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미래 분야 융복합적 시각 정책 결정 참여
자본시장 문화 투명 여부가 규제강도를 좌우
장기투자 문화 정착 등 금융소프트파워 더 중요
진보이데올로기 넘어 생존이데올로기 전환해야
대전환기, 소부장 육성 등 고슴도치형 경제구조 기본
독수리형 경제구조 병행, 미래형 먹거리 공격적 발굴 

▲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입사 면접에서 사회 초년생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을 내뿜는다. 시간이 흘러 관리자가 됐을 때 면접 당시를 떠올리며 초심을 다시 다지기도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로열 패밀리가 아닌 일반 회사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라간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것을 이뤄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례를 두고 우리는 ‘샐러리맨 신화’라고 일컫는다. 금융업계에서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샐러리맨 신화를 쏘아 올린 인물이다.

홍성국 부대표는 1986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입사해 28년 만에 CEO에 오른 대표적인 금융인이다. 금융인 시절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세계와 한국의 미래에 대해 공부하고 또 고민해왔다. 지난 2018년 말에는 ‘2020년,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대전환이 시작된다’라는 내용을 담은 저서 ‘수축사회’를 발간했다. 홍성국 부대표가 집필한 7권의 책은 모두 미래의 변화와 관련돼 있다.

올해 2월 민주당 17호 인재로 영입된 홍성국 부대표는 원내부대표 이외에도 경제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런 그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종시를 지역구로 두고 출마해 초선에 당선됐다. 금융인 때 여의도에서 쏘아 올린 샐러리맨 신화가 다시 여의도(국회)에서 시작된 것이다.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의원으로 인생 2막이 펼쳐졌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이코노믹리뷰’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홍성국 부대표를 만났다. 첫 출마에서 곧바로 당선될 것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그는 “당선을 예상하지 않았으면 출마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초선 지역구 당선 축하드립니다. 지난 1986년 증권맨으로 시작해 CEO까지 샐러리맨 신화를 썼는데,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홍성국 부대표: 그 동안 저는 샐러리맨이기도 했지만 거의 20여년 간 세계와 한국의 미래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해왔습니다. 제가 집필한 7권의 책은 제목만 다를 뿐 모두 미래의 변화와 관련된 것입니다. 그런데 미래의 변화라는 것은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정치의 영역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2년전 ‘수축사회’ 발간 이후 매우 바쁘게 강의, 기고 등을 했는데 세상이 진짜 바뀌려면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제안이 들어와서 승낙한 것입니다.

지역구 초선으로 당의 중책인 원내부대표까지 맡으시게 됐는데,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떤 원내부대표가 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홍성국 부대표: 과분한 대접을 받은 느낌입니다. 특히 국회 운영의 제도와 절차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더 빠르게 적응하라는 지도부의 요청으로도 해석됩니다. 다만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제가 다소 경험이 많은 경제, 미래 분야에서 융복합적 시각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여당의 이미지가 친(親) 노동적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꽤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성국 부대표: 이분법적 측면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의 역할이 변화하는 반면, 양극화는 심해지고, 일자리창출은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고용유지 문제에 있어서 노사정 모두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합니다.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고, 여기에 정부의 지원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노동시장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진입한 느낌입니다. 좀 더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입법부와 경제에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통과해야 할 경제 관련 법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홍성국 부대표: 입법부는 전대미문의 위기이기 때문에 구제→회복→새로운 차원의 대응 등 3개의 전 과정에 필요한 규제를 해제하고, 빠르게 입법에 나서야 합니다. 현재 세계는 생존 전쟁 중입니다. 특히 미래산업 육성에 보다 많은 재원으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경제 부분은 3가지로 나눠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구제 지원을 기업에 줘야 합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많은 기업이나 중소상공인들이 도산했습니다. 도산하면 이후 상황이 해결돼도 혜택은 불구하고 재기도 못했던 경험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2)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여건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미래 산업에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합니다. 3)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해외의 기술기업을 과감하게 인수합병(M&A) 시도해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여당 및 정부에서 규제 샌드박스로 추진하고 있어도 ICT 업종에서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성국 부대표: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면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기존의 기득권과 충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소통의 문제 같습니다. 서로 툭 터놓고 10년쯤 후의 변화에 대해 인식을 공유한다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산업에서 가장 보수적인 금융쪽에서 진보 여당쪽으로 정계에 진출하셨는데, 금융쪽에 어떠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또 반대로 규제를 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홍성국 부대표: 금융에 보수와 진보는 없습니다. 다만 영미식, 대륙(유럽)식의 차이만 있는데, 이마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금융이 서있는 기반 자체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금융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규제 문제는 자본시장의 문화와 관계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시장이 투명하고 합리적이면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규제 자체를 논하는 것보다 자본시장의 문화와 자본시장을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기업 회계의 투명성, 합리적인 기업 거버넌스 구축, 장기 투자문화의 정착, 경제·투자문화의 조기 교육 등 이제는 금융의 소프트파워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추후 규제 문제는 꼼꼼히 살펴보겠지만 문화와 관련된 부분도 특별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수축사회에서 정치권이 이데올로기의 노예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이러한 편향적인 성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성국 부대표: 현재의 이데올로기는 1차 산업혁명 당시 생긴 것입니다. 또한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데올로기 잣대로만 보는 경향이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 ‘수축사회’라는 용어로 역사적 전환을 설명해왔습니다.

