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여 km 서울-부산 간을 당일에 오간다는 것을 신기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엔 항공교통이 이를 가능케 했고, 2004년 KTX 개통으로 육상교통에서도 당일 출장이 일상화되었다. 필자는 1980년대엔 밤늦게 공장에서 만든 수출의류를 컨테이너에 탑재해 부산으로 출발시킨 후 김포공항으로 가서 김해행 첫 비행기를 탔다. 입고절차를 직접 해야 선적 마감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에 컨테이너 야드에 도착해 기다리다 보면 얼마 뒤 밤새 경부고속도로를 달려온 컨테이너 운반 트럭이 도착했고, 필자는 가까스로 수출의류를 선적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자갈치 시장에서 보리 비빔밥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당일 오후 서울로 돌아오곤 했다.

인천공항~인도 뉴델리공항 간 거리는 서울~부산 거리의 15배에 이른다. 인도를 150여 회 이상 다닌 필자의 최단기 인도 출장은 화요일 비행기를 타고 갔다가 목요일에 돌아오는 1박3일 일정의 출장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는 주7회 항공편이 편성되어 무박2일 인도 출장도 가능했다.

그러나 팬데믹은 이 모든 것을 과거형으로 만들었다. 빠르면 6월말 경부터 한·인도 국제선 스케줄이 재개할 것으로 짐작되는데, 과연 예전처럼 최단기 1박 3일 출장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최소한 31일이 필요하다.

현재 양국정부가 취하고 있는 팬데믹 기간의 해외입국자 방역 대책을 보면 양국 출입국때 각각 14일간의 격리가 요구된다. 이것만으로도 최소 28일이므로, 인도 출장에 필요한 최소 기일은 31일로 늘어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크게 증가한다. 기존 항공요금은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뉘어 비수기엔 성수기 대비 50% 이상 할인된 적이 있다. 이젠 오히려 기존 성수기 요금보다 50% 이상 인상될 것이다. 게다가 한국과 인도에서의 격리시설 사용료는 본인 부담이다. 이에 따른 비용 합계가 최소 250만원이다.

인도에서 한국기업의 주된 근거지는 현재 전염 상태가 심각하다고 분류된 레드존(red zone)에 해당된다. 이는 이곳을 찾는 한국 기업인의 건강 안전에 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인도 출장을 감행할 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회사는 미션을 수행하는 임직원에 대해 마땅한 보상과 안전 조치, 만약의 경우를 담보할 수 있는 관련 보험 등을 탄탄하게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비용도 과거보다 훨씬 많이 들 것이다. 전체적으로 인도출장에 따른 전체 비용은 과거 대비 최소 3배 이상이다.

인도 출장 매뉴얼도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가 만연한 상황을 반영하여 기업이나 출장 당사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정부의 처리 방침뿐 아니라 의료계와 보험회사 등에서도 이를 준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인도 내 ‘Covid-19 코리아 데스크’를 시급히 설치해야 한다. 인도에 주재하거나 출장 중인 한국 기업인, 그리고 한국으로 출장 가고자 하는 인도 기업인에 대해 24시간 언제든지 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핫라인 데스크 운영이 필요하다. 데스크에는 한국에서 파견한 의료인력이 포함되어 현지를 잘 이해하면서도 내부 네트워크를 잘 연결할 수 있는 한국인 인도 전문가를 구성해 실질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