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국내 IT와 이동통신 업계 간 AI(인공지능) 동맹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AI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자들에 대항하기 위해선 국내도 힘을 합쳐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KT-LG유플러스-LG전자, AI 협력 논의

▲ KT 사옥 모습. 출처=전현수 기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LG유플러스, LG전자와 AI 분야에서 협력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 3월 취임한 구현모 신임 사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간 회동을 계기로 빠르게 협력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현모 사장이 임기 초반 적극적인 대외 활동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AI 협력의 주축이 구 사장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동안 LG전자는 물론 LG유플러스도 뚜렷한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하지는 않았다. 가령 LG전자는 ‘씽큐’ 브랜드가 있지만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사업자들과 개방적으로 협업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AI플랫폼 ‘빅스비’와 IoT ‘스마트싱스’ 등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앞서 네이버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와 함께 AI 동맹을 구축한 바 있다. 이 같은 연장선에서 KT, LG유플러스, LG전자 3사의 AI 동맹은 AI 시너지를 더욱 극대화 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KT의 경우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지니뮤직을 통해 LG유플러스 및 CJ ENM과의 협력을 이어온 바 있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KT가 협력에 추가된 모양새다.

조금 다른 동맹 성격

LG전자-LG유플러스-KT의 AI 동맹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앞서 구축된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카카오의 AI 동맹에도 관심이 모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 맞교환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AI를 비롯한 ICT 분야에서 중장기적인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SK텔레콤은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CES 2020에서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포함한 초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AI 기술력이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에 아직 역부족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 CES 2020 현장. 사진=최진홍 기자

이번에 새롭게 형성된 KT-LG유플러스-LG전자 진영과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카카오 진영 모두 글로벌 AI 시대를 맞아 내부에서 합심해야 한다는 지점에는 공감하며 협력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특징은 조금씩 다르다.

SK텔레콤은 1등 이동통신 사업자라는 인프라에 삼성전자의 방대한 하드웨어 인프라와 카카오의 모바일 인프라를 운용하는 AI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넓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T와-LG유플러스-LG전자 동맹의 경우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구하는 LG연합군이 또 다른 통신사인 KT와 만나 통합 브랜드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LG전자에 KT의 지니가 탑재된 가칭 ‘씽큐 지니’ 등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LG연합군인 만큼 확장성에서 두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