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은 주장의 연속이다

그 주장을 통해 함께 하는 타인을 인지·이해·설득하는 과정을 늘 거친다. 그리고 그 설득으로 비로소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실현시킨다. 이를 통해 나도 좋고 조직도 좋은, 그려내고 싶은 최종의 그림을 완성해 가며 조직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직장생활은 어렵다.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때가 많은데, 이를 가지고 타인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올바른 방식으로 설득하지 못해 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말하려고 한다. 그렇게 갈등은 빚어지고 많아진다.

설득에 필요한 것은 ‘주장을 하기 위한 크고 우렁찬 목소리와 몸통이 아니다. 주장을 만들거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 등을 합리적 과정으로 만들어 줄 ‘분석과 해석’이다.

 

분석(나누다 分, 쪼개다 析) – 분석은 나누고 쪼개는 것이다

기존의 개념 또는 정의가 있다면, 이를 세분화 하는 것을 뜻한다. 마치, 큰 고기 덩어리를 여러 부위에 맞도록 구분하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또는 그 반대로 기존에 구분하거나 묶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해체 및 합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은 데이터를 쪼개고 나누어, 새롭게 다시 묶어서,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사고의 과정을 뜻한다.

따라서, 기존의 정성 및 정량적 데이터가 있으면,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주장과 근거를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늘 직장생활 속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주장을 하기 위해 ‘가설을 검증’하거나, ‘검증된 가설을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 ‘분석’인 것이다.

그러나 분석만으로는 어렵다. 데이터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형이상학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완성도를 더해간다. 3년 이내 도달하고 싶은 모습을 담은 비전은 실현하고자 하는 철학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다루게 되는 사고의 영역이 ‘해석(解釋, 解析)’이다.

 

해석(풀다 解, 풀다 釋 또는 풀다 解, 쪼개다 析) – 해석은 두 가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 해석은 ‘변환 또는 가치를 부여하는 해석’이다.
어떤 것에 의미를 붙여 이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작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문을 우리말로 바꿀 때 쓰는 말이다. 단, 그것이 의역 또는 직역 인가에 따라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이가 어떤 의도를 갖고 하는가에 따라 다른 것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또한, 물이 반 담겨진 컵을 보고 A는 “반 밖에 없네.”라고 하는 반면 B는 “반 씩이나 있네.” 라고 할 때, B가 A에 비해 사물을 보고 표현하는 생각이 ‘긍정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때의 해석은 의미와 가치를 염두에 두고 하는 일종의 ‘평가’에 가깝다. 따라서 해석하는 이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해석은 ‘논리적 원리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해석이다.
어떤 현상 및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해석 가능한 원리가 있고, 이를 통해 해석의 과정을 밟아 어떤 주장을 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과학 및 수학을 포함한 이과 계열에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기존에 검증된 원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설을 증명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해석은 두 번째 보다는 첫 번째에 가깝다. 우리는 말도 안되는 것을 추종하거나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사회적, 과학적, 논리적으로 이미 검증된 내용을 조직의 상황 및 상태에 맞도록 차용 및 응용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만약, 직무가 과학자를 포함,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일’을 한다면 두번째 ‘해석(解析)’에 가까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을 요구하는 직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있다면, 늘 이상을 꿈꾸고 이를 실현시키는 ‘경영자 레벨’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보통의 직장인은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한 검증된 원리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원칙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분석과 해석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AI, 빅데이터 등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되면서, 모든 직무상 요구되는 것이 데이터를 다루는 역량이다. 단순히 커다란 데이터를 적절한 도구(엑셀, 파이썬, 웹 크롤링 등)로 필요한 기준에 맞게 정렬하고 분류하는 것 보다는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것이 더욱 요구된다.

따라서, 제대로 된 분석(쪼개고 나누고)과 해석(가치와 의미를 더하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다각도의 관점을 확보하려고 해야 한다. 내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하는 이들은 모 데이터를 어떤 방법론으로 만들어 그 주장을 펼치는 것인지, 얼마나 논리적 근거가 충분한 것인지를 다각도로 따져보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둘째, 나와 다른 주장 또는 그들의 논리적 전개 방식(분석과 해석)에 대해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상황 및 경우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으니, ‘예외가 되는 경우’에 대해서 이해를 위한 ‘관용’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분석 및 해석에 필요한 방법론 보다 원리에 대한 폭 넓은 학습이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모으거나, 분석할 때도 어떤 세계관 또는 이데올로기를 적용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주장과 근거가 나올 수 있다. 사회적, 경제적, 조직적 등의 여러 이론적 토대가 되는 ‘주장’들에 대하여 세세하게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내 주장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무조건 많이 해보는 것이다. 데이터 바탕으로 분석을 하고, 분석된 내용을 토대로 주장에 필요한 해석을 하면서 끊임없이 나의 주장에 논거를 채우며, 동시에 나란 사람에 대하여 ‘설득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에토스(Ethos)를 심어가는 과정을 밟는 것이다.

우리의 직무는 이미 오래전부터 PC와 네트워크를 통해 정성 및 정량적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가설의 근거를 더욱 명확하게 하기 위해 데이터를 직접 수집 및 가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다시 정제하여, ‘주장에 필요한 근거를 추출하려는 2, 3차 데이터’ 가공으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데이터에 맥락(context)을 입히고, 이를 해석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와 근거 등을 적용할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까지 할 수 있어야 할지 모른다. 몇 일전 MS에서 뉴스 편집 인력 중에 계약직 일부를 해고한다는 기사에서 본 것처럼 단순히 ‘멋지게 보이는 것’을 만드는 것에는 이제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사라진지 오래인 것이다.

따라서, 분석과 해석을 통해 더욱 논리적 주장과 이를 조직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얼마든지, 언제든지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조직에 적합한 프로그래밍 ‘AI 알고리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지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학습·제안·주장·근거·다시 학습’의 과정을 통해 직장에서 생존력은 지속될 수 있다. 더 많은 경험이 쌓이고, 더 무거운 책임을 가질수록 조직에 적합한 가치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이때 필요한 것이 그 동안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분석과 해석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단순히 어떤 스킬을 잘 다루는 것으로는 이제 오래 버티기 어렵다. 이제 진짜 어려워진 세상이 오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분석력이 얼마나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기존의 데이터를 다르게 보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또는 다른 해석을 통해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작은 차이가 사실은 엄청난 실력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