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백화점 체인 JC 페니(J.C. Penney)도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달 파산을 신청했다.    출처= KHQ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지난 5월 한달 동안 미국 기업의 파산이 급증, 금융 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률서비스 회사 에픽 글로벌(Epiq Global)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연방 파산보호법 챕터 11에 의거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722개사로 지난해 487개사에 비해 48% 증가했다. 전달인 562건보다는 28% 증가했다. 5월 파산신청 건수 722개는 금융위기 이후 상처에서 벗어나자 못했던 2011년 5월과 같은 수치다.

미국의 연방 파산법에서 파산절차와 관련한 조항은 크게 챕터 11과 챕터7 두 가지로 나뉜다. 챕터 11은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절차다. '파산보호'라고도 불리며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반면, 챕터 7은 명실상부한 파산으로 기업의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지난 5월 파산을 신청한 기업 목록에는 118년 역사의 백화점 체인 JC 페니(J.C. Penney)를 포함해 113년 전통의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중저가 의류 브랜드 J.크루(J.crew), 베이커리 체인 르 팽 코티디앵(Le Pain Quotidien)의 미국 법인, 체육관 프랜차이즈 골드스 짐 인터내셔널(Gold’s Gym International), 종합 제약회사 아콘(Akorn) 등이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자회사들을 챕터 11에 따른 파산 보호로 내몰아 그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파산보호 신청 기업이 이처럼 늘어났다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피해가 그만큼 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기록적인 증가를 보였다. 즉각적인 경제 건전성 지표와 달리, 챕터 11 파산 신청은 기업들이 현금 지출을 통제하고 채무 상환 중단에 관한 협상을 하고 최후의 수단인 파산 신청을 피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한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경제 현실을 뒤늦게 반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파산 신청의 급증은 대개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할 때쯤 나타난다.

샌안토니오의 파산전문 변호사 데보라 윌리엄슨은 코로나로 인해 몇 달 동안 불황의 파급에 빠져있던 회사들이 서서히 헤처나오는 것을 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윌리엄슨은 일부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비필수 사업장을 폐쇄하고 소비자들이 매장에 가는 것을 제한했던 봉쇄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일부 회사들은 여전히 사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텔들은 빨리 되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사무실 공간(부동산업)도 장기적인 영향에서 벗어나지못할 것입니다. 전 세계가 두 달 이상 우리를 격리시킨 영향이 상황이 일부 완화됐다고 해서 마법처럼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다른 파산 전문 변호사 제임스 콘란은 그의 동료들이 에너지, 항공사, 항공기 대여업체, 부동산, 자동차회사, 호텔, 소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5월 한 달 동안 파산 신청에 대한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인해 많은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채무가 많은 회사들은 챕터 11에 따른 파산 신청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파산 대기업이 전례 없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의 구제 프로그램이 점점 줄어들면서 향후 몇 달 동안 기업의 파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파산 추세는 대출기관들과 임대사업자들이 기업들이 파산하지 않도록 얼마나 인내심을 가져주느냐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1만 2000여 명의 파산 전문가들이 소속되어 있는 미국 파산연구소(American Bankruptcy Institute)의 에이미 콰켄보스 상무는 "경기부양법 같은 정부의 신속한 대책이 위기 중에도 소비자들을 떠받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제금융이 바닥이 나면 재정난이 가중된 많은 가계와 기업들이 파산이라는 피난처를 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