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 순수 전기차 시장은 공급자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기업들로 화려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양사가 순수 전기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지난해 글로벌 15위권 안에 드는 등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구성장치인 배터리 업계에서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3개사가 글로벌 유수 완성차 업체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공도를 다니는 전기차의 수도 급격히 늘었다. 전기차에 관한 구매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정책이 시장 성장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의 국내 자동차 산업동향 자료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8만9918대로 5년 전인 2014년 2775대에 비해 32.4배나 늘어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는 10만3700대로 집계됐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다수 사업자들이 활발히 경쟁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 가운데 수입차는 2014년 190대에서 작년 100배 넘게 늘어난 1만9318대로 집계됐다. 시장 점유율도 6.9%에서 21.5%로 급속히 증가했다. 지난해 내연기관차를 비롯한 모든 자동차 대수 2367만7366대 가운데 수입차가 241만4187대로 10.2%를 차지한 것을 보면 수입 전기차의 입지가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인 셈이다. 

수입 전기차가 국내에 확산할 수 있었던 계기로, 차량 생산지에 대한 구분없이 모든 전기차의 성능에 따라 정부·지자체의 구매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 점이 꼽힌다. 전기차 시장을 다른 연료별 자동차 시장과 별도로 떼어놓고 볼 땐 과거에 비해 급격히 성장해온 반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전기차의 국내 등록 대수 기준 비율은 2014년 0.01%에서 지난해 0.38%로 오르는데 그쳤다. 또다른 친환경 차인 하이브리드차가 해당 기간 0.68%(13만7522대)에서 2.14%(50만6047대)까지 증가한 점과 대조된다. 

하이브리드차는 전력으로 차량을 움직이는 전기모터와 휘발유·경유 등 석유로 구동하는 내연기관 엔진이 함께 장착된 차량을 의미한다.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보다 더 많이 판매될 수 있었던 이유는 비교적 월등한 충전 편의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 충전소보다 훨씬 쉽게 찾을 수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 연료만 채워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입지가 제한적으로 확장되는 이유로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느린 충전속도 등 취약한 충전편의성을 꼽는다.

 

환경부 산하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인 저공해차 통합정보 누리집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국 전기차 충전소 기수는 2만1786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국 전기차 충전소 기수는 237기(추정치)에서 91.9배 증가한 2만1786기로 집계됐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정책을 펼친 동시에 민간 사업자들이 앞다퉈 뛰어들어 인프라를 적극 확장함에 따라 나타난 수치로 분석된다.

작년 말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를 충전소 개수로 나눌 때 충전소 1기 당 전기차 4.1대가 나눠 쓰는 셈이다. 5년 전 충전소 1기당 순수 전기차 11.2대가 나눠쓰는 데 비해 인프라 밀도가 확장됐다.

전국 단위로 충전 인프라가 확장됐지만 지자체마다 예산, 구축 계획 등의 차이가 나타남에 따라 인프라 밀도에 지역별 편차가 나타났다. 작년말 기준 지역별 등록 전기차 대수를 이달 1일 기준 전기차 충전소 기수로 나눌 경우 가장 충전소 밀도가 높은 곳은 전북이다. 

전북에서는 충전소 1기당 1.9대를 맡을 수 있다. 강원(2.1대), 경북(2.4대), 경남(2.6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충전 인프라 규모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곳은 대구(9.9대)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7.2대), 제주(6.3대), 세종(5.5대) 등의 순이다. 전국 평균은 4.1대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