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4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2020년 상반기부터 지원할 연구 과제를 발표했다. 삼성의 미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이번 과제에는 기초과학 분야 14개, 소재 분야 8개, ICT 분야 6개 등 총 28개가 선정된 가운데 기초과학 분야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올해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생명과학 5건, 수리과학 4건, 물리 3건, 화학 2건 등 총 14개 과제가 선정된 가운데 연구 지원 과제 중 30%에 해당하는 4건이 건강 관련 주제이다.

서울대학교 화학부 김성연 교수는 사람이 음식물을 먹으면 느끼는 포만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화학적 자극과 관련된 신경 회로에 대한 연구는 물론 물리적 자극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 관련 인자를 찾아낼 예정이다. 식욕 조절을 통한 비만·당뇨 등 치료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대 김성연 교수. 출처=삼성

국내 대학 소속의 외국인 연구자 2명이 제안한 과제도 있다. 유니스트(UNIST) 화학과 토마스 슐츠(Thomas Schultz) 교수는 레이저를 이용해 별과 별 사이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물질인 성간물질(interstellar matter)의 조성과 구조를 밝힐 예정이다. 별의 탄생과 사멸 등 은하의 진화비밀이 풀릴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된다.

소재 분야에서는 차세대 광원, 배터리 소재 등 산업 경쟁력과 더불어 바이오 결합 기술 등 폭넓은 연구 분야에서 총 8개 과제를 지원한다.

당장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박홍규 교수는 양자암호통신의 기초가 되는 광자(빛 입자)를 생성하는 광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그는 가시광 파장 영역대의 단일 광자 생성이 비교적 쉬운 물질을 이용해, 가시광 파장의 단일 광자를 통신에서 사용 가능한 단일 광자로 변환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오승수 교수는 분자인식 기반의 고효율 바이오 결합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항암제 기술에 대해 연구하며, 과제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기존 대비 최대 1000배 이상의 치료 효과가 있으면서도 부작용은 현격히 줄이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CT 분야에서는 뇌종양 치료, 차세대 이미징, 인공지능 등 미래 핵심기술 연구 분야에서 총 6개 과제가 선정됐다. 서울대학교 의공학과 최영빈 교수는 뇌종양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도전할 예정이다.

한편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0년간 1조 5천억 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기초과학)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소재, ICT)를 설립해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을 육성 및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발표한 연구 과제를 포함해 지금까지 기초과학 분야 201개, 소재 분야 190개, ICT 분야 198개 등 총 589개 연구 과제에 7589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한 바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김성근 이사장은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연구 개발 투자와 성과를 집중 조명했다"며 "분야에 관계없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도전적인 아이디어와 인재를 발굴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이런 변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