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쏘아올렸다. 팰컨9에 탑재된 크루 드래곤은 두 명의 베테랑 우주 비행사를 탑승시킨 상태에서 엔진 분리, 2단계 엔진 점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우주정거장(ISS)에 진입했다.

키워드 하나, 민간 우주여행 시대
스페이스X의 성공적인 팰컨9, 크루 드래곤 발사는 그 자체로 기념비적인 일이다. 미국이 22011년 이후 무려 9년 만에 쏘아올린 유인 우주선 발사인데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개된 크루 드래곤 내부 이미지를 보면 기존 복잡한 우주선의 계기판과는 차원이 다른 심플함을 자랑한다. 조종석은 터치 스크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치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내부를 연상하게 만든다는 탄성이 나오고 있다. 더글러스 헐리와 로버트 벤켄이 착용한 우주복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무려 4년간 고민해 만들어졌다는 우주선 디자인은 영화 어벤져스의 디자이너인 호세 페르난데스가 직접 제작했다.

팰컨9과 크루 드래곤에 대한 관심도 높다. 팰컨9은 높이가 약 70미터며 무게만 59만Kg에 이른다. 22010년 6월 처음 발사된 후 몇 차례 실패를 거듭했으나 이제는 안정적인 로켓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지금까지 총 83회의 발사횟수를 자랑한다. 크루 드래곤은 수송선인 드래곤을 커스터마이징했으며 높이는 약 8미터, 운송 용량만 약 6000Kg에 이른다. 최대 승무원 7명이 탑승할 수 있다. 방열실드에 태양열 패널로 무장했고 상공 400Km 상공의 우주 정거장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안정성도 확보했다.

크루 드래곤의 성공적인 발사는 민간 우주여행 시대의 발판이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1957년 10월 4일 인류 최초로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며 열린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시대가 아닌, 순수 민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우주개발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민간 우주개발업체는 스페이스X를 필두로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도 있다. 6인승 뉴 셰퍼드를 바탕으로 수 차례 실험비행에 성공, 조만간 민간 우주 관광객을 탑승시킨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괴짜 CEO인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 갤럭틱도 있다. 유인우주선 6인승 스페이스십 투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우주관광에 나설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우주군을 창설하며 민간과 적극 협력하는 상황이다. 그 연장선에서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발사도 미 항공우주국 NASA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보조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선에 머물렀다.

민간이 우주개발시대를 여는 이유는 특히 비용적인 측ㄱ면에서 강점이 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을 통해 우주개발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민간이 오히려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사업보다 기민한 유연성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크루 드래건의 개발 비용은 17억 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아폴로 우주선 개발 소요 비용의 20분의 1로 알려졌다. 심지어 스페이스X는 로켓을 재활용하는 작업에 집중한 바 있다.

크루 드래곤의 성공적인 발사는 미국의 자존심을 한 껏 치켜세웠다는 의미도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에 균열이 간 가운데, 앞서 가는 미국의 항공우주기술을 만방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발사 현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크루 드래곤의 발사 성공을 지켜본 뒤 "협력하여 일을 이룬 사람들을 자랑스럽다. 훌륭한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 크루 드래곤. 출처=갈무리

키워드 둘,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통해 쌓은 특유의 기업 DNA를 우주개발사업에도 이입시켰다. 그의 손에서 새로운 우주항공역사가 시작됐으며, 이는 오로지 '일론 머스크 스타일'이다.

일론 머스크에 전 지구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머스크는 1971년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건설업자인 아버지와 캐나다 출신 영양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2세의 어린 나이에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워 ‘블래스터’라는 게임을 500달러에 판매하는 사업수완을 자랑했으며 20세가 되기 전 남아공을 떠나 미국으로 온다. 일각에서는 인종차별을 지지하는 남아공의 군대에 몸을 담기 싫었다는 말도 나온다.

남아공을 떠난 그는 미 실리콘밸리에서 길거리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ZIP2를 설립한다. 이후 이성공적으로 매각한 그는 인터넷 전문결제기업 엑스닷컴을 창업하고, 다시 이를 컨피니티와 합병시켜 페이팔을 설립한다. 지금도 글로벌 ICT 업계에서 맹위를 떨치는 '페이팔 마피아'가 이 때 만들어졌다. 이후 2002년 페이팔을 이베이에 1억6500만 달러에 넘기며 부호의 반열에 오른 그는 기다렸다는듯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한다. 민간개발우주업체 스페이스X를 창업하고 2년 간격으로 테슬라 모터스와 개인소유 전력 네트워크 기업인 솔라시티까지 빚어낸다.

그는 테슬라를 통해 전기자동차 개발에 나서면서 기가팩토리 등 에너지 기반의 다양한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스페이스X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대중에게는 영화 어벤져스의 아이언맨 실사판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과감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현실과 미래를 연결하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를 저당잡혀 현실을 판매하는 유일한 비즈니스 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머스크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회사의 모티브가 된 니콜라 테슬라보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을 더욱 존경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그가 엔지니어의 삶보다 기술을 현실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에 더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간혹 대마초를 피우며 지역 방송에 등장하는 등 괴짜 이미지를 풍기지만, 본인의 비전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저돌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중성도 가지고 있다.

▲ 2015년 머스크의 레딧 글. 출처=갈무리

키워드 셋, 화성의 왕
스페이스X가 성공적으로 크루 드래곤을 쏘아올린 가운데, 그의 다음 액션플랜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머스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화성이다. 정확히는 화성에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식민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스타쉽이라는 대형 우주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지난 2015년 머스크는 레딧의  ‘뭐든지 물어보세요’를 통해 자신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최초 화성 이주에 필요한 인원과 화물이 모두 100톤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과, 거대한 우주 왕복선의 존재 및 부스터 장치의 필요성까지 언급하며 구체적인 본인의 꿈을 공개했다.

로켓의 추진력과 현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성의껏 답했다. 여기에 인간이 화성에서 활동하며 착용할 우주복이 기능적 차원 뿐 아니라 미학적인 디자인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는 크루 드래곤의 우주복에 반영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르너 폰 브라운의 책 ‘화성 프로젝트’가 화제로 부상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해 V시리즈 로켓을 발명했지만, 독일 패망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한 그는 20세기가 낳은 대표적인 로켓 과학자로 꼽힌다. 그런데 그가 저술한 ‘화성 프로젝트’에는 인류의 화성 이주와 그에 필요한 정치체계까지 적혀있는데, 놀랍게도 화성 프로젝트를 통해 베르너 폰 브라운이 생각한 지도자는 ‘일론'이었다.

 머스크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넘겼으나, 당시 이 기발한 우연의 일치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또 있다. 바로 화성 식민지 개발 방식이다. 머스크가 핵폭탄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015년 9월 10일(현지시각) 머스크가 최근 미국 코미디언 스티븐 콜버트의 토크쇼에 출연, 화성 극지방에 열핵폭탄을 투하해 화성의 기온을 올리면 인간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화성 극지방에 열핵폭탄을 폭발시켜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를 방출시키면 전체 폭발 에너지의 35~45%에 이르는 열에너지가 화성의 대기를 빠르게 상승시켜 인간 생존 환경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물론 반 정도는 '웃자고 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머스크가 보여줄 화성 공략전에 어떤 수단이 등장할 것인지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