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현재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사상 유례없는 전염성 바이러스인 코로나19로 인해 미국내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섰고 여전히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자택대피명령이 진행되는 가운데도 확진자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나마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모습을 보여서 6월 들어 단계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려는 찰나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인해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은 걷잡을 수 없는 태풍 한가운데로 들어선 느낌이다.

비무장 상태인데다 경찰의 진압에 순순히 응해서 손을 몸뒤로 돌려 수갑까지 차고 바닥에 엎드린 사람을 무릎으로 목을 눌러서 사망케한 사건으로 인해 미국인들이 분노했다.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다음날인 지난 5월 26일 미네소타에서부터 시작된 경찰의 과잉진압 항의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당초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가 저항했다는 해명과 달리 행인들의 휴대폰 비디오에서 그가 순순히 체포에 응한 것이 나타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됐다.

사고가 발생했던 미네소타의 미네아폴리스를 비롯해서 수도인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 뉴욕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발생했다.

평화적으로 시작됐던 경찰의 과잉폭력을 규탄하는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경찰의 폭력 대응과 시위대 일부의 약탈, 방화가 이어지면서 폭동을 우려한 많은 미국내 지역에서 밤시간 통금이 내려지는 등 악화된 상황이다.

특히 5월말 주말기간동안 전국 140여개 도시에서 대규모의 시위가 일어나면서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다.

뉴욕 맨해튼에서도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맨해튼 상공에서는 밤새 경찰의 헬리콥터가 머물렀고 시위와 약탈, 방화를 촬영하려는 언론사의 헬리콥터까지 등장하면서 소란스러운 밤이 됐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지난 6월 1일 밤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밤 맨해튼과 브롱스, 브루클린 등에서 상점 약탈과 방화, 경찰에 대한 폭력이 이어지면서 2일부터 1주일간 오후 8시부터 새벽5시까지 통금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43년 백인 경찰이 흑인을 총격한데 따른 시위로 인한 야간 통행금지 이후 70여년만에 내려진 강력한 조치다.

LA도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하는데 이는 지난 1992년 LA 폭동 이후 28년만에 강력한 수준의 통행금지가 내려진 것이다.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과격성을 띄면서 트럼프 대통령 등 보수측이 이들을 ‘폭력배(thug)’라고 규정지으며 군대를 투입해서 이들에게 총을 겨눠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을 하면서 시위대를 더욱 자극했다.

특히 일부 과격 시위대와 약탈행위들로 인해서 전체 시위의 의미를 무시하는 일부 보수단체들의 해석에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낮시간의 평화적인 시위대와 밤의 약탈자들은 다른 사람들이고 오히려 시위대들은 다음날 아침 약탈로 망가진 상점과 거리를 청소한다는 주장이다.

앤드루 쿠모오 뉴욕주지사는 시위대에서 누군가 폭력 시위를 주동하는 사람이 있으며 시위대가 앞장서서 이들을 끌어내는데 언론에서는 이런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가 않는다고 일갈했다.

한 시민단체 지도자는 왜 시위가 과격하게 바뀌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평화시위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 것에 지친 것”이라면서 “평화시위를 했다면 뉴스가 이렇게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관심을 뒀겠느냐”면서 사회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다행히도 각 지역마다 고위 경찰들이 시위대와 함께 걷거나 무릎을 꿇고 그들의 아픔을 공유한다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과격시위는 많이 가라앉는 양상이다.

그러나 시위대와 경찰들이 함께 둘러앉아 무릎을 꿇고 악수를 하거나 끌어안는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퍼질 것 같다는 우려를 떨치기 힘들었다.

실제로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장 등 의료전문가들은 이번 시위로 인해 주춤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가 기자회견때마다 빠지지않고 시위를 나갈 때 제발 마스크를 하라고 읍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