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회사를 부정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도 하고 다양하게 해명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언론 기사들을 보면 저희 입장이나 제공 정보가 충분하게 기사로 다루어 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언론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전제가 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언론을 설득한다 하셨는데요. 언론은 설득의 대상이 아닙니다. 언론은 설득시킬 수도 없습니다. 언론이 설득의 대상이냐, 설득이 가능한 대상이냐 하는 논란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그런 대상이 아니라 단정하시는 것이 이로울 것입니다.

언론은 뉴스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입니다. 즉, 뉴스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언제까지나 그 정보를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영위하게 되어 있습니다. 기업에서 상상하는 ‘설득’이라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하면 언론이 활용할 뉴스가치가 단박에 사라져 버리는 상황이 있어야 겨우 가능한 것입니다. 언론에서 볼 때 그 주제를 기사화해도 더이상 뉴스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그런 노력을 하더라도 아무런 비즈니스가 일어나지 않게 되는 무의미한 상황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그런 상황은 기업의 해명이나 자료제공 등으로 웬만해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일단 언론의 판단을 기반으로 더이상 뉴스가치가 없어진 상황이 와야 겨우 관련 기사들이 잦아들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기업이 언론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기업은 왜 언론을 대상으로 이슈와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는 걸까요? 어차피 언론이 판단해 뉴스가치가 사라질 때까지 기사는 멈추지 않을 텐데 말이지요. 이슈 발생 시 기업이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언론을 ‘설득’ 또는 ‘이해’ 시키려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기업측에서는 좋겠지요.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기업은 이슈 발생 시 언론을 ‘통해’ 자사의 상황 판단과 원칙 그리고 실행의 모습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뿐입니다.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기 보다는 ‘언론을 통해’ 언론이 쓴 뉴스를 접하는 공중과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최근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환경에서는 더욱 더 언론을 넘어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고 있는 현상도 그 때문입니다.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체 어떤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요? 언론을 넘어, 국회, 경찰, 검찰, 시민 및 종교단체, 노조, 불만고객, 불만 커뮤니티, 불만 온라인 유저들 중 어떤 그룹도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을 설득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아무도 설득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설득하려 하기 전에 기업은 이슈 발생 시 신속한 상황파악 결과를 그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 정보와 해명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사의 생각과 철학과 원칙을 강하게 강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배상이나 보상이 필요하다면 신속한 의지와 조치를 표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발방지나 개선 등에 대한 뚜렷한 계획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있어 보여야 합니다. 그런 일련의 노력을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눈 앞의 언론을 설득시키려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