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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조선사 카타르 빗장 풀었지만…축포는 시기상조?실제 수주까지 얼마나 이어지는지 ‘관건’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 출처=대우조선해양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내 조선3사가 카타르로부터 23조원의 대규모 LNG선 수주 낭보를 알렸다. 코로나19와 중국의 추격 등 악재가 이어진 가운데 거둬낸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지나친 낙관론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韓 조선업, 독보적 기술력 증명… 23兆 수주 낭보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카타르 국영석유사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700억리얄, 한화 약 2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QP가 2027년까지 조선 3사의 LNG선 건조공간(도크) 상당 부분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통상 대규모 선박 발주 전에 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업계에 따르면 각 사가 몇 대씩 수주를 인도할지는 정확하게 확정나지 않았지만 대략 40~50척 선으로, 최대 120~150여척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LNG 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수주다.

지난 몇 년간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국내 조선 3사는 이번 카타르발 LNG선 수주 계약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2027년까지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수주 물량은 각 사 생산능력의 30% 수준이다.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다. 올 들어 조선3사는 코로나19라는 예상지 못한 복병과 저유가, 자국 물량 수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중국에 밀려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이 독점해온 LNG선 분야에서 중국이 매섭게 쫓아오면서 우려가 커져가던 상황이었다.

지난 4월 중국 후둥중화조선소는 QP와 200억위안(3조5000억원) 규모 대형 LNG운반선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어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이 발주한 아크틱(Arctic) LNG-2 프로젝트 쇄빙 LNG운반선 10척 가운데 5척을 따낸 바 있다.

그 결과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3곳의 올해 1분기 수주액은 총 21억달러(2조5700억원)에 그쳤다. 연간 목표치 대비 수주 달성률로 보면 한국조선해양 6.7%, 대우조선해양 5.5%, 삼성중공업 5.9% 수준이다. 이들의 지난해 1분기 평균치가 13%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쪼그라든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대규모 LNG선 건조를 검토 중인 다른 선사들의 발주 계획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타르가 도크를 대규모로 예약하면서 한국에 발주를 맡기려던 다른 국가들도 발주를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국내 조선사의 수주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는 프로젝트는 러시아 ‘제2차 야말 프로젝트’의 잔여분 10척과 최대 17척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잠비크 LNG프로젝트’ 등 27척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2014년 야말 프로젝트 당시 3억2000만달러(약 3600억원) 수준의 쇄빙 LNG선 15척을 싹쓸이한 기분좋은 기억이 있고,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도 미국 수출입은행의 지원금이 최근 크게 오르는 등 국내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절반씩 나눠 수주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왼쪽)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축하를 받으며 LNG선 슬롯 예약 약정서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출처=삼성중공업

“유가 낮고 악재 많아… 턴어라운드는 시기상조”

국내 조선업계가 코로나19 정국에서도 잭팟을 터트렸으나 아직 안도하기는 이르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계약이 조선업의 턴어라운드의 신호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반가운 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안갯속을 헤매다 이제야 목표가 조금 보이는 느낌일 뿐”이라며 “아직 실제 수주로 이어진 것은 아닌만큼 현장 분위기가 엄청나게 반전되거나 한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협약은 본계약에 앞서 각 조선사들의 도크 슬롯을 확보하는 일종의 사전계약이다. 가스전 프로젝트처럼 개발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어서 투입될 LNG선의 정확하고 구체적인 규모를 특정하기 힘들어 이 같은 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즉, 연내 실제 발주가 이뤄질지도, 조선사들이 건조하게 될 척수도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일례로 2004년에도 카타르는 조선3사와 90척 이상의 슬롯 예약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발주 척수는 53척으로 반토막에 그쳤다.

저가 수주에 따라 수익성 제고도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수주는 척당 1억8500만달러 수준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마진이 거의 없거나 약간 손해를 보는 수준으로, 통상 2억달러는 받아야 어느 정도 조선소에 이익이 돌아간다. 여기에 LNG선의 경우 한 척을 수주할 때마다 화물창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프랑스 GTT에 100억원씩의 기술 로열티를 지불해야 해 실제 수익성 제고효과는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이 성공적으로 수주까지 이뤄지더라도 실적에 반영되려면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봐야한다”며 “코로나19로 상반기 수주실적이 형편없는 상황에서 계약이 늦춰지지 않도록 정부가 후방지원을 아낌없이 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조선사들의 절대 수주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만큼 이번 계약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데 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100척 정도가 앞으로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20%정도를 미리 수주에 성공한 셈인데, 나머지 80% 시장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일감 부족을 완전히 해소할 수준이 아닌 만큼 다른 실적들로 채워야 하는데 유가도 낮고 쉬운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  young@econovill.com  |  승인 2020.06.03  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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