의 디지털을 추구하며 시장을 넓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류 대표는 “아직도 보험 아줌마, 즉 설계사들의 손에서 보험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보맵은 아날로그적 보험이 아닌, 디지털 전환을 바탕으로 보험의 일상화를 끌어내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보험사들과 협력하는 한편 설계사들을 금융 컨설턴트로 진화시키는 목표도 세웠다. 류 대표는 “단순한 보험팔이 앱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 “보험사와 보맵, 그리고 설계사들이 디지털에서 뭉쳐 유기적인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보맵의 최종목표는 아름답다. 그러나 약점도 있다. 특히 보험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특화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으나 강력한 핀테크 기업 및 대형 IT 기업들이 송금이나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전개하며 보험도 함께 포함시켜 연합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간편한 송금앱으로 일상적인 금융 서비스를 즐기며 보험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류 대표는 그러나 보험에만 집중한 것이 약점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는 특화된 서비스이자, 마이데이터 사업 등 다양한 데이터 기반 인프라 확보로 이어지면 그 잠재력이 높아진다고 봤다.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흥미롭다. 류 대표는 “보맵은 기본적으로 B2B2C 사업을 한다”면서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출처=보맵

어떤 전략일까. 먼저 송금 및 결제,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B2B 전략을 구사한다. 류 대표는 “야놀자 및 마이리얼트립과 계약을 맺고 보맵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굳이 보맵의 플랫폼으로만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B2B 사업을 통해 다른 플랫폼에서 보맵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험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갇힌 보맵의 가능성을 확대시킴과 동시에 고객에게 하나의 플랫폼에서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A라는 사람이 여행을 떠나려 마음을 먹고 여행자 보험을 알아볼 때 그가 송금 및 결제, 보험이 지원되는 앱을 사용한다면 익숙한 해당 플랫폼을 통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굳이 보맵을 열어볼 필요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보맵은 ‘여행 플랫폼’과 손잡고 아예 B2B 방식으로 서비스를 해당 플랫폼에 붙여버린다.

A라는 사람이 여행을 가려고 보험을 알아볼 때 익숙한 슈퍼 앱을 열어볼 가능성보다, 여행지 예약을 알아보며 자연스럽게 보맵의 서비스를 만나는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추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류 대표는 “보맵의 보험 알고리즘에는 자신이 있다”면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B2B 전략에는 또 하나의 약점이 있다. 바로 보맵 플랫폼 자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류 대표는 여기에도 계획이 있다. 그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한다”면서 “B2B 관점에서 제공되는 보험 서비스는 미니보험과 같은 가벼운 보험이고, 별도로 B2C 관점에서 제공되는 보험 서비스는 철저히 보맵의 플랫폼에 중심을 둔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광고 마케팅에 집중하며 보맵 브랜딩에도 적극 나선다는 설명이다.

올해 7월 보맵의 새로운 시도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류 대표는 “보맵 자체 플랫폼에서 장기보험, 건강보험을 제대로 제공할 것”이라면서 “암보험 및 뇌근경색 보험 서비스를 보맵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류준우 대표. 출처=보맵

“보험, 어렵지 않아요”

인슈어테크 시장의 강자로 활동하는 보맵은 최근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많이 거뒀으나, 류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자평이다. 그는 “다양한 미니보험을 출시하고, 심지어 벤처 및 스타트업 특화 보험과 지역사회 보험 발굴에 집중하는 이유는 오로지 고객에게 특화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면서 “특히 보험은 기존 금융업과 달리 의료와 헬스케어 비중이 높은 종합예술이다. 오로지 보험에 집중하며 시장을 바꿀 때 파급되는 효과가 상당히 크다. 보맵이 지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목표다. 류 대표는 “사망해야만, 사고를 당해야만 보험과 만난다는 발상을 사라지게 만들고 싶다”면서 “마치 적금을 들 듯, 일상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시대를 위해 현명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도 크다. 류 대표는 “유럽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남은 곳은 동남아 시장”이라면서 “다이내믹한 동남아 시장의 특성상 보맵이 추구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맵은 현대해상과 함께 스타트업 전용 단체상해보험을 출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베트남에서 보맵과의 협력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류 대표는 “베트남 현지에서 스타트업 전용 단체상해보험을 구상했고, 보맵과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을 최근 받았다”면서 “필요한 보험을 B2B2C 차원으로 유통시키는 일은 물론, 설계사들이 수기로 작성한 보험 문서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함께하고 싶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보험을 B2B2C 차원에서 유통시키는 것은 보맵의 정체성이지만, 오프라인 문서의 데이터베이스화를 보맵에 요청한 것은 의외다. 류 대표는 “처음에는 데이터베이스 전문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왜 우리와 논의하자고 했는지 의아했으나 답은 간단했다. 보험 사업의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면서 “고객과 보험의 사업을 이해해야 설계사들의 문서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다. 결국 업을 잘 이해하며 디지털 전략을 추구하는 보맵의 존재감을 인정받은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물론 보맵이 당장 글로벌 시장 진출에 의욕적으로 나설 수는 없다. 류 대표는 “코로나19 여파와 국내 리소스(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보맵은 세계 7대 보험 강국인 한국이 키운 보험 디지털 플랫폼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력하고 무엇보다 시장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