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중부시장에는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위해 방역 소독을 완료 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면 접촉이 발생하는 재래시장 특성상 감염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3~4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바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주춤하자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지침이 다소 완화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 소비를 촉진하면서부터 서서히 야외로 인파가 몰리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그동안 발길이 뜸했던 재래시장도 지난 몇 주간 손님들의 발길이 늘었다. 재난지원금이 지원되면서 '반짝 특수'를 누린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요가 농축산물 등 식품과 먹거리에 몰려 다른 업종의 영세상인은 재난지원금에 대한 혜택을 거의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난지원금이 소진된 이후에는 충격이 또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29일 기자가 방문한 재래시장 입구에는 '특별방역소독을 완료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이날은 재난지원금 카드 포인트 지급이 시작된 지 2주가 흐른 시점이었다. 서울 을지로와 종로 일대에 위치한 서울 대표 재래시장인 중부시장과 광장시장 등을 방문해 재난지원금 사용 실태를 물었다. 

을지로 중부시장 입구에 위치한 상점은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소상공인의 재난지원금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제로페이'의 결제가 가능하다는 스티커도 곳곳에 있었다.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이 건어물과 젓갈 등 식자재를 사러 중부시장을 오가고 있었다. 느릿하게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중부시장 건어물 상인은 지난주 사람이 몰리는 '반짝 특수'를 누렸다고 전했다. 

▲ 27일 중부시장 입구의 한 점포는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중부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A씨(50세·남)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시작되고 한 일주일 동안은 엄청났다. 손님이 여기 이렇게 많이 오가고 한 두 배는 늘었다"면서도 "그전에는 손님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간 코로나 등으로 사정이 어려워 발길이 뜸하던 단골들이 이번 기회를 맞아 한 번에 많은 양을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는 멸치도 파는 건어물 시장이다 보니 그렇다”면서 “손님들이 (시장에서) 지원금을 많이 썼다고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삼 등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B씨(60대·남)도 “(재난지원금)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다른 상인들에게 물어봐도 같을 것이다. 여기는 전부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사람들이 지원금을 들고 와서 많이 사 간다. 손님들이 막 많이 늘어난 건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가 최고 위험수위에 달했던 최근 몇 달에 비해서는 30%는 손님들이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은 재래시장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넘어간 수요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벤처부 '소상공인 매출액 조사'에 따르면 재래시장의 이달 15일 매출액 감소율은 일주일새 12.0% 포인트 줄어들며 39.6%를 기록했다. 여전히 매출이 3분의 1로 줄고 있지만 그나마 일시적으로 낙폭을 줄인 것이다.

▲ 27일 오후 3시 광장시장의 중심부인 분식거리를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반면 같은 재래시장이어도 재난지원금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곳도 있다. 같은 날 찾은 광장시장은 관광지로 유명한 분식거리에서 한복·포목 거리로 이동할수록 인파가 줄었다. 특히 식료품과 음식 등을 다루지 않는 업종 상인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광장시장에서 침구류를 판매하는 상인 C씨(44세·남)는 재난지원금 시행 이후 찾는 손님이 늘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거듭 답했다. 그는 "3개월째 매출이 하나도 없던 것보다야 (지원금 이후) 구경오는 손님이 한두 명 생기긴 했지만, 늘었다고는 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가게도 '재난지원금 사용가능'이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C씨는 “봄은 혼수품으로 물건들이 잘 팔리는 시기인데, 코로나 충격도 있고 경기가 안 좋아 때를 놓쳤다”면서 "지난해 이때쯤 100장을 팔았다고 한다면, 올해에는 한 10장 정도 팔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이 소진된 이후가 더 걱정이다"면서 “손님들이 조금씩 오고 있긴 한데, 재난지원금이 떨어지면 줄어들 것 같다.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전했다.

의류 가게는 더욱 한산했다. 부모 때부터 50년간 숙녀복 매장을 운영해왔다고 밝힌 상인 D씨(52세·여)은 “카드를 받아 본 적이 없다”면서 "많이들 늘었다고 하는 데 여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은 주로 카드 포인트와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되는데, 이를 접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안내문을 붙여놨어도 똑같다. 코로나 이후 세금 정산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재난지원금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사람들이 와야 많이 사는 데 주말에도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광장시장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대여섯 명을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았다.

▲ 27일 오후 3시경 광장시장은 중심부 분식 거리를 벗어날 수록 비교적 한산한 풍경이 연출됐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

이런 가운데 재난지원금 효과가 일주일 '반짝'한 뒤 떨어지고 있다며 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중부시장의 한 건어물 상인(50대·여)은 "5월 지나면 (지원금 특수가) 금방 끝날 것 같다"면서 “손님 중에 벌써 재난지원금을 다 쓰고 다음 걸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인근의 다른 상인도 “나만 해도 지원금 자식들 것 사고 병원비로 쓰니까 지원금 절반을 금방 다 썼다”고 덧붙였다. 

광장시장에서 재난지원금 혜택을 봤다고 밝힌 식재료 점주(37세·여)도 "나중이 더 걱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젊은 사람들이 두어번 와서 한번에 10만원어치를 사갔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살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는 똑같이 나가고 오래 버티기 힘들 것 같다. 그만두면 갈 데도 없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앞서 만난 상인들도 이와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B씨는 “손님이 오긴 오는데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재난지원금이 떨어지면 매출이 다시 줄까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다른 상인도 “경기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데 언제쯤 좋아질지 모르겠다"면서 "재난지원금으로 생필품을 사고 나면 그다음엔 돈 씀씀이를 줄일 것 같다. 곧 쓰려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 있는 사람들은 안 쓰려고 할 듯하다"고 전했다. 

재난지원금 특수가 끝나가는 가운데 일부 영세상인은 카드 단말기가 없어 혜택 자체를 보지 못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가판을 놓고 여성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3개월째 전혀 매출이 없다”면서 “카드를 받지 못해 재난지원금을 들고 오는 사람도 없다”고 설명했다. 

분식점이 즐비한 곳의 상인들도 대부분 조심스럽게 “그런 것은 모른다” 또는 “대부분 카드 결제가 어렵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재래시장 내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비율은 70% 수준이나, 상설 매대 한정으로 현장과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