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 CATL이 기존 전기차 배터리와 비교해 무려 8배나 긴 수명을 자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협업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는 가운데 LG화학을 위시한 국내 배터리 업계도 긴장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8일 본사에서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무려 200만Km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8년에 24만km라는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기능이다.

CATL은 최근 미국 GM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복안이다. GM의 3세대 전기차 모델인 BEV3를 중국에 적용하며 CATL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이 골자다.

테슬라와의 공동전선도 눈길을 끈다. CATL은 지난 5월 투자자 컨퍼런스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상하이 테슬라 기가팩토리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지금까지 리튬이온 원통형 배터리만 고집했으나, 이번에 CATL과 협력하며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 가능성에도 주목했다는 점이 새롭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의 단독계약을 통해 전기차를 생산했으나 최근에는 LG화학과 협력해 공급처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는 중국 정부와의 밀착을 바탕으로 CATL과의 협력에 나서는 분위기다.

LG화학이 테슬라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를 차지한 상태에서 CATL의 대규모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1분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27.1%를 점유해 1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분기 10.7%의 점유율에서 무려 2배나 성장했다.

다만 CATL의 반격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당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먼저 테슬라의 경우 CATL과 협력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단계의 모델에만 적용한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델3의 LR 트림에는 LG화학 리튬이온 NCM811 원통형 배터리가 들어다며 하위 모델인 SR 트림에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들어간다.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LG화학

테슬라가 CATL과 협력하고 있으나 파나소닉을 버린 것도 아니다. 지난 2월 중국산 모델3에 탑재된 배터리 전량을 LG화학의 배터리로 채우며 두 회사의 협력전선에 금이 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으나 테슬라는 현재 미국 기가팩토리 증설에 나서며 파나소닉과의 협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CATL이 미국 GM과 협력하는 분위기지만, GM은 이미 LG화학과도 손을 잡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GM과의 협력이 CATL만의 호재는 아니라는 뜻이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공격적인 시장 확장에 시동을 거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LG화학은 현재 약 150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아크폭스의 전기차, 알파T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 올린 상태에서, SK이노베이션이 이사회를 열어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중인 1공장을 포함에 추가 2공장 건설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리고 LG화학과 SK하이닉스 및 삼성SDI 모두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