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지난 2017년 양회에서 공식화되며 시진핑 집권 2기의 경제노선을 대표했던 시코노믹스(Xiconomics·시진핑+이코노믹스)가 3년만인 2020년 양회를 통해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집권 2기의 시코노믹스는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의 새로운 중국경제, 성장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경제를 개혁하자는 시진핑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공급개혁이라는 기치처럼 공급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혁시켜 질적인 성장, 기술 중심의 경제구조로 발전시키자는 그림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 5월 21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양회에서의 시코노믹스는 또 달라졌다. 5G 등 미래 먹거리 인프라에 대한 사상최대의 투자를 통해 진정한 1등으로 올라서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집권후반기의 그림이다. 미국 중심의 기술시장에서 중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를 주도할 인프라를 먼저 깔고 그 바탕에서 기술이 독립해야 G1의 시대를 열수 있다는 의미다.


샤오캉 완성은 기술 인프라 독립으로


올해는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사회를 완성하는 해이자, 제13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의 마지막 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신중국 건국 이래 전례 없는 위기를 겪으면서 샤오캉 사회 건설이라는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캉 사회 건설이라는 올해 경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은 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6% 경제성장률은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이에 시진핑 지도부는 올해 양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를 맞은 시국을 타개하고자 5G·반도체·AI 등 미래기술 자립과 이를 위한 내수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주요 경제 정책들은 ‘샤오캉’ 사회 건설과 ‘탈빈곤’을 목표로 한다.

중국은 ‘세계 최강국(G1)’의 야심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시진핑 2기 지도부가 출범한 해이기도 한 2018년부터 시 주석은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예고했다. 미국과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이 격화되던 2019년에는 ‘반도체 굴기(우뚝 섬)’ ‘전기차 굴기’를 외쳤다. 그해 양회에서 중국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강요 금지, 외국인 독자 투자기업 허용 분야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외상투자법(외국인투자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의식한 미국은 2018년 관세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최근 코로나19 중국 책임설, 화웨이 기술탈취 혐의까지 무차별적인 ‘중국 때리기’로 중국을 견제·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양회에서 미중 갈등을 격화시킨 홍콩 리스크는 트럼프의 미 대선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파악돼 미 대선이 있을 11월까지 미중간 갈등은 격화될 전망이다.

미래 기술 독립 위한 필수조건, 2020년 내수경제 활성화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향후 5년간 경제계획(14차) 수립에 있어 미국 의존을 줄이고 더욱 자율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자립’을 강조했다. 중국은 샤오캉 사회 건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5G·반도체·AI 등 미래 기술 독립(국산화)을 통한 체질개선을 이루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양회에서 제시된 정책의 핵심 방향은 장단기 계획에 의한 ‘효율적인 인프라 투자와 내수시장 확장에 의한 소비 촉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침체된 국가 경제의 재건과 국민의 생활경제 재건이 목표라고 말했다.

홍록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향후 중국 경제정책의 틀은 ‘내수 진작’ 과 ‘신인프라 투자 활성화’ 두 축으로 압축된다”며 “수출 증대에 의한 글로벌 교역량 확대와 중국 자체 내 동력을 통한 성장을 도모하는 두 축으로 경제 활성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도 “올해 중국 인프라 투자 붐이 재개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경기진작과 구조재편이라는 전략적 투자 사이클을 염두하고 광역개발, 신형 인프라 확충 등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예전과 같은 점은 총량적인 경기부양이 이뤄진다는 점이고 변한 점이 있다면 하드웨어 인프라 중심에서 5G, 플랫폼 확장 등 신형 인프라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부장정책의 성패는 인프라 투자와 소비부양 정책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실상 목표치 제시를 포기한 것이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억 인구의 초대형 내수시장을 언급하며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1000조원이 넘는 슈퍼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다. 중국은 경기부양 자금 마련을 위해 재정적자율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8%에서 3.6% 이상으로 대폭 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245.4%에 달한 GDP 대비 국가부채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양회기간 동안 “코로나19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며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 6대 안정(고용·금융·무역·외자·투자·경기전망) 실현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일자리 안정과 민생 보장, 빈곤퇴치, 모두가 잘 사는 샤오캉 사회 건설에 업무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국 경제는 여전히 충분한 잠재력과 강한 회복력, 충분한 정책 수단으로 특징된다”며 “중국은 1억 개 이상의 시장 주체와 1억7000만 명의 인재풀을 갖춘 산업 체계를 갖고 있다. 14억 인구의 초대형 내수 시장과 막대한 투자 수요의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는 빈곤 인구가 모두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며 “고용 안정화 조치를 강화하고 어려운 대중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며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이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중국 제조 2025의 완성은 기술독립


 

이번 양회에서 강조되고 있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인프라 투자 확대는 2015년 양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선언한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 시대’의 연장선상이다. 경제성장 목표치를 약 11년 만에 최저치인 7% 내외로 발표하고 경제적으로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중국 차세대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기술 인프라가 확립되지 않고는 중국제조 2025가 완성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서 중국경제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인식하게 된 셈이다.

중국은 이미 2017년부터 미래 먹거리의 주역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AI), 차세대 모바일통신 5G, 공유경제 등이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미래 혁신기술을 중국의 차세대 혁신분야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키워왔다. 이때 이미 정부업무 보고에선 약 1700조원 경제 규모의 중국판 실리콘밸리 전략인 ‘웨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 프로젝트’가 언급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2020년에 미래 인프라 투자에 사상최대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3년 전 플랜을 명확하게 가시화해야 미국을 극복하고 G1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집권 후반기 시진핑 주석의 의지의 표현이다.

시코노믹스는 다시 중국경제의 기본으로 돌아왔다. 기술 인프라에 투자해야 진정한 1등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중국 경제의 반성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