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중국 경제 방향을 보려면 양회를 주목하라” 매년 3월 연례행사로 열린 중국 양회(兩會)는 전국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와 전국인민대표회의(이하 전인대)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2주일 동안 한 해 중국의 정치와 경제정책, 경제전망 등이 정해지는 최대 정치행사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개월 가량 늦어진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1주일 동안 진행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5.1%를 차지하는 중국은 우리에게 주요한 시장이자 생산기지다. 한국 경제는 수출·수입 등 양방면에서 최대교역국인 중국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의 정치·경제 방향이 정해지는 양회는 전 세계의 눈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 경제 역시 중국에서 원활한 비즈니스 환경과 변화를 읽기 위해 양회를 보다 주목하고 있다.

발표 제외한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 엄중한 상황 방증

매년 중국은 한 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양회에서 발표하고 이행해왔다. 실제 지난해 중국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0~6.5%로 설정하고 6.1% 성장을 기록했다. 단순한 통계적인 부분이지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기반으로 중국의 경제상황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양회에서는 그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은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영향으로 -6.8%라는 기록적인 침체를 겪으면서 연간 전망까지 어두운 상황이다.

 

실제 1/4분기 중국은 수출입액이 6조5700억위안(약 113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소비액도 5082위안(약 87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줄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정책으로 경제활동이 줄어든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뼈아픈 손실이다. 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3월 4.3%, 4월 3.3%로 올해 3~5%대로 전망되고 있다. 이 와중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5% 미만으로 발표할 시 실질적인 마이너스 성장을 공식화하게 된다.

코로나19, 미국과 무역전쟁, 홍콩 시위, 양안 등 당면한 과제 해결에도 벅찬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문화대혁명(1976년) 이후 ‘최초 실질 마이너스 성장’을 발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곳곳에서 들리는 파열음 속에서도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체제를 더욱 드러내고 공고히 다지기 위해 청사진만 그려내고 있다. 이번 양회에서 경제성장률 전망 발표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화 저물고 디커플링 시대… 중국 ‘내수 확대’ 정책

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디커플링 시대로 진입을 예고했다. 리커창 총리가 수출, 일대일로 강화보다 ‘내수 확대’를 올해의 경제 목표로 세웠기 때문이다. 공적 자금이 투입돼 대규모 국가사업이 아닌 소매 시장·외식업·문화·관광 등 민생과 밀접한 내수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코로나19로 불거진 각국의 폐쇄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훼손으로 수출시장보다 내수시장 확대를 노리며 전략적인 선회를 꾀했다.

 

양회에서 세금을 감면하고 비용을 절감시켜주는 정책도 발표했다. 기업용 전력 비용을 5% 감면, 통신 비용 15% 하락을 통해 기업들의 생산성과 가격경쟁력을 높인다. 특히 리커창 총리는 건물주들에게 임대료를 내리라고 강력히 호소했다. 양회에서 발표된 만큼 임대료 부분도 가시적으로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지난해 2조위안(약 344조원) 감세가 이뤄졌으며 올해도 약 5000억위안(약 86조원) 추가적으로 감소된다. 또 올해 기업 및 소상공인에 제공하는 비용 절감 규모도 약 2조5000억위안(약 430조원) 수준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율을 기존 2.8%에서 0.8%p 상향된 3.6% 이상으로 대폭 늘린다. 특히 코로나19로 침체된 소비시장을 다시 부양시키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 중국은 사상 최초로 1조위안(약 172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용 특별 국채를 발행한다. 기존 재정 건전성과 부채 비율 관리를 중요시 여기던 중국 정부가 1/4분기 경제성장률 충격에 돈을 풀어 경기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OC로 전망되는 중국 차세대 산업과 한중일 FTA

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방향을 차세대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은 양회에서 SOC를 통해 차세대 통신망, 5G 애플리케이션, 전기차 충전소, 신 에너지 자동차 등을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바라보는 차세대 산업은 5G 소프트웨어, 통신, 전기차, 신 에너지 등으로 함축된다. 중국은 SOC 투자 방향을 과거 대규모 토목 사업을 통한 산업 기본 인프라 구축에서 특정 산업으로 방향을 틀며 고도화하고 있다.

 

또 양회에서 주목할 부분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리커창 총리는 양회에서 한중일 3국 FTA를 공식적으로 명시했다. 한중일 FTA는 지난해 12월부터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코로나19,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 각국의 외교와 내부 상황에 맞물려 답보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리커창 총리가 양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자마자 지난달 26일부터 한중 FTA가 급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디커플링 시대가 돌입함에 따라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SK증권 박기현, 안영진 연구원은 “해외 수요부진을 대체할 내부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입안이 이번 양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리커창 총리는 과거 중국 정부에 의해 거론되지 않았던 ‘양신일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라며 “‘양신’은 신형 인프라 투자, ‘일중’은 교통, 수리 등 대형 인프라 투자를 의미한다. 도시화는 소비 부양을, 신형·구형 인프라 투자는 고용 및 생활증진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시대는 G2가 아니라 G0으로 흐를 것 같다. 한국 경제가 선택해야할 부분은 경제활동에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안전성 등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라며 “일본의 수출규제와 같은 경제침략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대비로 공격과 수비가 균형잡힌 경제체제를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