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과 헥시트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응해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홍콩의 특별 대우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습니다.”

지난 5월 2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이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을 자치 지역으로 규정, 무역, 외환 거래, 기술 이전,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 본토와 다르게 우대했다. 이런 특별 대우 덕분에 홍콩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 허브로 성장해왔다.

그런데 홍콩보안법 통과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이 홍콩을 중국의 일부로 취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일국양제 원칙을 일국일제로 대체했다”고 밝히며, 홍콩도 이제 중국이나 다름없는 사회주의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천명했다. 홍콩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해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홍콩(Hong Kong)과 엑시트(exit)의 합성어 헥시트(Hexit).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과 미국의 홍콩 특별 지위 박탈 조치 등으로 홍콩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헥시트 우려가 커져, 세계 금융중심지였던 홍콩의 위상도 흔들리게 된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홍콩 주민이 미국에 이주해 창업가 정신에 가득 찬 창조성을 가져오는 것에 환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영국은 홍콩보안법이 강행되면 홍콩인에게 시민권 부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피력했다.

 

미국의 WHO 탈퇴 선언

“미국은 (WHO에) 일 년에 4억 5,000만 달러를 내는데, 중국은 4,000만 달러밖에 내지 않으면서 WHO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WHO가) 취해야 할 개혁방안을 마련했는데, 그들은 행동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WHO와 우리의 관계를 끊고 지원금을 다른 긴급한 국제보건상 필요에 재배치할 것입니다.”

지난 5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중국과 WHO에 돌리는 발언을 잇달아서 내놓았다.

“세계는 지금 중국 정부의 불법행위 결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 은폐로 감염증이 전 세계로 퍼져 세계적 유행병(팬데믹)을 초래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인 10만여 명의 목숨과 전 세계 100만여 명의 목숨을 대가로 치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진 와중에 WHO에서 발을 뺀다는 비판을 의식한 방어 발언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은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비롯해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것이 맞다.

“중국 당국자들은 WHO에 보고 의무를 무시했고, WHO가 세계를 잘못 이끌도록 압력을 가했습니다. 전 세계는 중국으로부터 바이러스에 대한 답변을 들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우리는 투명성을 가져야 합니다”고 역설했다.

 

전례와 다른 4차 산업혁명의 시작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중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앞선 3차례의 산업혁명과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1, 2, 3차 산업혁명이 간섭주의(Interventionism) 형태로 진행되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고립주의(Isolationism)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은 이후 제국주의로 발전해서, 영국이 세계 25%를 신민지를 경영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영국이 주도하는 1차 산업혁명은 다른 나라들보다 거의 100년 이상 빨랐다.

이후 영국, 미국, 독일에서 전개된 2차 산업혁명.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으로, 세계는 본격적인 식민진 쟁탈전이 펼쳐졌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선발 제국주의 국가와 후발 제국주의 국가의 갈등에서 빚어진 것이다.

이후 미국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은 세계 산업 구조로 완전히 바꿨다. 3차 산업혁명에 실패한 구소련과 동구권은 붕괴되었고, 미국의 일방주의가 세계를 장악했다.

2016년 6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 의장 클라우스 슈밥이 제기하며 시작을 알린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이 1, 2, 3차 산업혁명과 다른 것은 주도국 문제. 미국과 함께, 중국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드론, AI 등을 주도 중이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중국 고립화의 나비효과

‘중국 북경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나비효과의 본질은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처럼, 미미한 출발이 거대한 결말을 맞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국제정세는 중국에게 불리하다. 홍콩보안법 통과, 초동 대처 미숙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야기한 책임까지, 세계는 중국이 G2 위상에 걸맞지 않다고 비난 일색이다. 사태는 미국 주도 하에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선택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중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간극이 커질 것”이라며 “상당수 아시아 국가가 미국과 중국 중 한쪽에 줄을 서도록 강요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의 지적은 하나도 그르지 않다.

구비니 교수는 거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을 지적했다. “인공지능 시스템이나 5G, 로봇 기술 등에서 미중 가운데 어느 쪽 기술을 사용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세계는 더욱 분열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매우 의미심장한 지적이다.

미국의 착각은 중국을 고립화시키면, 한계 상황에 봉착한 중국이 결국에는 항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연 그럴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중국은 14억 인구를 가진 아시아 최대 대국이다. 14억 인구는 남북미와 유럽 전체 인구와 맞먹는 엄청난 숫자이다. 이 엄청난 인구를 고립시키겠다는 미국의 전략은 오히려 중국을 감당할 수 없는 경제 독립체를 완성하도록 방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미 중국의 IT 기술력은 미국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한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은 미국과 중국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 전개되어 호환이 어려운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