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날이 기어이 삼성의 핵심부를 재차 찌르기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기대하면서도 우려도 크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검찰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시민의 뜻 묻겠다" "구속영장"
검찰은 이 부회장 등 3명을 대상으로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위증 혐의까지 추가됐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정지작업이며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소지가 있다고 봤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교환하는 합병 방식이 정해진 가운데,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이 종료된 후 사실상의 지주회사가 된 삼성물산 지분을 안전하게 확보해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무리하게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계속 반영하지 않다가 2015년 합병과 동시에 이를 부채로 잡아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것을 두고 검찰은 분식회계가 명백하다고 본다.

검찰은 이러한 혐의를 바탕으로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부회장을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직전까지 최 전 실장 등을 불러 혐의를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부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혐의와 관련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달라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틀이 지난 후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수사심위 구성되지만...최악의 상황 올까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음에도 검찰이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는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수사를 두고 일각에서 무리한 신상털기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가운데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위까지 요청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 별도로 일부 피의자들이 공소제기 여부 등 심의를 위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부의심의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으나 재계에서는 사실상 검찰이 이 부회장 측에 '여론전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본인의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자녀 승계가 없음을 밝혔으며, 또 무노조 경영도 없을 것이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정의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만나 배터리 동맹을 타진하는 한편 중국 시안반도체 현장을 다녀오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를 대표하는 1위 기업으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셈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시안반도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삼성

그러나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카드로 이 부회장의 광폭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격화되며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드는 가운데 한일 경제전쟁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의 구속영장 카드는 이 부회장을 옭아맬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1년 간 수감되었을 당시 삼성전자가 사실상 '멈춰버렸던' 상황이 이번 검찰의 결단으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 부회장이 없다고 당장 무너지는 회사는 아니다. 시스템이 강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부회장이 없으면 대규모 인수합병 등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큰 사업은 모두 멈춘다는 점이 걱정"이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 카드가 '선을 넘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당초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제도는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기소독점 폐혜를 막으려는 제도적 보안장치임에도, 검찰이 기습적인 구속영장 카드로 애초 취지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