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 2020년 6월8일 오전. 편의점이 없는 제주도 산간지역 초등학교 돌봄 교실 선생님이 GS25 '나만의 냉장고 앱'을 통해 '아이돌 샌드위치' 100인분을 주문한다. 주문을 받은 GS25는 함께 있는 GS칼텍스 주유소에 대기 중이던 드론 '네온테크(ND-820)'와 '엑스드론(XD-I6D)'에 도시락과 음료 등을 싣는다. 5분여 뒤, 아이들 오후 간식이 하늘을 건너 온다. 전 과정은 언택트 배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뉴노멀 소비 첫 시작이다.

도시락을 든 드론이 하늘에 떴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드론 배송 서비스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추진된 것이다. 다만, 이번 시도는 '미래를 준비하는 기반닦기' 수준으로, 수익성 있는 드론배송 시대를 열기엔 환경적 제약이 크다는 게 업계 평가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GS칼텍스과 함께 제주도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에서 드론 배송 시연행사를 성공리에 마쳤다. GS25의 이번 실험은 물류기업 배송 시스템과 다른 점이 있다. 대상 운용 지역이 '도서지역'인 점이다. GS25는 시범적용 대상 지역으로 연평도, 백령도, 마라도를 언급했다. 전면 상업화를 앞둔 아마존 사례와도 다른 생소한 방식이다.

관련업계는 한국의 배송 물품, 접근성, 실용성을 고려한 접근으로 풀이했다. 소포장 상품, 한정된 패키지 형태 등 상품 구성 차이가 반영된 것과 GS칼텍스 주유소를 물류 기지로 활용하고 배달한다는 특성도 반영됐다.

▲ GS25 상품을 실은 드론이 GS칼텍스 주유소에서 배송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왜 제주일까? 가정배달은 한계…물류기지에서 물류 기지로

현재 미국의 아마존은 가장 앞선 드론 배송 기술을 지닌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가장 먼저물류기지에서 가정으로 이어지는 배송시스템 상용화를 밝혔고, 이를 위한 절차도 발빠르게 이뤄지는 중이다.

한국 역시 드론 배송을 준비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CJ대한통운, 롯데로지스틱스 등 물류 운송기업을 비롯해 KT, LG유플러스 등 IT기업들도 미래 물류사업 조성에 나서고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한계성이 있다. 밀집된 거주공간(아파트, 빌라 등) 형태는 건물간 간섭이 심하고, 안전 문제도 커 드론 배송에 적합하지 않다. 서울·경기·부산·광주 등의 도심은 소비자와 유통업체간 접근성이 좋아 드론 배송 필요성이 적다. 

이에 GS리테일은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지역을 주이용 대상지로 잡았다. GS25, GS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GS리테일 점포 인프라를 도서지역으로 연결한다는 청사진이다. 유력 대상지(연평도, 백령도, 마라도) 물류를 인근 부속 도서지역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백령도는 GS25에서 인근 대청도(약 14km), 소청도(약 7km)를 드론 배송망으로 묶을 수 있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약6km)거리도 배송이 가능하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는 배편으로 2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되지만, 드론을 활용하면 배송시간을 5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대상지역을 넓힐 경우, 인천광역시 옹진군 도서지역은 효용성은 더욱 커진다. 덕적도를 물류 기지로 활용해 인근 굴업도, 선미도, 문갑도, 선갑도, 백아도, 부도, 울도, 소이작도, 대이작도 등에 물품 전달이 가능하다. 선박을 이용할 경우 최소 20~120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다.

아울러 GS칼텍스 등 기존 유통 인프라를 통해 긴급 재난 상황에 생수, 도시락, 식재료 등 생필품과 구호 물품의 신속한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란 GS리테일측 기대다.

▲ GS리테일 드론 배송 시연 행사. 사진=GS리테일

드론기술 어디까지 왔나?

국내 드론 배송 기술은 그간 물류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CJ대한통운, 롯데로지스틱스 등 택배 기업들은 자체 연구 부서를 두고, 시스템 구성에 나서는 중이다. 택배 상자를 상공에서 나르고, 내리는 기술·장치, 추락시 대응 방법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성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평지 운송, 단독주택 배달이 많은 미국과 배송 환경이 다르고, 드론이 움직일 수 있는 공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성도 발목을 잡는다. 수억원을 넘는 드론 가격, 1인이 1개 드론만을 조정할 수 있는 점 등이 문제다. 야간비행은 물론 사고에 대비한 보험상품도 없다.

때문에 최근 이뤄진 GS리테일의 움직임과 물류기업들 시험은 아직 ‘미래를 준비하는 기반닦기’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미래 주역기술 변화에 대비해 기술을 축적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GS리테일이 개발중인 도서지역간 물류 이동의 경우 도심운송에 비해 감안해야 할 위험 요인이 적다. 수익사업보다는 공익사업 목적이 큰 이유다.   

GS리테일 역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물류 사각 지대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 친환경 물류 실현 등으로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역할을 확대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한국 도심은 유통업체 접근성이 용이한 반면 드론 배송은 어려운 환경"이라며 "법적 현실적 문제로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