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분쟁으로 글로벌 경제는 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질병의 특수성에 시선이 집중된다. 무역전쟁 휴전으로 잦아들던 미국과 중국의 전쟁을 다시 촉발시킨 것도 코로나19며, 이후의 미래를 대비하는 일에도 코로나19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이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경기 고양시 주교 제1공용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 코로나19 진단 검사 시설인 '안심카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포스트 코로나

질병은 역사를 바꾼다. 실제로 중세 유럽 흑사병이 창궐하며 신의 권위가 도전받아 르네상스의 마중물이 마련됐다. 또 찬란했던 잉카제국이 유럽인들의 천연두에 속절없이 당해 식민지가 되자 현지에서 쏟아진 막대한 ‘은’은 유럽의 상공업자 지위를 격상시켰고 시민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2020년 1월 미중 무역전쟁 휴전이 선언됐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지며 두 슈퍼파워는 다시 격돌하고 있다.

관건은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다.

업계에서는 포스트의 코로나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비대면 트렌드의 강화, 폐쇄적인 환경의 일상화 등을 지목한다. 언제든 감염의 위험이 닥쳐올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지며 각국의 정치 및 경제 활동도 상당부분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위기상황을 맞아 이를 현명하게 넘기는 국가 지도자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지도자는 가차없이 무너질 수 있는 시대다. 여기에 폐쇄와 고립이 경제의 키워드로 작동하며 최대한의 경제활동 범위를 국가로 규정하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특히 집중해야 할 부분은 경제불황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전망하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지점이다.

현재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일시에 붕괴되고 생산거점이 셧다운 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에, 추후 경제활동은 당분간 제한적이고 위축된 분위기를 보일 수밖에 없다. 비대면 트렌드와 온라인 퍼스트 전략이 이에 대한 대비책이지만, 아직은 오프라인의 연결을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불황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글로벌 경제의 트렌드는 더욱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가격은 낮지만 성능이 좋은 기술과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미중 신경전이 가열되며 경제를 수단으로 하는 정치적 충돌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나,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 키워드가 불황의 장기화라는 점은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국가 기간 인프라 사업일수록 이데올로기나 국가적 이해관계보다, 당장의 경제적 이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택하는 것이 트렌드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근 고립무원에 빠진 화웨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한국이 이에 부화뇌동해 쉽게 화웨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황이라는 키워드와 앞으로의 경제 트렌드를 고려한다면, 선택지는 다양해야 하며 확실하게 이용해야 한다.

▲ 코로나19 여파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중교통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현명한 줄타기의 조건

‘줄타기’는 많은 나라에서 즐겨하는 전통놀이다. 다만 한국의 줄타기는 다른 나라의 줄타기와 비교해 사뭇 느낌이 다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줄타기는 ‘줄’을 타는 곡예사의 기술에 중점을 두며 놀라운 퍼포먼스에 높은 점수를 주지만 한국의 전통 줄타기는 음악 반주에 맞춰 곡예사와 바닥의 광대가 재담을 주고받는 것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가 아닌, 콘텐츠에 강점이 있다는 뜻이다.

미중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신냉전의 시대며, 수출중심 한국경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퍼포먼스에 집중해 개인기만 보여준다면 승산이 없다. 미중 갈등의 단면을 파헤치며 우리만의 콘텐츠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선택지는 다양하고 줄을 한 번 타기 시작하면 돌아올 수 없다. 바닥의 광대가 장구를 치고 관중들은 곡예사만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