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압박으로 반도체 수급이 막힐 위기에 처한 중국의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도 미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화웨이와의 협력을 무작정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나아가 삼성전자의 전략을 돌아봐도 화웨이와의 반도체 동맹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대만 경제일보는 26일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와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보도했다.

최근 강해지는 미국의 압박에 따른 '구조요청'이다. 실제로 미국은 미중 무역전쟁 당시부터 중국의 기술굴기를 대표하는 화웨이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최근 자국 기업과의 거래 중단 조치를 1년 연장하는 조치까지 발표했다. 나아가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 아예 제 3국을 통한 화웨이 반도체 수급을 차단하는 조치까지 공표했다.

TSMC가 미국의 압박을 못이겨 미국 공장 건설에 나선 것도 화웨이에게는 결정타다. 아시아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는 TSMC를 자기쪽으로 끌어 당기는 상황에서 TSMC가 화웨이의 신규 발주를 중단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총체적 난국이다. 미국의 조치로 반도체 수급이 막혀가는 상황에서 TSMC와의 반도체 수급까지 막힐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TSMC가 이번 일을 통해 화웨이와 극단적인 단절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화웨이 입장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타격'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장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 출처=화웨이

자회사 SMIC가 TSMC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SMIC의 기술력은 고작 14나노 공정에 불과하다. 화웨이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닌 셈이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가 삼성전자에게 반도체를 수급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미 화웨이는 1분기 실적발표 당시 미국의 제재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등에게 반도체를 수급받을 수 있다 발표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파운드리 역량을 키우려는 삼성전자와의 극적인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협력 가능성이다. 아직 TSMC에 크게 밀리는 2위에 머물러 있으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의 후속 액션플랜으로 올해 초 V1 라인을 가동하고 최근에는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화웨이와의 파운드리 협력은 시장 점유율 상승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시안반도체 출장을 다녀올 당시 현지 언론은 "삼성과 중국의 협력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은근한 압박을 하기도 했다.

다만 두 기업의 현실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미국이 아직은 중국과의 대결국면만 조성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는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손을 잡으며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화웨이를 때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목표가 아시아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함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손을 잡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의 국적이 미국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삼성전자도 큰 타격은 없겠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나아가 화웨이가 반도체 수급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삼성전자가 화웨이와의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