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의 눈으로 보라> 김지훈 지음, 원더박스 펴냄.

시장의 최선두에 서있는 플레이어들은 기업이다. 그래서 경제 뉴스는 주요 기업 총수나 경영진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한다. 그런데, 시장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기업들의 주목할 만한 변동사항, 즉 공격적인 투자나 M&A(인수합병) 등 결정의 배경에는 언제나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바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에버코어, 로스차일드 등 투자은행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투자은행을 알아야 할 이유가 있다. 투자은행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장 중 하나인 채권 시장만 보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그 규모가 100조달러, 한화로 12경원이 넘는다. 투자은행은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금융상품의 거래와 금융서비스의 제공의 중요한 주체이기도 하다. 이처럼 막대한 영향력의 투자은행을 몰라서는 경제와 금융을 이해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저자는 투자은행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동안 종잡기 힘들었던 주식·채권 시장, M&A·LBO 시장 등 큰돈의 흐름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투자은행의 ‘시선’을 공유하기 위해 저자는 투자은행의 수익 모델과 내부 조직 구조를 기초 단계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주식과 채권의 기본 개념부터 자본시장의 생태계까지 자연스럽게 파악될 수 있다.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은 기업이나 기관을 고객으로 삼아 자금을 제공하고, 금융 관련 자문을 해준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과 대출을 수익 모델로 하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 다르다.

투자은행은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일반 대출 외에도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아준다. 비상장사를 거래소에 상장해 외부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공개적으로 매도하는 IPO(기업공개)는, 투자은행들이 서로 주관사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분야다.

M&A(인수합병)는 가장 대표적인 금융자문 업무다. 딜이 성사되면 딜 규모의 2%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요즘 각광받는 LBO(Leveraged Buy Outs)의 경우 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수자금을 조달하는 것인데, 인수자가 자기자본이 부족할 때 써먹는 방식이다. 많은 사모펀드들이 이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LBO에 필요한 분석을 진행하고 자문해주는 것도 투자은행의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투자은행 업무의 중심에도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투자은행이 활용하고 있는 현금흐름할인법(DCF), 배당할인법(DDM), 시장가치비교법(Multiples), 부분합계평가법(SOTP) 등 다양한 기업가치 평가법을 알기 쉽게 풀이해준다. 코로나19로 폭락한 주식시장에 몰려든 동학 개미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

흥미로운 것은 투자은행의 M&A와 LBO 업무를 투자은행 담당 부서의 프로세스에 맞춰 단계적으로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마치 투자은행의 팀원이 되어 실무를 진행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투자은행의 시선’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책 말미에는 투자은행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투자은행 취업노트 15문 15답도 붙어 있다.

저자는 청심국제중·고교를 나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정치·경제를 전공했다. 옥스퍼드 경영대학원과 센터뷰 파트너스 공동 주관의 M&A 케이스 경연 대회에서 학부생 최초로 우승한 바 있다. BNP 파리바의 런던 지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지금은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로 M&A와 파이낸싱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