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화그룹이 미국 수소 트럭 업체인 니콜라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수소 사업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고 8일 밝혔다. 2018년 총 1억달러를 선제 투자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 상장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수소 트럭 사업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화가 보유한 니콜라 지분 가치는 상장 이후 7억 5000만달러에 달한다.

한화는 이를 바탕으로 태양광에 이어 수소에 이르는 종합 에너지 스펙트럼을 넓히게 됐다. 

그 중심에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있다. 최근 김동관 부사장이 그룹의 알짜배기 자회사인 한화솔루션으로 부임한 가운데, 한화의 큰 그림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 니콜라의 수소트럭. 출처=한화

테슬라, 그리고 니콜라

미국의 전기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는 ‘영감의 발명가’ ‘전기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는 불세출의 공학기술자다. 최초의 교류유도전동기와 테슬라 변압기 등을 만들었으며 자기력선속밀도의 단위인 테슬라는 그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니콜라 테슬라는 비운의 과학자이기도 하다. 발명왕 에디슨과 함께 일했으며 에디슨은 그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았고, 세상은 니콜라 테슬라가 이룩한 영광을 오로지 발명왕 에디슨에게만 돌렸다. 결국 천재 니콜라 테슬라는 1934년 뉴욕의 한 호텔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다만 세상은 그를 잊지 않았다. 그가 남긴 기술적 진보는 전 세계의 엔지니어들 가슴에 남아있으며, 최근 스페이스X를 통해 크루드래곤을 ISS에 쏘아올린 또 다른 천재 일론 머스크는 그의 이름을 딴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를 설립했다. ‘에너지의 왕’ 니콜라 테슬라의 후계자인 일론 머스크가 기가팩토리와 전기차로 세상을 놀라게 만드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에너지의 왕 후계를 자처하는 스타트업이 나왔다. 바로 니콜라다. 니콜라는 창업주인 밀턴이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2018년과 2019년 한화, 독일 보쉬, 이탈리아 CNH 인더스트리얼(이베코 트럭 제조사)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 수소 1회 충전으로 1200마일(약 1920km)을 갈 수 있는 수소 트럭(FCEV)과 유럽을 겨냥한 전기 배터리 트럭(BEV)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니콜라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사가 있으며, 현재 피닉스 인근인 쿨리지에 최첨단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부터 전기 배터리 자동차 판매를 통해 미국 및 유럽 트럭 시장에 진출한 뒤, 이르면 2023년 수소 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다. 니콜라는 “이미 100억달러가 넘는 1만4000대 이상의 수소 트럭을 선주문 받아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니콜라는 수소 트럭 제조 외에 수소 충전소 조성을 통한 수소 기반 물류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 기반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 한화솔루션 비전 선포식 기념사진(왼쪽부터 류두형 첨단소재 부문 대표, 김희철 큐셀 부문 대표, 김동관 전략부문 부사장, 이구영 케미칼부문 대표). 출처=한화솔루션

김동관의 승부수

테슬라가 전기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면, 니콜라는 수소 인프라를 중심으로 세상을 놀라게 만들 태세다. 그 연장선에서 니콜라를 선택한 한화의 로드맵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화와 니콜라의 인연은 2018년 초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한화 벤처 투자 전담 조직이 니콜라의 비전을 모색했고, 북미 지역에서 한창 신재생 에너지 사업 확장을 고민하던 한화에너지와 해외에서 친환경 융복합 사업 신규 진출을 추진하던 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전격적인 결단의 중심에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당시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이 있다. 그는 북미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고 니콜라의 창업주인 트레버 밀턴을 직접 만났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는 미국 수소 생태계 진출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니콜라의 손을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큐셀은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고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수소 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태양광부터 수소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에너지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도가 충실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당장 한화큐셀은 지난 4월 ‘독일 생활소비재 어워드’(Life & Living Awards 2020) 태양광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며 수만명의 소비자가 참여한 어워드에서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았으며 지난 2월에는 태양광 전문 리서치 기관 이유피디리서치(EuPD Research)가 브랜드 가치를 평가해 선정하는 태양광 톱 브랜드(Top Brand PV)를 유럽 7년 연속, 호주 5년 연속 수상할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 태양광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출처=한화

그 중심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 부사장이 수소 에너지 인프라까지 이르는 강력한 에너지 인사이트를 보여줬고, 니콜라와의 전격적인 결단으로 이어졌다.

한편 재계에서는 한화와 니콜라의 연결고리가 주목받는 가운데, 김동관 부사장 개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한화가 김 부사장을 앞세워 그의 손에 시작된 태양광과 수소에 이르는 폭넓은 인사이트를 강조한 점에도 집중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현 구광모 회장은 취임 전 상대적으로 그 행보가 가려져 있었으나, 경영권 승계 직전 회사의 전면으로 부상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일각에서 김 부사장이 한화솔루션으로 이동 후 니콜라와의 협력을 통해 수소라는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전면에 나선 장면을 의미심장하게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