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며칠 전 한 주상복합 분양 추첨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연락이 왔다. 아직 그 내용에 대한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만큼 현 청약 시장에 대한 인기와 절실함이 얼마나 큰 것인지 방증하는 사례다.

다소 잠잠한 기존 부동산 매매시장과는 달리 실제로도 청약 시장의 인기는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동작구 아파트의 분양현장에는 1년 6개월만에 서울에서 청약 만점자가 다시 나왔다. 만점 84점 중 당첨을 위한 최저가점만 74.5점이다. 1년 반 전 청약 만점자의 경우 2018년 12월 청약 제도가 개편된 직후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청약 만점자의 등장은 서울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올해 2월 수원 매교역 인근 한 아파트의 분양현장에서도 청약 만점자가 등장한 바 있다.

현재 청약 제도에서 만점을 기록하려면 본인을 제외한 부양가족이 6인은 되어야 한다. 동작구 아파트 분양의 경우 최저가점이 74점을 넘어서니 최저가점을 위해서라도 59㎡(구 25평)에 4~5명 이상은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주거난에 시달리는 30·40대 실수요자 중에서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일반 청약보다 조건이 대폭 완화된 무순위 청약 소위 ‘줍줍’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20일 성동구 한 아파트의 무순위 청약에는 3가구 모집에 26만명이 넘게 몰렸다.

분양 관계자 등이 밝힌 청약 시장 과열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시세차익이다. 실제로 청약 당첨만 되면 주변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인해 수억원의 시세차익도 가능해진다.

정부의 잇단 정책들도 청약 열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신규 분양 단지에 대한 분양가를 저분양가로 통제하면서 시세차익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동산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로 기존 주택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기존 수요자들에게 청약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실제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된 이후 수도권 청약 경쟁률이 일시 치솟기도 했다. 물론 분양가를 낮춰 실수요자들의 진입을 쉽게 하자는 점은 이해하지만 대신 청약의 허들이 그만큼 비현실적으로 높아지면 과연 수요자들에게 실효가 있을지 정부는 자문해 볼 일이다.

정부 역시 과열된 청약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달 부랴부랴 전매제한 강화와 실거주 기간 규제 등의 대책 도입을 천명했다. 전문가들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대책들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 역시 기존 준신축에 대한 가격 상승 등의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그렇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미래의 실수요자들이다.

전문가들은 좀 더 본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대신 실제 공급 증가를 통한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약에 대한 조건을 강화하더라도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출 완화 등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땜질 처방은 병을 고치기는커녕 자칫 후유증만 길게 할 수 있다. 청약 제도 역시 현 시대에 맞는 개선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