지금은 보수, 진보 이데올로기를 넘어 ‘생존 이데올로기’로 가야 합니다. 저는 이를 두고 ‘핀셋 이데올로기’ 혹은 ‘생존 이데올로기’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생존에 도움이 된다면 상대방의 이데올로기까지 핀셋으로 뽑아서 써야 하고, 생존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해야 합니다.

집단 기득권에 대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신 적이 있는데, 시장 경쟁 체제를 오히려 저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국가의 개입은 어느 선까지라고 생각하십니까.

홍성국 부대표: 이미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기득권은 새로운 ‘기술’로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생존을 위해 기득권 투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결국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 혹은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역사적 전환기에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국가의 성실한 관리자로써 국가의 역할이 과거보다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자본주의에서 ‘국가 중심 자본주의’가 생기고 있습니다. 다만 국가가 스마트하고 미래의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선거권 연령 하향부터 연동형 비례제도까지 입법부에서도 상당한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입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홍성국 부대표: 변화와 전환에 끌려 다닐 것인지 주도할 것인지는 행정부와 의회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결국 ‘국회가 국가 전체 차원에서 미래를 지향하면서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아쉬운 점은 정치 분야에서의 개혁이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나 사회, 교육, 경제 분야에서 변화를 제대로 선도하지 못한다고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는 점입니다. 21대 국회는 바로 이 부분을 이전 국회와 차별화 시켜야 할 문제입니다.

▲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한국 경제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홍성국 부대표: 공격과 수비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먼저 수비는 ‘고슴도치형’을 지향해야 합니다. 저는 코로나19를 떠나 한국에서 미래를 가장 어둡게 보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역사적 차원의 변곡점에 세계와 한국이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비형으로는 대전환기에 견딜 수 있는 고슴도치형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부장 산업 등에서 국산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공격은 독수리형을 지향해야 합니다. 독수리처럼 높이 떠서 미래 성장 동력에 국가, 기업이 동시에 과감히 투자, 미래형 교육으로 전환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G2의 대립이 정치·경제·군사 모든 분야에서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대립이 우리나라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또 경제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택해야 할 방향은 어느 쪽이라고 보십니까.

홍성국 부대표: 미래 세계는 G2가 아니라 G0으로 흐를 것 같습니다. 한국은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와 같은 경제침략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릅니다. 앞서 밝힌 바 있듯이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균형적으로 갖춘 경제체제를 갖춰야 합니다. 선택적인 부분은 경제활동에서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안전성 등을 우선 순위로 두고 봐야 합니다. 국가의 안전이 보장된 후 경제의 흐름이 원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국회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무엇을 지향할 예정입니까.

홍성국 부대표: 쓴소리는 일종의 훈수입니다. 이제 한국의 미래를 위해 여론 형성, 제도 개혁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특히 정당의 기초가 되는 여론 형성 과정에도 적극 참여할 생각입니다. 이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무언가 얻으려고 정치에 나온 것이 아닙니다. 바꾸려고 나온 것입니다’. 낮은 자세로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