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총력 결의대회’에 모인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이 체불임금 250억원에 대한 선제적 해결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인수합병(M&A) 작업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타항공, 임금체불로 노사갈등 분수령

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총력 결의대회’에서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매각작업이 시작할 때는 회사가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먼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합병과 매각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는 임금조차 체불하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무환경 악화, 운항자격(AOC) 상실 등 각종 악재로 시계제로 상태인 이스타항공이 이번엔 임금체불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대주주에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한 반면 이스타홀딩스 측은 미지급 임금은 인수자가 해결하기로 했다고 맞서면서 양측의 공방전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 18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경영권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매각 예상가는 695억원이었다. 

매각작업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한데다 제주항공도 타격을 입으면서 인수가에 입장차가 생겨난 것이다. 이후 지난 3월 2일 양사는 예상 가격보다 150억원 낮은 545억원에 주식매매를 위한 계약 체결에 합의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돌연 계약 조건을 바꿔 이스타항공 측에 추가적인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애초 미지급 임금은 인수자인 제주항공이 해결하는 것으로 계약이 이뤄진 바 있다.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로 악화된 제주항공의 재정상황이 이유로 꼽힌다.

▲ 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총력 결의대회’에서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가격 협상 줄다리기에 직원 피해는 눈덩이

문제는 체불임금 문제가 진행 중인 M&A 작업의 뇌관으로 작용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을 해결하지 않는 경우 제주항공이 선지급금을 포기하더라고 매각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면서 애초 5월 11일 예정이었던 딜클로징(인수계약완료)는 또 다시 연기됐다. 업계는 딜클로징 시기를 6월말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5월말로 예정이었던 국내선 운행 재개와 고용노동부가 6월 9일을 시한으로 명령한 체불임금 지급 또한 기약 없이 미뤄진 상황이다. 

아울러 이스타항공 노조 주장에 따르면 양사의 국내 기업결함심사는 이례 없이 빠르게 이뤄졌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제주항공이 한 달이 지나도록 보완서류조차 제출하지 않으면서 M&A 과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베트남에서는 한 달이 지나도록 보완서류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의도적인 지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사측이 2월 이후 누적되고 있는 체불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인 100억원만 받고 나머지는 모두 포기할 것을 직원들에게 종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노사협의회를 열고 ‘체불임금 중 2~3월 급여 최대한 지급 노력, 4~6월 급여 반납’이라는 방안을 들고 나와 직원들의 동의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사측은 “체불임금 문제로 매각협상이 결렬되면 정부지원도 쉽지 않아 파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체불임금 포기에 동의할 경우 향후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조건도 내건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줄다리기가 빠른 시간 안에 정리되기 어렵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매각 완수의 키를 쥐고 있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인데다, 이스타항공 또한 인수가를 한차례 낮춘 상황에서 더 이상 헐값에 팔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4월까지 인턴 등 계약직 188명이 계약해지됐고, 정규직 65명을 반강제로 희망퇴직 시켰다. 또한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이스타포트와 계약을 해지해 300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것으로 모자라 사측은 100명 가까운 정리해고와 전직원 30% 가량 임금삭감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이스타항공 직원은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사실상 실소유주”라며 “계약대로 매각이 성사될 경우 545억원의 매각대금은 이 당선인 일가가 가져가게 된다. 즉, 더 큰 차익을 내려고 버티고 있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이어 “직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상직 의원과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위기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