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며 TV 시장 특수를 기대했던 제조사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으나, LG전자의 TV 전략은 큰 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물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자들과 치열한 전투를 거듭하고 있으며 코로나19의 여파도 여전하지만 LG전자 TV의 올해 행보는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 LG OLED TV. 출처=LG

OLED 잘 나가네
LG전자 TV의 미래인 OLED TV가 최근 유럽과 일본에서 흥행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여파로 잠시 문을 닫았던 유럽 현지 오프라인 매장이 속속 문을 여는 상황에서 LG OLED TV는 베스트바이와 미디어엑스퍼트, 딕슨 등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량이 없어 팔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현지의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LG OLED TV는 유럽 7개국 소비자 매체 TV 성능 평가에서 1위에서 4위까지 모두 독식했으며 프랑스 크슈아지르(Que Choisir)는 308개 TV 평가에서 LG OLED TV(모델명:65C9)에 최고 평점인 16.5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심지어 네덜란드 콘수멘텐본드(Consumentenbond)는 "최고의 TV"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LG OLED TV가 현지 조사업체 기준 판매량 5위와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TV를 판매하는 LG전자는 지금까지 현지 판매량 톱10을 달성한 적이 없다. 이런 가운데 한일 갈등이 커지는 상황속에서 LG OLED TV가 일본 현지에서 상당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그 자체로 고무적이다.

LG전자가 유럽과 일본에서 승승장구한 배경에는 강력한 기술력도 있지만, 좁은 집이 많은 유럽과 일본 시장을 48형 TV 제품을 통해 공략하는 로드맵이 먹혔기 때문이다.

LG전자가 48형 중소형 OLED TV를 양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의 그래픽 호환 기능 '지싱크 호환'을 지원하는 등 꼼꼼한 기술 경쟁력이 돋보이는 가운데 LG전자는 48형 OLED TV 출시로 생태계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각오다. 무엇보다 48형 OLED TV는 게이밍 모니터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도 있어,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LED 생태계도 넓어지고 있다. 뱅앤올룹슨이 오는 6월 말 8K OLED TV 출시를 예정하는 등 LG전자 입장에서는 호재도 많은 편이다. OLED 진영의 외연이 넓어지는 한편 뱅앤올룹슨과 같은 프리미엄 제조사가 OLED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시장 전체의 이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뱅앤올룹슨이 전통적으로 LG전자와 TV 시장에서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6월 8K OLED TV 출시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여세를 몰아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광저우 공장 가동을 통해 OLED TV 전략을 더욱 강하게 추진한다는 각오다.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계속 늦어지고 있으나 월 6만 장의 대형 OLED 패널을 제작할 수 있는 광저우 공장이 가동에 들어갈 경우 LG의 OLED TV 전략은 한층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 LGD 중국 광저우 공장. 출처=LGD

LCD TV도 프리미엄으로
LG전자의 OLED TV 전략으로 TV 전반의 로드맵이 빛을 발하고 있으나 아직 보완해야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 TV 시장의 주류는 여전히 LCD TV에 머물러 있으며 전체 TV 시장의 점유율로 보면 99% 이상이다. 결국 현재의 먹거리인 LCD TV를 완전히 버릴 수 없다. 연내 LCD TV 완전 철수를 선언한 삼성과는 다른 미션이다.

특히 LCD TV는 대형화 및 4K, 8K 로드맵에 특화되어 있어 LG전자 입장에서는 더욱 버릴 수 없다. 그런 이유로 OLED TV의 비전을 미래 먹거리로 두고 LCD TV의 활성화를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글로벌 프리미엄 LCD TV 시장은 삼성과 소니, LG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LG전자는 나노셀 TV를 통해 LCD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나노셀은 10억분의 1 미터(m)인 1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입자를 LCD셀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LG전자는 올해 LG 나노셀 8K AI 씽큐 모델을 지난해 대비 크게 강화했으며 65형까지 출시됐다. 조만간 4종으로 늘려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TV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OLED TV와 LCD TV에서 각각 8K 해상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LG OLED TV와 더불어 LG 나노셀 TV는 수평·수직 화질선명도가 90% 이상으로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 규격(50%) 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대기 LG전자 한국HE마케팅담당 상무는 “OLED에서 나노셀로 이어지는 프리미엄 라인업을 앞세워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프리미엄 TV 시장을 지속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 LG 나노셀 TV 신형. 출처=LG

물론 이러한 전략도 쉬운 길은 아니다. LG전자의 나노셀 TV의 맞수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QLED TV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QLED TV는 지난해 1분기 29.4% 대비 올해 1분기 점유율이 3.1%P 성장하며 32.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32.3%에 이어 다시 한번 분기 점유율 최고치를 경신하며 1위의 자리를 굳혔다. 1분기 QLED TV로만 20억49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8% 성장하며 무서운 상승세다.

소니도 있다. 18.6%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소니는 라이브 컬러 LED를 탑재한 트릴루미너스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저가 LCD TV 제조사들의 기세가 다소 꺾인 가운데 시장 전반의 흐름이 프리미엄으로 흐르고, LG전자도 나노셀 TV 등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으나 아직 경쟁사들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LG전자는 OLED TV에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한편 48형 OLED TV 출시 등으로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대세화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LCD TV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는 한편 대형화, 고화질 트렌드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전망이다. 특히 수익성이 낮은 OLED TV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LCD TV 전략의 세밀화를 추구할 가능성도 높다.

전체 TV에는 인공지능 기술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카카오와도 협력하는 한편, 다양한 마케팅 포인트를 찾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