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요기요 및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다 발표한 후,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달의민족 수수료 모델을 둘러싼 오픈서비스 논란이 거세게 불거지며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등판한 난타전이 벌어졌고, 최근에는 요기요가 최저가보상제 단행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에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는 일도 생겼다.

국내 배달앱 시장이 말 그대로 '바람 잦아들 날'없는 폭풍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심부름 플랫폼 띵동, 마이크로모빌리티 플랫폼 씽씽의 피유엠피, 공유 배터리 아잉의 자영업자를 이끌고 있는 윤문진 허니비즈 대표가 깜짝 등판했다. 그는 배달앱 2.0 시대를 선언하며 "기존 배달앱 업체들이 보여주지 못한 길을 가겠다"고 선언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2일 서울 선릉의 허니비즈 사옥에서 윤문진 대표를 만났다.

▲ 출처=허니비즈

"두렵다, 그래도 보였다"
윤문진 대표는 1세대 인터넷 쇼핑몰 창업자로 활동한 후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다 2012년 심부름 플랫폼 띵동을 런칭했다. 이후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힌 후 최근 배달앱 2.0 시대를 전격 선언해 업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내용은 파격적이다. 점주들로부터 수수료 2%만 받으며(고객에 받는 배달비는 별도 책정) 자체 배달 인력을 가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연내 전국 서비스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윤 대표의 배달앱 2.0 선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수수료를 2%만 받으면서 전국 서비스를 하겠다는 발상을 두고 '현실성이 없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대형 플레이어들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허니비즈의 야망이 순조롭게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비판도 있다.

윤 대표는 이러한 일각의 반응을 두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윤 대표는 "솔직히 나도 두렵다.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라면서 "배달앱 2.0 선언을 두고 일각의 반신반의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반 정도는 믿는다는 것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의지는 확고했다. 윤 대표는 "많이 두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시장의 현 상황을 보며 명확한 기회를 봤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승산도 충분하다고 본다. 반짝의 기대효과를 노리는 것도 아니며 큰 그림을 그리며 확실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허니비즈가 배달앱 2.0 선언을 한 것을 두고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배달의민족과 관련된 수수료 논란이 커졌을 당시 배달앱 2.0 선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표는 "정확히 말하면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합병 당시부터 생각했던 것"이라면서 "지난 4월 배달의민족 논란이 커졌을 때 민간 시장에서 선뜻 문제를 해결하겠다 나서는 곳이 없었고, 기회가 열렸다 생각해 발표시기를 정한 것"이라 설명했다.

▲ 출처=허니비즈

광고가 아닌 중개...그리고 연합군
걱정에 밤잠을 설치면서도 윤문진 대표가 본 기회는 무엇일까. 먼저 현 시장에 대한 진단이다.

윤 대표는 "기존 배달앱 플레이어들의 성격은 일종의 광고 플랫폼이라 생각한다"면서 "광고 플랫폼의 경우 장점도 있지만 분명 소외되는 점주들이 생기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점주들과 배달앱 플레이어들의 갈등이 생기는 상황에서 점주들은 배달앱의 등장으로 비용부담이 높아지는 한편 신경써야 할 것들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배달앱 2.0은 이러한 부작용을 걷어내고 점주들이 오로지 맛있는 음식만 만드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개 플랫폼의 역할만 수행할 것"이라 강조했다.

물론 윤 대표가 기존 배달앱 플랫폼들의 성격을 광고 플랫폼으로 보거나, 배달앱이 존재하며 점주들의 고통만 부각되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있다. 다만 윤 대표는 배달앱 2.0 선언을 통해 점주들이 순수하게 본업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돕고, 점주와 고객을 연결하는 충실한 중개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무기가 바로 상생이라는 키워드다. 아름답지만 냉혹한 비즈니스 환경에 도입하기는 너무 추상적이지 않을까. 윤 대표는 "수수료 2% 선언을 통해 점주와의 상생을 내걸었으나 이는 대기업의 사회적 가치 등 거창한 것이 아니다"면서 "점주들이 우리와 함께하며 온전히 음식에만 집중하고 그 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를 고객과 연결시키며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개념이다. 점주는 물론 고객과도 상생하는 셈이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역시 현실성이다. 특히 2%의 수수료만 받으며 '플랫폼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숙제가 눈길을 끈다.

윤 대표는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2% 수수료는 영원히 동결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배달앱 3사의 거래액은 최대 20조원이며, 우리는 이곳에서 최대 10%의 점유율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접근법과는 다른 방식이다. 시장을 재패하는 것이 아닌, 최소한의 점유율을 지키며 유지비용을 감당하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 출처=허니비즈

그 어려운 숙제를 현실로 만드는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로 윤 대표는 '연합군 체제'를 거론했다. 특히 지자체와의 협력에 큰 기대를 거는 기색이다. 

