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미국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 조치에 큰 타격을 입게된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이 반도체 자체 생산에 성공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5일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 화웨이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5일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자국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게 했다. 앞서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화웨이에서 사용하는 것을 전면금지했는데, 이보다 한층 더 강화된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화웨이는 첨단 시스템반도체를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인텔·퀄컴·ARM 등 반도체 유력 회사와 거래를 할 수 없게된 화웨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부품 조달을 의지하고 있었지만, 결국 이마저도 막히게 된 것이다.

KIEP는 "이번 규제는 화웨이와 TSMC 사이 연결고리를 제거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미국이 자국 내에 TSMC의 최첨단 시스템반도체 공장 건설을 유치한 만큼, 이 회사를 중국에서 분리하고 미국의 공급망에만 편입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에 시스템반도체가 아닌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지금 당장은 미국의 규제 강화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으리라고 보인다.

다만, KIEP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에 속도를 낼 것이 분명한 가운데, 이후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지 한국 반도체 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중국이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중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능력을 갖추게 된다.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로 중국시장과 세계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5G 네트워크 장비를 배제하고 있는 서방 국가들의 결정을 볼 때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불신이 확대된다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시장만 잠식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반대로 국산화가 늦어지더라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수요가 줄어 시장이 위축돼 한국 업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KIEP는 "중국으로서는 첨단 반도체 제조능력이 없어서 타격을 입었다고 해석할 수 있어 첨단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능력을 갖추게 되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중국과의 기술격차 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