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현장 실사하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과거에는 중대사가 아니면 총수들이 공개적으로 직접 나서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이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에 직면하고 임직원들이 불안해하자 총수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최근 주요 기업 총수들은 임직원들을 직접 만나 방향성을 제시하고, 격려하고 또는 중요한 결정 사안에 직접 관여하는 등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외교 시비가 격화돼 주력 제품인 반도체 원료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거래처와 만나 협상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하면 선대 회장 때부터 삼성과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던 ‘현대’의 중심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친환경 전기자동차 배터리 개발 문제를 두고 상호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19 그리고 미-중 무역분쟁 등 변수로 인해 반도체 공급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이 부회장은 하루에 한 차례 현지에서 코로나19 검진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을 방문, 현장을 점검했다. 이 방문으로 이 부회장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된 이후 중국 땅을 밟은 최초의 기업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로 취임 2주년을 맞이한 LG 구광모 회장도 직접 나서 중요한 현안들을 챙기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일 충남 서산시 LG화학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구 회장은 사고 다음 날인 10일 헬기편으로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이어 사고를 당한 임직원들에게 회사를 대표해 위로를 전하고 현장 책임자들에게 사후처리와 안전사고 관리에 대해 만전을 기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그리고 구 회장은 정확히 취임 2주년이 되는 29일 LG 연구개발의 핵심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했다. 사이언스파크는 구 회장이 2018년 취임 후 회장의 자격으로 방문한 첫 공식일정 장소다. 구광모 회장은 이날 이삼수 LG사이언스파크 대표 그리고 LG사이언스파크의 DX/AI/빅데이터/오픈이노베이션 등 첨단기술 전략을 담당하는 책임자들과 만나 앞으로의 전략들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비록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래를 위한 도전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도전하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는 곧 ‘실패’와 같다”라고 연구 책임자들을 독려했다.

 ▲ SK텔레콤에서 열린 릴레이 헌혈 행사에 참여한 SK 최태원 회장. 출처= SK그룹 

SK 최태원 회장도 솔선수범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열리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는 SK스포츠단 선수들과 화상으로 만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28일 SK의 통신사업부문 계열사인 SK텔레콤에서 진행되고 있는 헌혈 릴레이 캠페인 현장을 방문해 직접 헌혈에도 참여하고 임직원들을 응원했다.

주요 기업 총수들이 보여주는 일련의 ‘공개적’ 솔선수범은 어찌보면 자신들의 대내적, 대외적 입지를 위해 철저히 ‘계획된’ 행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시름이 깊어진 계열사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기충전'이라는 상징성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