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신차 흥행, 노사 협력 등 성과를 거둠으로써 리더십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시뇨라 사장은 올해 성과를 통해 2017년 11월 부임한 뒤 업계 일각으로부터 받아온 리더십 부재 지적을 털어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시뇨라 사장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시뇨라 사장의 올해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판매 실적이 꼽힌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1~5월 내수 시장에서 4만1574대를 판매했다. 시뇨라 사장 임기를 비롯해 최근 5년간 르노삼성차의 같은 기간 실적 가운데 2017년(4만3882대)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는데도 일말의 성과를 거뒀다. 노사는 지난 4월 조합원의 기본급을 2년 연속 동결하는 등 내용을 담은 2019년 임금 교섭 및 단체협상 합의안을 최종 수용했다.

르노삼성차가 최근 신차 출시·생산, 노사협력 등 분야에서 거둔 성과에는 최고경영자(CEO)인 시뇨라 사장의 공이 담겼다. 글로벌 기업 집단인 르노 그룹의 한국 사업장인 르노삼성차는 사업에 관한 주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시뇨라 사장을 통해 본사로부터 승인받기 때문이다.

시뇨라 사장은 르노삼성차에 관한 주요 결단을 내린 뒤 르노삼성차 분야별 실무자들이 각 현장에서 낸 성과를 본사에 어필하고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신차 생산 물량 배정, 시설 투자 등에 필요한 그룹 차원의 지원을 확보한다.

XM3가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점은 노사협력 측면에서도 시뇨라 사장의 공로를 간접적으로 방증한다. 르노 그룹은 제품 품질, 비용 경쟁력, 공장 인력 전문성, 가동률 등 생산 타당성 평가 항목을 기준으로 신차 생산지를 결정한다. 신차 물량 배정지를 고르는 과정에서 사업장별 소재지의 법률적 환경·특수성 등 대외적 변수는 고려하지 않는다.

르노삼성차는 고임금, 파업 활성화 등 노동권 입지가 비교적 강함에 따라 생산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 한국에서 XM3 생산 물량을 배정받았다. XM3가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었던 배경에,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뇨라 사장의 노력이 깃든 셈이다.

시뇨라 사장은 실제로 작년 XM3 생산 물량을 본사로부터 배정받기 위해 CEO 자리를 내거는 등 배수진을 쳤다. 시뇨라 사장은 지난해 2월 노조 집행부 구성원들을 직접 만나 “대표직을 걸고 임단협에 임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부산상공회의소, 부산시 등 공장 소재지의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부산공장의 생산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시뇨라 사장의 이 같은 노력은 일면 고객 신뢰를 확보하려는 취지인 한편 노동계와 소통하는 기관을 감응시킴으로써 우회적으로 노조를 설득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기원 르노삼성자동차수탁기업협의회 회장은 작년 4월 부산상의에서 시뇨라 사장과 면담한 뒤 “CEO(시뇨라 사장)가 협력업체 및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행보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르노삼성자동차수탁기업협의회는 르노삼성차 협력업체끼리 모여 만든 단체다.

시뇨라 사장이 올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엔 한편 코로나19 위기가 역설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뇨라 사장은 앞서 임기 초 제시한 경영 슬로건인 ‘수익성을 기반한 지속 성장’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7년/14만㎞ 무상보증, 고객 서비스용 앱 출시 등 시장 빈틈을 공략해왔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자동차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차량 장기 이용, 비대면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에 대응했다.

또 르노삼성차는 최근 코로나19 방역 노하우를 르노 그룹에 공유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유행병 사태가 이어진 2~5월 공장 구성원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한 이유로 생산활동을 중단하지 않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르노삼성 부산공장과 수출 차량 물량 배정을 두고 경합하는 스페인 바야돌리드(Valladolid) 공장에서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르노삼성차가 코로나19에 적절히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은데엔 한국의 전반적인 방역 성과에 편승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만 현대차 울산공장이나 르노그룹의 글로벌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방역 성과가 대조적으로 각광받았다.

▲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지난 2018년 5월 10일 부산공장 300만대 생산 기념식에서 환영사를 전하는 모습.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시뇨라 사장은 이번 성과를 통해 그간 업계 일각에서 제기돼온 ‘리더십 부재 의혹’을 털어냈다. 시뇨라 사장은 앞서 부임 이후 2017년 4만3882대에 달하던 내수 실적이 2018년 3만3800대, 작년 2만8942대로 급감하는 동안 신차를 출시하거나 노사 갈등을 봉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국내 일부 언론과 업계 종사자들은 르노삼성차 부진의 요인으로 시뇨라 사장의 리더십을 문제 삼기도 했다. 올해 거둔 성과로 시뇨라 사장의 경영 능력이 재조명된 모양새다.

일부 해외 매체도 시뇨라 사장이 이끄는 르노삼성차의 최근 성과를 눈여겨 보고 있다. 프랑스 경제 전문 매체 프로방스 인포마시옹 이코노미크(Pacainfoeco)는 르노삼성차 XM3에 대해 “르노삼성차가 개발·생산한 XM3는 경제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달 간 한국에서 전례없는 상업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