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000억 유로(136조원)의 근무시간 단축 지원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처= 유튜브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함에 따라 지난 4월 유럽연합(EU)의 실업률도 함께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보다 훨씬 더 잘 정착되어 있는 근무시간 단축 프로그램(short-time work programs)으로 유럽 국가들은 그 타격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의 통계청이라 할 수 있는 유로스태트(Eurostat)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 유럽연합 실업률은 6.6%로 3월 6.4%에서 0.2%p 상승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일자리 감소는 모든 EU 국가들에서 고르지는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큰 타격을 입은 스페인의 실업률은 전달(14.2%)보다 14.8%로 높아졌다. 그러나 독일은 실업률 3.5%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번 발표된 데이터는 유럽이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와 싸우면서 어떻게 실업률을 억제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유럽위원회(EC)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9개국의 GDP가 올해 7.75%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유럽연합이 미국보다 낮은 실업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고통받고 있는 기업들에게 직원을 유지하되 근로시간을 줄이도록 장려하는 근무시간 단축 프로그램을 광범위하게 실행한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기업들이 근무 시간을 줄임으로써 줄어든 근로자의 임금은 국가가 일부 보조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정부는 줄어든 근무 시간에 대해 급여의 60~67%를 지급한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유로존 담당 버트 콜린 이코노미스트는 "근무시간 단축제도는 경제 위기의 초기 충격을 완화시키는데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은 오래 전부터 유럽에서 인기가 높았는데, 이는 유럽에서는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이 더 어려우며,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단체 교섭 협정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3월 실업률이 14.7%까지 치솟았던 미국에서는 이 제도는 그리 널리 활용되지 않고 있다.

유럽노동조합연구소(ETUI)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유럽연합 내 기업들이 근무시간 단축 프로그램을 통해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신청한 건수는 약 4200만건에 달했다. 이는 EU 전체 노동자의 약 27%에 해당한다.

그러나 UBS의 안나 티타레바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조사가 EU 노동자들의 피해의 전모를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이탈리아 실업률이 3월의 8%에서 4월에 6.3%로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티타레바는 "이탈리아에서 이동제한이 시행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일부 사람들이 실업자로 집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U 조사의 목적상 실업자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고 있어야 하고, 향후 2주 이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티타레바는 "정부의 이동제한령이나 지속적인 육아 수요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그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인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유럽의 근무시간 단축 프로그램은 미봉책으로 효과가 있지만 임시방편으로 밖에 쓸 수가 없다.

ING의 콜린 이코노미스트는 "수요가 돌아오면 근무시간 단축 프로그램이 생산 활동의 신속한 재개에 도움이 되겠지만, 경기 회복에 상당 기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실업률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