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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는 한국 때리는' 일본, 언제까지 버틸까전 지역 긴급사태 해제 후 한국 무비자 방문 제한 연장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 정부가 25일 오후 한국인 무비자 입국 효력정지 조치를 내달 말까지 연장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아베 내각 지지도가 하염없이 떨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사태를 부랴부랴 해지한 직후 벌어진 일이라 특히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후 한일 관계가 여전히 얼어붙은 가운데, 일본의 한국 때리기가 계속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경색된 한일관계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본의 피해도 만만치않기 때문에 "일본이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 일본 경제산업성. 출처=뉴시스

지루한 공방전
일본은 지난해 G20 정상회의가 끝난 후 그 해 7월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한편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막판까지 두 나라 정재계 인사들이 만나 물밑협상을 벌였으나 한일 경제전쟁의 불길은 막을 수 없었다.

난타전이 벌어졌다. 당장 국내에서는 반일감정이 고조되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강하게 벌어졌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급거 일본으로 날아가 현지 파트너와 접촉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했다. 국내에서는 소재 강국 일본의 기습에 대비해 우리도 기초과학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WTO를 무대로 국제 여론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한일 경제전쟁은 시간이 흐르며 '기이한 싸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두 나라가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걸고 싸울태세를 보였으나 실질적인 액션에는 미온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몇몇 소재를 두고 이례적으로 한국 수출을 열어주는 등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5월 12일 일본을 향해 수출 규제가 걸린 3개 품목과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문제 해결방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두 나라가 수출관리 현안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국장급 정책대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후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논의한 분쟁요소를 세밀하게 따져보자는 취지다.

산업부는 재래식무기 캐치올 통제와 관련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일본이 요구하던 수출관리 조직 및 인력 보강은 산업부 내에 무역안보 전담조직을 기존 과단위(무역안보과)에서 국단위 조직인 '무역안보정책관'으로 확대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체제로 전환된 3개 품목의 경우 건전한 수출거래 실적이 충분히 축적됐다고 강조했다. 즉,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이유들이 모두 사라졌으니 일본도 빠르게 관계 정상화에 나서라 공개적으로 요청한 셈이다.

산업부의 요청이 나온 후 초반에는 일본에서도 반응이 감지됐다. 당장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의 방향성, 재검토의 방향성은 모두 ‘한국이 (일본의 요구사항을) 진행하고 있다는 인식 하에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끝내 이와 관련된 확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결국 산업부의 요청은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출처=삼성

일본의 한탄
한일 경제전쟁이 길어지며 두 나라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가운데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의 타격이 상당하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일본 정부의 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탈 일본에 나서고 있다"면서 "일본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모리타화학과 더불어 글로벌 불화수소 시장 70% 차지하는 업체인 스텔라케미파는 1분기 매출 337억엔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11%나 매출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32%나 떨어진 24억엔에 그쳤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소재 공격에 대비해 빠르게 국산화 로드맵을 택하는 한편 제3자 수급에 나서며 되려 일본 기업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일 경제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고통이 커지는 반면, 한국의 저력은 점점 살아나고 있다. 우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4월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은 전년 대비 37.2% 감소한 2억4962만6000달러에 그쳤으며,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63만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87.8% 급감했다. 유니클로의 자회사인 지유는 한국에서 철수하고 있으며 일본산 자동차 수입액은 지난해 4월보다 58.7% 줄어들었다.

각 기업들이 일본에 의존하던 소재 부문의 진정한 독립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지난해 7월 기준 일본 의존도가 81%에 이르렀으나 현재 일본의 수출 완화 및 미국 듀폰의 국내 생산시설 투자, 나아가 유럽 등 공급선 다변화로 위기를 넘겼다. 불화수소의 경우도 같은 기간 일본 의존도가 43%를 넘겼으나 LG디스플레이가 소재 국산화 100%에 성공하고 삼성디스플레이도 국산품 전면 대체에 나서며 분위기를 바꿨다. 폴리이미드도 일본 의존도가 90%가 넘었으나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자체기술 확보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정부는 여세를 몰아 소재혁신선도프로젝트 수행과제와 기관을 확정하고 9개 산·학·연 융합 연구단을 공식 출범한다고 17일 밝혔다. 9개 산·학·연 연구단을 가동해 2066억원을 투입하며 반도체 2곳, 디스플레이 3곳, 자동차 1곳, 전기전자 3곳을 선정해 소재혁신선도프로젝트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 출장에 오르고 있다. 출처=뉴시스

"또 때린다"..얼마나 갈까
성공은 이어지고 있으나, 한국이 한일 경제전쟁의 승기를 완전히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소재 부문에서는 의미있는 독립을 이뤘으나 장비 부문에서는 아직 미국 등 외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데다, 역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완전히 풀리는 것이 가장 '베스트'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 이유로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극단적인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는 것보다 단계적인 해결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당장 일본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지금은 중단된 WTO 여론전이 다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가 난항을 보이는 가운데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또 꺼내들 경우, 자칫 미중 신경전의 파도에까지 휘말릴 수 있기에 우선은 경제적 측면에서 일본에 대한 압박을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현재 일본은 코로나19에 따른 국가적 위기에 아베 내각의 지지도가 27%를 기록,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는 등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 한국을 공격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킨 아베 내각이 당장 한일 경제전쟁을 원만하게 끝낼 가능성은 낮아졌고, 결국 한국 정부도 '결단'을 내릴 것 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25일 기습적인 무비자 방문 중단 연장을 결정하며 이러한 단계별 로드맵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관건은 일본의 기초체력이다. 한일 경제전쟁이 진행될수록 자국의 피해도 커진다는 점이 확인된 상태에서 시장의 관심은 일본이 언제까지 '강공모드'로 버틸 수 있을지 집중되고 있다. 고영환 미래경영GGL연구소 부소장은 "분쟁이 심할수록 일본의 타격이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결국 정치적인 타협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5.26  10: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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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최진홍, #일본, #미국, #WTO, #한국, #유럽,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실적, #투자, #감정, #자이,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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