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재택격리령을 내린 후 텅 빈 세일스포스 파크(Salesforce Park).    출처= Salesforce Par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잘 나가는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박스(Box Inc.)의 창업자 애런 레비 CEO는 4년 전 많은 돈을 들여 정면에 커다랗게 회사 로고가 새겨진 붉은 벽돌 건물로 회사를 이전했다. 회사는 사무실을 세련된 카페테리아, 오렌지색 해먹(hammock)이 있는 휴식 공간, 홍차와 커피가 제공되는 개조된 폭스바겐 밴으로 만든 바 등 실리콘 밸리 기업 특유의 과시적 장식으로 치장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대유행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 레비와 직원들은 8주 동안 그 좋은 사무실에 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도 많은 일을 무리 없이 처리하고 있다. 영업팀들은 여전히 많은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매주 한 번씩 여는 전직원 화상 회의에 직원 참여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동하는 시간이 없다 보니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모든 것이 다시 안전해진다 해도 레비는 일부 직원들은 여전히 출근하지 않고 실리콘밸리가 아닌 지역에 흩어져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많은 회사들이 언제, 어떻게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킬지를 가늠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남쪽, 많은 기업들과 오피스 파크가 늘어선 실리콘밸리는 기술 산업의 대명사다. 페이스북, 알파벳의 구글, 애플 같은 회사들의 캠퍼스는 혁신적인 사무실 배치, 협업 공간, 탁구대 등 운동 시설, 고급 카페테리아 같은 멋진 시설로 유명하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식사하러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술 대기업들은 그들의 회사 사무실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애플은 50억 달러(6조원)를 들여 우주선 모양의 캠퍼스를 지었고, 세일스포스(Salesforce)는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 61층 타워빌딩과 공원을 건설했으며,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의 유리공 모양 건축물은 거대한 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게다가 그들의 공간은 사람들이 서로 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정반대다.

그러나 기술산업은 대부분 화이트칼라 노동자여서 환경에 잘 적응한다. 기술 회사들은 지난 3월 코로나가 대유행하며 국가 전체를 마비시켰을 때 가장 먼저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새로운 현실에 적응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그들은 이러한 변화가 회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도 재빠르게 깨달았다.

트위터의 잭 도시 CEO는 지난 주, 대부분의 직원들이 아예 영구적으로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최소 올 연말까지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허용할 예정이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2021년 6월까지 50명 이상 모임을 모두 취소시켰다.

기술기업들은 또 개발자와 고객들의 열정과 충성심을 연결하는 노력의 중심이 되는 컨퍼런스와 제품 출시도 가상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애플은 오는 6월 처음으로 온라인을 통해 개발자 콘퍼런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 기술 대기업들은 그들의 회사 사무실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은 실리콘 밸리 기업 특유의 과시적 장식으로 가득 차 있다.    출처= Bisnow

이번 기회에 원격 근무로의 전환이 기술 기업의 인력확충 노력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높은 생활비는 인재를 찾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고, 거대 기술 기업들이 이 지역의 부동산과 모든 물가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적지 않게 받았다.

애플과 구글에서 채용 업무를 담당했던 호세 콩은 "오늘날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서 인재 유치 경쟁 비용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직원들이 굳이 샌프란시코에서 근무하지 않아도 좋다면 상당한 비용이 절약될 것이라고 말한다.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주거 비용, 각종 특전, 게다가 구글 같은 경우 직원들의 식비까지 제공합니다. 인재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지!!”

박스의 레비 CEO는 "원격 근무로 지역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인력을 채용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인재 풀이 훨씬 더 넓어졌다. 임금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직원들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면 연봉에서 크게 절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하이디 카세미르는 너무 비싼 생활비로 오랫동안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수 있기를 바랬는데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계획을 실천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서 거의 8년 동안 근무한 그녀는 이번에 임금을 25% 삭감하는 조건으로 솔트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에서 원격으로 일하기로 회사와 협상했다.

"월급이 25% 줄어도 다른 곳에서 더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원격 근무는 혁신과 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소통과 동지애를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벤처캐피털 회사 루프벤처스(Loup Ventures)의 경영 파트너 진 먼스터는 "기업들은 원격 근무를 하면서도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위터의 최고인사책임자(CHO) 제니퍼 크리스티는 코로나 완화 이후에 과연 원격 근무를 계속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다시 출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보다 많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사교적이기를 원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여서 브레인스토밍을 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기술 업무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관련된 팀의 기능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를 직접 다루는 사람들은 원격 작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애플은 이미 일부 직원들을 캘리포니아의 쿠퍼티노 캠퍼스에 다시 부르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들과 일부 산업 디자이너들이 포함되어 있다.

첨단 기업들의 원격 근무에 대해 연구해온 미시간 대학교의 제이슨 오웬스미스 사회학 교수는 “연구 결과 새로운 아이디어나 팀을 창출하는 데에는 함께 모여 상호 작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인력발전 및 운영 담당 부사장 브린 해링턴은 "페이스북은 직원들에게 근무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함께 일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혁신도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모든 직원에게 화상 회의 기기를 제공했지만, 관리자들에게 화상 회의를 너무 자주 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우리는 필요할 때는 직접 만나 회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무실이 영구적으로 없어지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원격 환경에서 혁신을 해결한 좋은 예를 아직 보지 못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