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현대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의 홀로서기가 시험대에 올랐다. 올 들어 잇달아 발생한 중대재해와 1년 넘게 길어지고 있는 임단협 등 노사갈등, 코로나19에 따른 주력사업인 조선업 부진을 두고 한영석 사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 사망사고, 올 들어 네 번… 임단협도 답보상태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현대중공업 조선사업장에서는 네 번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월 작업용 발판 구조물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고, 지난달 16일과 21일엔 노동자 2명이 대형 문에 끼어 사망했다. 

같은 날 협력업체 직원 A씨도 LNG운반선 용접 작업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고용노동부가 울산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끝낸 바로 다음 날 일이었다.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현대중공업은 인사단행과 함께 관련 부서 확대 개편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2017년부터 현대중공업의 부사장 직을 맡아온 하수 부사장 사임과 더불어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조선사업 대표로 선임하고 사장으로 격상시키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안전을 생산 현장의 최우선 순위로 삼기 위해 기존 생산본부를 안전생산본부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안전시설 및 안전 교육 시스템 등을 재점검 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인적·물적 재원 투입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연이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의 입지도 좁아졌다. 올 3월 공동대표였던 가삼현 사장이 한국조선해양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현대중공업을 단독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한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최고경영진(CEO)을 중심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에 나섰다. 반복돼온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내부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도 현장 근로자를 상대로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사고예방 대책도 주문했다.

한 사장은 당시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데 어떤 타협과 방심도 허락하지 않겠다”며 “수주 감소로 인한 고강도 비상경영 체제이지만 임직원 건강과 안전을 위한 투자는 더 늘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2주 만에 또 다시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현대중공업은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를 사게 됐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임금협상도 한 사장의 리더십을 흔드는 요소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초 임금협상 상견례를 시작으로 1년 넘게 60차례 가까이 교섭했으나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해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쟁점은 해고자 복직 등 현안 문제다. 노조는 지난해 5월 31일 열린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임시주주총회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조합원 4명의 복직 등 현안이 먼저 해결돼야 임금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임금과 성과급 중심으로 합의하고 현안은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조는 지난달 20일 올해 첫 부분파업을 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임단협 타결까지 장기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지난 1월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노사 교섭위원들이 2019년도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모습. 출처=현대중공업

조선업, 불확실성 커지는데… 리더십 책임론

코로나19로 주력 사업인 조선부문의 부진이 점쳐지는 가운데 한 사장이 소통능력과 위기관리 능력 등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조선업계는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해운시장 분석업체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보다 71.2%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신조 발주가 줄어든 영향이다. 

여기에 중국이 저가 전략을 내세워 한국을 견제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국내 조선업은 23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8척을 수주했다. 이는 같은 달 73만CGT(38척)을 수주한 중국의 3분의 1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은 3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중국에 수주 1위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1~4월 누적 실적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앞서는 상황이다. 중국 조선업은 누적 수주 실적으로 232만CGT(99척)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누적 수주량 67만CGT(23척)을 3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에 잇따라 성공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외신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조선업계는 카타르 첫 수주전에서 중국에 밀린 데다 전량 수주를 기대한 러시아 LNG프로젝트마저 절반을 중국에 내줬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된 2분기에는 수주 절벽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선3사의 올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안전관련 부서를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지만  고용구조에 대한 개선방향이라던가 구체적인 내용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책임자만 바꿨다”며  “내부에서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으면 됐는데 그렇지 못해 고용부까지 거론되는 건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소리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