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자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차단하는 행정명령을 연장하는 한편 미 상무부는 제3국을 통한 화웨이 반도체 수급까지 막아버렸고, 화웨이와 밀접한 연대를 가진 대만 TSMC의 미국 공장 건설 유치를 통해 전방위적 공격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양회를 통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자, 코로나19 중국 책임론까지 겹쳐지며 전 세계가 중국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기술굴기를 상징하는 화웨이는 말 그대로 고립무원에 빠졌다는 평가다.

▲ 출처=화웨이

특히 유럽과의 5G 동맹이 깨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영국이 오는 2023년까지 자국 5G 사업에서 중국의 화웨이 참여를 원천배제하기로 결정한 장면이 눈길을 끈다. 화웨이와 영국은 최근 5G 동맹을 긴밀하게 유지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코로나19 및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완전히 갈라서는 분위기다.

독일도 돌아섰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독일의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텔레포니카가 화웨이의 5G 장비를 배제하고 에릭슨으로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마쿠스 하스 텔레포니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안전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특별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며 사실상 화웨이 백도어설을 주장하는 미국의 논리를 따라가는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캐나다 통신사도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1위 통신 사업자인 벨캐나다(BCE)는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에릭슨을 택하기로 했다. 캐나다 3대 이통사 중 하나인 로저스커뮤니테이션이 이미 화웨이 배제 방침을 정한 가운데, 화웨이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전망이다. 캐나다 법원이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미국 송환에 무게를 실으며 현지 통신사들도 일제히 화웨이 배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화웨이 장비 배제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화웨이는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반발하고 있다. 대만의 미디어텍과 협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한편 미국의 압박은 결국 미국의 피해라는 주장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최근 '수출 통제: 미국의 다른 국가에 대한 안보 위협'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한 가운데 채드 브라운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 "미 행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 기업과 중국 바이어 간의 단절이란 비용을 초래했다. 화웨이가 다른 OS를 선택하면 구글 안드로이드가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ZTE가 미국 기술 구매를 중단할 수 있다고 시장에 알려지면서 퀄컴의 주가가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4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의뢰로 '중국과의 무역 제한이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리더십을 어떻게 종식시키는가'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며 미국이 수출 제한 기업 명단을 유지한다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향후 3~5년내 8%포인트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16%의 매출 감소를 겪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이 반도체 기술 독립에 성공하면 향후 3~5년내 미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18%p, 매출은 37%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대 4만명의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실행되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지금의 14%에서 최대 40% 수준까지 높아져 미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5%p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결국 미국의 압박은 미국을 망치고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5G 네트워크 시장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면 5G 투자 비용이 최대 29% 증가하고, 국민총생산(GDP)이 최대 630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편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커지면 한국 반도체 업계도 피해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화웨이는 "지난해 화웨이가 국내 기업들로부터 사들인 부품 구매액이 약 13조원"이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의 구매가 전체의 약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이 반도체 기술 고도화에 성공하여 화웨이가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 받을 수 있는 다른 공급처를 찾는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손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물론 반도체 전반의 입체적 상황을 고려하면 다양한 이견이 있지만, 화웨이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