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야당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돼,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는다. 지난 6월 5일, 바이든 후보는 워싱턴 등 7개 지역 경선에서 전체 일반 대의원 3,979명의 과반(1991명)인 누적 2004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바이든 후보는 “미국 역사상 어려운 시기이며 트럼프식 분노와 분열의 정치는 답이 아니다. 미국은 통합의 리더십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함께 이 나라의 영혼을 위한 싸움에서 이기자”고 미국민에게 외쳤다.

바이든 후보의 민주당 대선후보 결정은 진작에 정해진 일이었다. 지난 4월 8일, 바이든 후보의 유일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하차를 선언해서,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일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발표가 늦어진 이유가 따로 있었다.

샌더스 후보가 “대선 후보가 못 돼도 공약은 알리겠다”는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출마도 하지 않을 후보의 대선 공약 홍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가려진 후보 선출 과정을 부각하려는 민주당 전략일 수도 있다.

재선 대통령의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이 미국 정치의 관례.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인기와 영향력이 이변으로 작용, 바이든 후보는 출마하지 못했다. 어쨌든 1988년과 2008년에 이어, 바이든 후보는 가까스로 대선 후보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하는 지지율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에 이어, 바이든 후보는 지지율에서도 순풍을 탔다. 지난 6월 5일, CNN은 바이든 후보 지지율이 51%로, 41%의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NPR·PBS·마리스트폴도 바이든 50%, 트럼프 43%라고 밝혔다.

10% 가까운 지지율 격차를 보이자, 바이든 후보는 물론, 민주당도 무척 고무된 모습. 바이든 후보의 선거 캠프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실업대란 등을 비판하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통령으로서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을 과시한다.

바이든 후보의 출마가 확정되자, 트럼프 대통령도 본격 선거운동 채비에 들어갔다. 바이든 후보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11월 3일 대통령 선거는 채 5개월도 남지 않았고, 양당 전당대회도 불과 한 달 뒤에 치러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트위터를 통해 상대 견제를 시작했다. 일단 현재 쟁점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 지난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불러온 후속 상황.

지난 6월 6일,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두고 맞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보다 군중이 훨씬 적었다. 주방위군, 백악관 비밀경호국, 워싱턴 경찰이 환상적으로 대처했다”고 썼고, 바이든 후보는 “흑인 및 소수자 공동체와 하나의 미국을 만들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공화당 내 상황들

그런데 지지율도 낮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화당 소속 거물 정치인들이 등을 돌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화당 내 트럼프 대통령 재선 반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부적절 대응이 문제란 말이다.

우선, 공화당 행정부에서 흑인 최초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바이든 후보 공개지지 선언을 했다. 지난 6월 7일, 파월 전 장관은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다.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파월 장관을 내각에 지명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찍지 않았다고 언론에 보도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밋 롬니 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은 더 적극적인 태도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 6월 7일, 롬니 상원의원은 아예 수도 워싱턴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그리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리사 머코우스키 공화당 상원의원 등은 갈등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바이든 후보 캠프에선 ‘바이든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Republicans for Biden)’이란 캠페인을 발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하거나, 갈등 중인 공화당 내 거물 정치인들은 지난 2016년 대선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 공화당 거물들은 지금 정권을 민주당에 넘겨줄 각오로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지지율 변화 가능성

바이든 후보가 훨씬 앞선다는 CNN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CNN 여론조사는 가짜”라며,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할 때 수치도 이와 같았다”며 몹시 불쾌해했다.

사실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말 그대로 대통령 후보로서의 지지도라고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한 평가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 41%는 2019년 4월 이후 최저치이고, 바이든 후보의 51% 지지율은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실업대란, 인종차별 시위로 인한 불만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변화가 없을까? 당연히 변화가 생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실업대란은 3분기와 4분기 경기 부양을 통해서 만회할 수 있고, 인종차별 시위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시위와 관련해서 부시 전 대통령, 파월 전 국무장관, 롬니 상원의원까지 바이든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의도치 않게 대통령 선거 쟁점을 인종차별 문제로 제한할 수 있다. 인종 문제가 쟁점이 되면, 바이든 후보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회복되면, 차기 대통령 선거는 백인 대 유색인 대결 구도로 정립될 것이 틀림없다. 미국 백인 비율은 69%, 유색인 비율은 31%. 41%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는 변함 없는 가운데, 중도 백인과 민주당 백인 유권자들이 지지세력으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