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 올해 운전경력 2년차에 접어든 주부 송희진(가명·28세)씨가 처음 순수전기차를 하루동안 운행하며 느낀 점을 1인칭 시점으로 서술했다. 전기차를 경험해보지 않은 소비자들이 실제 차량을 운행한 후, 차량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송씨는 전기차를 운행한 후 차량에서 기대 이상의 성능을 체감했다고 밝힌 반면, 연료 충전 과정은 불편할 것이란 기존 예상에 확신을 가지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일, 맑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지만 햇살은 다소 뜨거웠던 정오께 기아자동차 쏘울 EV를 타고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집에서 경기 가평군으로 나섰다. 인터넷 중고물품 개인거래 사이트에서 둘째 아이가 탈만한 유모차를 판매하려는 사람과 직접 만나 거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쏘울 EV의 시동을 걸었는데 기존에 타고 다니던 내연기관차보다 너무 조용해 살짝 당황했다. 쏘울 EV에선, 내가 평소 타고 다니는 가솔린 엔진의 중형 세단인 르노삼성자동차 SM5에서 들었던 엔진 구동음이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차량이 공회전 하는 가운데 떨리는 현상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차량 정숙성은 앞서 들어왔던 대로 훌륭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차량이 미끄러지듯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페달에서 발을 조금만 떼어도 차량 속력이 급격히 감소한다. 확인해보니 차량에 적용된 회생제동 시스템이 레벨2로 설정돼 있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차량이 직진하는 힘을 전기 배터리 전력으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가평에 도착해 판매자와 거래를 마치고 다시 돌아오려고 하는데 차량 계기판에 주행 가능 거리가 85㎞로 표시된다. 집으로 돌아가고도 남을 만한 거리지만, 아직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하원하기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근처에서 잠깐 바람도 쐴 겸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정보 누리집에 접속해 인근 충전소 위치를 검색해보니 마침 근처 면사무소에 사용가능한 충전소 한 대가 검색된다. 해당 사이트에선 충전소 대수 뿐 아니라 충전 가능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다.

환경부가 설치한 면사무소 내 충전소 커넥터는 아이 팔뚝만한 선으로 충전기 모체와 연결돼 있어 제법 무겁다. 차량 충전구에 커넥터를 연결하는데도 적잖은 힘이 필요하다. 낑낑댄 끝에 겨우 정확히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10분 정도 충전하니 주행가능거리가 30㎞ 정도 늘어난 125㎞로 표시된다. 내연기관차의 석유 연료를 주유소에서 채우는데 드는 시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전기차를 타고 다니려면 충전소 위치를 미리 알아둬야 하겠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충전을 중간에 멈췄는데도 당초 ‘완전충전’을 선택한 탓에 1만원이 결제된다. 

주유소에서 “가득 채워주세요”하면 알아서 멈춰주니 전기차 충전소에서도 자동으로 결제금액이 산출될 줄 알았는데 아니다. 관리 측에 문의해보니 결제일 기준 7일 이내에 지불 카드의 계좌로 차액이 환급된단다. 완충하지 않은 것은 쨍쨍한 햇볕 아래 차를 오래 세워두려니 실내가 너무 더워져 기다리기 힘들어서였다. 카시트에 탑승한 채 함께 다닌 둘째 아이도 못 견뎌한다. 야외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엔 차양막 같은 기구가 함께 설치돼 있으면 좋겠다.

저녁에 먹을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에 우선 들렀다. 가평 면사무소를 나서기 전 검색해보니 마트 실내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한번에 두 대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였지만 지원하는 충전타입은 한가지에 불과했다.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충전기다. 

다행히 쏘울 EV에 맞는 DC 콤보를 지원한다. 혹시 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평일 오후라 빈자리에 주차한 뒤 순조롭게 충전을 했다. 오늘 하루 전기차를 타보니 지금 나에겐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차’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나로선 ‘육아는 스피드’라는 철칙에 따라 생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물론 성능이나 충전비용 등 측면에서 만족스럽다. 하지만 혹여나 자리남는 충전소를 찾지 못하거나 급히 이동해야 하는데 방전이 됐다면? 그때부턴 하루 일정이 전부 꼬일 게 분명하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환경을 깨끗한 상태로 지키기 위해선 친환경적인 전기차를 이용하는 게 낫겠지만, 당장 내 일상을 고려하면 언감생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