실제로 윤 대표는 "한정된 자원과 점유율 목표로 플랫폼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지자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면서 "최근 배달앱 수수료 문제가 부상하며 지자체에서도 공공 배달앱 개발에 나서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들과 함께하며 전국 서비스까지 노리는 한편 적절한 연대를 바탕으로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나선다면 대형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플랫폼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지자체와 함께하는 일종의 연합군 전략이며, 조만간 관련된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배달앱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언제든지 정치적인 변수 등 외부의 영향으로 연합군에 균열이 갈 수 있다. 또 하나의 체제에 너무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면 역시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며 무엇보다 지자체의 '실력'에 대한 지적도 많다.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과연 플랫폼 지속성을 위한 정답일까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윤 대표는 편견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지자체의 공공 배달앱을 두고 일각에서는 관치행정이라 비판하고, 또 시민의 혈세인 세금으로 유지되는 일회성 사업으로 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직접 배달앱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민간과 함께 협력하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지자체의 인적 네트워크와 마케팅 포인트를 확보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 설명했다. 나아가 "지자체의 기술적, 서비스적 역량은 상당한 수준"이라면서 "민간과 협력하면 분명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윤 대표는 이러한 지자체 연합에 결제 인프라 업체는 물론 다양한 배달대행사와의 협력도 끌어내고 있다. 이미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등 BIG3 배달대행사에 이어 최근에는 국내 주요 배달대행서비스 15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비스 연동에 돌입했다. 허니비즈는 보유 기술과 가맹점 네트워크 등 노하우를 이들과 공유하며 가맹 매장에 배달대행사가 원할한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도록 유관 업무를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내 전국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허니비즈의 사업이 대부분 강남에 집중되어 있고, 큰 규모의 전국 단위 서비스를 목표로 걸자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면서 "그러나 강남을 중심으로 사업했다고 강남에만 머물 수 없다. 이미 내부적으로 전국 서비스를 위한 상당한 준비를 했고 씽싱 등 기존 사업을 통해 능력을 입증받았다"고 말했다.

▲ 출처=허니비즈

허니비즈의 큰 그림
허니비즈의 배달앱 2.0 전략은 선명하다. 시장의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수수료 2%를 내세워 점주들과 상생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외연을 확장하고, 점주들에게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광고가 아닌 중개 플랫폼을 제공하는 로드맵이다. 여기에 다양한 지자체 등 과의 협력을 통해 연합군 체제를 구축하며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지 않는 체력을 비축하는 한편 빠르게 전국 서비스에 나선다. 나아가 점유율 목표를 한정적으로 잡으며 시장의 변화되는 트렌드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여기까지가 단기적인 목표라면, 장기적인 목표도 있다.

윤 대표는 "당장은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랩이나 고젝과 같은 슈퍼앱이다. 윤 대표는 "너무 먼 이야기지만, 감히 그랩이나 고젝을 꿈꾼다"면서 "배달앱 2.0도 결국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슈퍼앱을 위한 하나의 중요한 동력으로 본다. 목표는 슈퍼앱"이라 단언했다.

그는 "피유엠피의 씽씽과 같은 경우 한 이용자가 일주일에 무려 4번이나 사용한다는 데이터가 나온다. 이러한 카테고리를 다양화시키는 한편, 심부름 플랫폼이라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가동했던 경험을 살려 라이프 스타일 슈퍼앱에 대한 비전을 완성할 것"이라 말했다.

헛된 비전을 품거나 몽상가로 남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활동한다는 각오다. 윤 대표는 "일부 배달앱은 로봇배달 등을 타진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전략보다 당장의 이해 관계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실제적 로드맵을 그릴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최초로 도심형 마이크로 물류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실패한 경험도 있다. 현실과 이상의 거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철저한 라이프 스타일 슈퍼앱을 위한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 출처=허니비즈

플랜B는 없다
허니비즈가 선언한 배달앱 2.0은 파격적이지만, 윤 대표는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배달앱 시장은 이미 존재하며 역시 거인들의 존재감은 강력하다. 이들에 맞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도 나왔으나 의외의 변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표는 그러나 "플랜B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미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며, 두렵지만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이끄는 띵동의 허니비즈는 한 때 배달의민족의 투자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자체 배달 인력이 없던 배달의민족은 이를 바탕으로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려고 했으나, 윤 대표가 독립을 선언하고 띵동을 강화시키자 배달의민족도 자체 배달라이더스를 출범시킨 바 있다. 각자의 길을 걸으며 미련을 두지 않은 셈이다. 

결국 각자의 길을 걸었던 책임을 오롯이 감내하면 그만이다. 윤 대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응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시장에 눈에 훤히 보이는 문제들이 있는데 사업을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배달앱 2.0은 플랜B가 없으며, 그저 나아갈 뿐"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