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동안 변화가 없을 듯하다가 어느 한 순간 뒤집어지는 개혁적인 21세기 인도 사회를 종종 볼 수 있다. 다양성이 하나로 융합되는 인도 사회의 의식구조엔 기존 가치관의 포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이 변화를 구성원들이 이구동성 받아드릴 수 있는 명분과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엔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도 사회 변화의 명분이자 계기가 되었다. 그런 변화 중 하나가 ‘인도 먹거리의 변화’이다.

인도에 가보지 않았어도, 심지어 인도가 싫더라도 인도 음식은 좋아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거 배낭 여행족들을 통해 한국에 소개된 인도 음식은 지금은 전국에 150여 개 전문식당이 성업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요즘 이들 인도식당들도 코로나19로 외식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여느 한국 식당들보다 더 큰 어려움은 식재료 조달 문제일 것이다. 인도 음식을 제대로 만들려면 고유 향신료 등 특별한 재료를 인도에서 수입해와야 한다. 하지만, 인도와 한국을 오가는 인적 물적 이동이 끊어지면서 식재료 조달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인도 음식은 여러 가지 향신료 조합으로 이루어지기에 조리하는 과정 또한 간단하지 않다. 많은 채소류가 다듬어지고 조리기구에서 기름에 볶아지고 섞이는 등으로 일손과 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노동’이다. 이런 고된 노동을 중산층에선 가사 도우미에게 전담시켜왔다. 그래서 전통주택에선 도우미가 입주할 수 있도록 본채와 격리된 별도의 공간이 있었다. 현대화된 아파트 구조에서도 초기엔 이를 반영하여 건축되었을 정도였다. 이런 배경 때문에 여성을 부엌에서 해방시키는 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산업은 인도에서는 성장이 더디었다. 적지 않은 중산층 주부들이 가사 노동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봉쇄령은 이러한 문화에도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거의 모든 중산층에서 도우미들이 출근 못하는 형편이 되었거나 해고되어, 가정주부 혼자서 하루 세 끼 식사를 차려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봉쇄 하에서 가정불화와 이혼 소송이 늘어났다는 외신보도가 있는데 주로 부엌에서 이슈가 발생하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가공식품 즉석식품이다. 이들 제품이 힘든 가사노동에서의 탈출 수단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처음엔 호된 가사노동에서의 탈출이었는데 이들 제품을 맛본 가정주부와 가족들은 가사도우미의 요리보다 더 맛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봉쇄가 풀리고 가사 도우미를 재고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도 간편식 선호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그 덕에 인도에 수입된 한국 라면이 인기몰이를 하여 심지어 몇몇 지역에서는 보유재고가 없어 판매를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단 몇 분이면 준비되는 한국라면은 그 편리성 때문에 가정주부들의 환영을 받았고 아이들과 어른들까지 점차 맛에 길들여져 예전에 비하여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만약 식품기업의 마케팅으로 간편식을 홍보하고 소비자들을 계몽하고자 하였다면 수조원 이상의 예산과 수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그러고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불과 몇 개월 동안의 봉쇄가 기존 인도의 문화 전반을 바꿔 버렸다. 간편식 시장 이외에도 인도사회 곳곳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인도 비즈니스의 성패가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