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8일 국세청 브리핑실에서 세무조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국세청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실제로 근무하지도 않는 가족들을 허위로 임원 등재해 억대 연봉을 지급하거나, 고가의 스포츠카를 회사업무용으로 취득한 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일을 저지른 사주일가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이들중 일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SNS를 통해 이를 자랑하는 내용을 올려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국세청은 8일 가족의 명의만 등록하고, 매월 수억 원의 고액 급여를 지급하거나, 회사돈으로 산 슈퍼카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회사 사장과 그 가족 24명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게 된 24명의 평균 재산은 1462억원(금융자산 52억원, 부동산 66억원, 주식 1344억원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전업주부인 배우자, 해외 유학 중인 자녀, 고령의 노모 등으로 실제로는 회사에 근무하지도 않았지만, 1인당 평균 21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급여를 지급 받았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유명 프랜차이즈 사장 A 씨는 가맹점을 상대로 필수자재를 비싼 값에 납품했을 뿐 아니라, 10대 후반의 부모와 부인과 자녀를 임직원으로 허위로 올린 뒤 5년 동안 약 45억원의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자녀가 유학하는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다음, 자녀를 임원을 올려 급여로 유학비용과 주택 임차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귀국 이후에도 계열사를 통해 2년 동안 약 4억원의 거짓급여와 용역비를 지급했다.

국세청은 사주가족의 근로 및 용역제공 적정 여부, 외환 송금액을 포함한 자금 흐름, 주식 명의신탁 혐의 등을 정밀 검증할 방침이다.

▲ 회사 명의로 고가 슈퍼카 6대를 취득하여 사주 가족 각자의 자가으로 사용하는 등 호화사치를 일삼으며 세금을 탈루한 사례 제공=국세청

2세 기업인 B씨는 회삿돈으로 총 16억원 상당의 슈퍼카 6대를 사들였다. 이 자동차들은 B 씨와 전업주부인 B씨의 부인, 대학생 자녀 2명의 자가용으로 사용됐다. 또한 그는 회사 명의로 27억짜리 콘도를 구매하여 가족 전용 별장으로 쓰고, 법인카드를 해외여행과 가족들이 사용할 명품을 사들이는 데 사용했다.

이외에도 B씨는 임원 명의의 위장계열사를 설립, 해외거래처와 거래 중간에 끼워 넣는 수법으로 '부당 통행세 이익'을 취했고, 회사자금을 유출하기도 했다.

친환경 소재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사주 C씨는 회사 명의로 약13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스포츠카 2대를 사들여 전업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에게 개인 자가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더불어 C씨는 회사 이름으로 80억원 상당의 강남 아파트를 사들여 가족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했다. C씨의 배우자와 자녀도 회사 법인카드를 사용해 명품 가방을 사들이고, 고급 유흥업소를 출입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사주 및 이익을 나눠 받은 가족들의 재산형성 과정 전반과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면서 "조사 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대폭 축소하되, 회사 이익 편취 등 반사회적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