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차 세계대전 후 맞이한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치열한 체제경쟁에 돌입하는 한편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우주개발경쟁에 나섰다. 신호탄은 1957년 10월 4일 인류 최초로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며 쏘아 올려졌다. 지구 주위를 회전한 스푸트니크 1호는 약 98분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았으며 발사 3개월만에 대기권으로 들어와 사라졌다.

자존심이 상한 미국은 1958년 1월 31일 익스플로러 1호를 쏘아올리는 한편 미 항공우주국 NASA를 설립했다. 그러나 소련은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에 오른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를 유영하며 강력한 우주과학기술을 보여줬다. 미국의 구겨진 자존심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역사적인 발자국을 남길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 크루 드래곤. 출처=갈무리

민간 우주여행시대 열리나

26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27일 오후 4시 33분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한다. 스페이스X 로켓인 팰컨9에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발사하며, 크루 드래곤에는 우주비행사 더그 헐리와 봅 벤켄이 탑승한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팰컨9이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에 탑승한 두 우주비행사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무사히 보내는 것이 목표다.

크루 드래곤은 2011년 개발된 무인 화물 우주선 드래곤의 우주비행사 탑재 모델이다. 드래곤의 경우 ISS로의 물품 이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면 크루 드래곤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크루 드래곤의 안전성, 그리고 날씨다.

역대 우주왕복선 발사는 총 138건이며 비행 임무 중 폭발 등의 참사가 일어난 것은 2건이기 때문에 임무 실패율은 무려 68분의 1에 달한다. 그러나 NASA는 크루 드래곤이 사고를 일으킬 확률은 60분의 1로 봤다. 통상 270분의 1이면 임무 수행에 돌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팰컨9은 2010년 6월 처음으로 발사된 후 지금까지 두 번 폭발사고를 일으킨 바 있으나 이번에는 안전성을 크게 강화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문제없다는 분석이다. 짐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그 무엇보다 우주비행사의 안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도 성공의 중요한 변수다. 당일 기상상황이 좋아야 큰 무리없이 발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당일 기상조건이 좋을 확률을 60%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편 크루 드래곤은 스페이스X가 팰콘9 발사를 통해 확보한 소위 재활용 로드맵을 충실히 답습할 전망이다. 크루 드래곤 역시 이번 발사 후 다시 재활용될 전망이며, 이는 개발 초기 단계인 대형 우주선 스타십 활용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 팰컨9이 발사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민간과 협동한다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발사는 미국이 처음으로 우주개발에 있어 민간기업과 협력하는 사례로 역사에 남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주도가 되어 우주개발사업이 진행됐다면, 이제는 민간이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이 우주왕복선을 쏘는 건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종료 이후 9년 만이다. 만약 스페이스X가 없었다면 미국이 당분간 우주왕복선을 쏘아올릴 가능성은 낮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시장은 이미 완벽한 수준의 무대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선봉에는 이번 대역사를 준비하는 스페이스X가 있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이번 크루 드래곤 발사 후 진짜 민간인의 우주여행을 지원하기 위한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장 5일간 지구표면에서 약 1367㎞ 떨어진 상공에서 민간 우주여행을 즐긴다는 각오다. 또 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통한 민간 우주여행의 대중화도 노린다.

2018년에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약 1만2000개의 인공위성을 날려 지구에 초고속 저가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 스타링크의 위성. 출처=갈무리

괴짜 CEO인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 갤럭틱도 있다. 유인우주선 6인승 스페이스십 투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우주관광에 나설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 여기에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도 눈길을 끈다. 6인승 뉴 셰퍼드를 바탕으로 수 차례 실험비행에 성공, 조만간 민간 우주 관광객을 탑승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들 민간 우주개발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주관광의 대중화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지만 과거 냉전시대 우주개발 경쟁처럼 단순히 기술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닌, 실용적이고 경제적 관점의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안착되고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한편 민간 우주개발사들의 존재감이 강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협업의 연결고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사업은 국가재정의 부담은 물론 그 잠재력이 강하게 발휘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우주를 향한 야망에 불타는 민간기업에 주도권을 내어주며 일종의 ‘보조적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실제로 미 육군은 이미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통해 저궤도 위성 통신망 인프라 강화에 나섰으며, NASA는 이번 스페이스X와의 협력에서 그 주도권을 온전히 스페이스X에 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창설된 미국의 우주군도 다수의 우주기술개발 스타트업과 협력한다. 실제로 미 공군이 직접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을 만나 다양한 기술교류를 타진했고, 이미 3개의 우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체면이 구겨진 상태에서, 이번 민관합동 우주작전을 통해 강력한 기술적 위상을 보여준다는 계산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당일 발사현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직접 참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