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자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등 화장품 제조사개발생산(ODM) 업체들은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화장품 시장은 부진했지만, 제조사들은 1분기 선방한 실적을 보였다.

▲ 한국콜마 공장 생산라인. 출처=한국콜마

신사업·신규 수주로 불황 속 ‘함박웃음’

화장품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수혜를 보는 기업은 당연 ODM 업체들이다.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대기업, 중소기업은 물론 SNS 인플루언서까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일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예 유명 인플루언서가 제품 제작과정에 참여할 정도로 화장품 브랜드 론칭은 특별한 제조설비 없이 쉽게 진출이 가능하다. 개인의 브랜드성을 내세워 독창적인 브랜드와 품질로 기존의 명품 브랜드에는 없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ODM 업체들은 화장품 원료배합부터 완제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인플루언서의 실질적인 파트너다.

최근에는 유통 채널 대기업들까지 본격적인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이미 신규 수주가 예정돼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 ‘오노마’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ODM 자회사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가 아닌 코스맥스와 손잡았다. 지금까지 신세계 화장품 사업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도맡아 왔다. ‘비디비치’와 ‘연작’을 잇달아 성공시킨 경험도 풍부하지만, 이번 오노마 제조는 코스맥스가 전담하게 됐다. 오노마 제품들은 자체 화장품 편집숍인 ‘시코르’와 온라인몰 SSG닷컴에서 판매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ODM 업체별로도 각자 특화된 제품만을 다루는 설비들이 다 다르다”면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제조를 의뢰하는데, 내부 판단 결과 오노마는 코스맥스가 제조를 담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신세계인터코스 자체가 원래부터 SI를 위한 것이 아닌 아시아권을 보고 만든 ODM 회사다”면서 “비디비치의 베스트셀러 제품도 한국콜마에서 제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도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 ODM업체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에 화장품 기초 화장품 출시가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자체 제조 설비 시설이 없어 ODM 업체를 통해 제작을 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등 판매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화장품 ODM 업체들이 사상 유래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직접 생산하지 않고 ODM 업체에 맡길 수 있어 오히려 소비자와 소통이 더 활발한 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코스맥스 화장품 생산라인. 출처=코스맥스

날개 단 ODM업체… ‘고객 모시기’ 돌입

신규 화장품들이 쏟아지자 ODM 업체들도 신규 업체들을 잡기 위한 경쟁력 갖추기에 돌입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로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며 이미 포스트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시장 초기에 진출한 기업의 경우 기초 화장품 위주로 시작해 향후 색조나 남성 화장품으로도 점차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콜마는 매년 매출의 5~8%를 R&D에 투자하는 등 인디 브랜드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세종시에 화장품 기초 신공장을 완공해 생산 능력도 확대해, 현재 1년에 13억개 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지난 3월에는 마스크를 착용해도 화장이 묻어나지 않는 기술이 화제를 모았다. 불편을 호소하는 여성들을 위해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쿠션, 톤업 선크림, 팩트, 파우더 코팅 립 등 화장품 4종 개발에 성공했다. 유·수분을 잘 튕겨내는 성질이 강한 코팅 파우더를 사용해 메이크업이 무너져 내리는 현상을 해결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 한국콜마는 지난 3월 마스크에 묻지 않는 화장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출처=한국콜마

이외에도 기존에 없었던 것을 개발하거나 기존보다 업그레이드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블루라이트까지 차단하는 자외선차단제를 개발해 PCT출원(다자간특허조약)을 마쳤다.

코스맥스도 지난 2017년 평택 공장 완공 후 지속적으로 생산 역량을 높여 현재 연 20억 개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시장을 일찌감치 겨냥해 방역용품을 생산하면서 사업 다각화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최초로 발병한 지난 1월부터 손 소독제와 세정제 생산에 집중한 결과, 국내 법인에서만 손 세정제 매출 140억원을 기록하며 좋은 성과를 거뒀다.

기술적으로는 최근 고체 파운데이션 팩트를 3D 입체 형태로 개발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그 동안 시중에서의 밤(balm) 타입 파운데이션 팩트는 평평하고 균일한 모양으로 제조돼 왔다. 내용물의 형태를 손상시키지 않고 용기에 부착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더운 여름철에도 마스크를 착용해도 잘 묻어나지 않고 효과적인 메이크업이 가능하고, 촘촘한 네트워크 구조의 화장막이 피부에 얇게 마무리 돼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 3D 아트 모델링 팩트. 출처=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도 올해 ‘듀얼 화장품 용기’ 특허를 획득했으며 지속적으로 용기 개발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화장품 ODM 업체들은 피해 최소화에 성공했고, 중국 공장도 가동 정상화 단계에 들어선 만큼 2분기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 업체별로 강점을 발휘해 사업다각화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만큼 향후 전망은 밝지만, 코로나19 변수는 아직 남아 있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